칼럼

[안중찬의 書三讀]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잃어버린 계절을 슬퍼하기 전에

발행일시 : 2017-03-24 00:00
[안중찬의 書三讀] 레이첼 카슨 &lt;침묵의 봄&gt; 잃어버린 계절을 슬퍼하기 전에

춘래불사춘. 당나라 시인 동방규는 전한 시대의 절세미인 왕소군이 흉노 왕에 강제로 시집간 비통함을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이라 노래했다.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라고 해석할 수 있는 애절한 시 ‘소군원’의 일부다. 수십 세기가 흐른 뒤, 영국 시인 T.S.엘리엇은 433행의 장시 ‘황무지’를 통해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에 우리는 따뜻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만 유지했으니.’라 노래했다. 절망한 봄의 문학과 우울한 봄의 과학이 교차하는 계절이 오면 생태주의 과학자이자 시인 레이첼 카슨의 생애를 통해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다. 그녀의 이야기는 자연의 섭리를 외면하고 개인적 욕심에만 골몰한 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행동하는 양심의 기록이다.

10여 년 전에 우리는 ‘신갈나무 투쟁기’와 ‘나무의 죽음’이라는 책을 통해 희열을 느꼈었다. 환경 문제에 관한 스타 저술가가 없는 현실에서 한국의 레이첼 카슨이 나타났다며 기뻐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렇게 쉽고 재미있는 글과 사진으로 우리 자연과 생태계의 소중함을 호소력 있게 정리한 책은 일찍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존경받는 학자의 등장으로 우리도 환경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멀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믿었고, 존경심은 절로 우러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개발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홍보책임자라는 유혹에 굴복했다. 평범한 명예를 버리고 1급 공무원의 권리와 실리를 찾아 떠난 뒤 연일 궤변을 늘어놓았다. 개인의 자유에 앞서 국가적 손실이고, 자연의 손실이 느껴지는 변절이 아팠다. 젊은 날 혁명을 꿈꾸던 시인이 추악하게 늙어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또 다른 슬픔이었다.

침묵의 강. 자연과 국민을 두려워하지 거침없는 두 정권을 통해 강은 썩어 갔다. 구미보로부터 시작된 녹조현상은 불과 몇 개월 만에 낙동강 전체를 오염시켰고 ‘녹조라테’란 별명이 붙은 진한 녹조덩어리의 강물이 악취와 더불어 물고기의 조류의 떼죽음을 불러왔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작은 황사를 몰고 오는 모래산과 관리되지 않은 강변 공원, 수질오염을 우려한 환경단체와 고통을 호소하는 지역민들의 거듭된 문제 제기는 변절한 환경 학자와 어용언론이 앞장서서 은폐했다. 강줄기를 파괴하여 극소수의 경제적 이득에만 골몰한 침묵의 강에도 작은 희망이 찾아왔다. 총체적 비리가 발각된 정권이 시민 혁명으로 탄핵되면서 4대강의 불행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방류가 시작되고 강의 복원이 검토되기 시작했다. 당장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조작된 홍보와 은폐된 정보들이 드러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침묵의 봄.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옛날 바다였던 펜실베니아의 내륙에서 조개를 줍던 소녀가 있었다. 늦둥이로 태어나 언니는 막 결혼을 했고, 오빠는 공군에 입대했던 시절의 열 살 소녀는 제법 운율을 맞춘 시를 쓸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갖춘 장래가 촉망되는 꼬마 시인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오빠가 허풍을 진지하게 각색한 작품으로 꽤나 영향력 있는 어린이 잡지 ‘성 니콜라스’의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한 촉망 받는 미래의 작가였다. 펜실베니아 여자대학 영문학과 장학생으로 진학하였으나 생명과학에 심취하면서 그녀의 글재주는 더 큰일을 위한 수단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대학 총장과 어머니의 만류와 주변의 우려 속에서 전공을 아예 생물학으로 바꾸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것은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 참으로 잘한 결정이었다.

[안중찬의 書三讀] 레이첼 카슨 &lt;침묵의 봄&gt; 잃어버린 계절을 슬퍼하기 전에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마법사 메디아는 자신의 남편인 이아손의 애정을 가로챈 연적의 등장에 분노를 느낀 나머지, 이 새 신부에게 마법의 약물이 묻은 웨딩드레스를 선물한다. 이 옷을 입은 신부는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게 된다. 이런 간접 살인은 오늘날의 침투성 살충제와 흡사하다. 이 물질은 식물이나 동물체에 흡수되면 메디아의 옷처럼 강한 독성을 발휘한다. 즉 독이 들어 있는 수액이나 혈액을 곤충이 빨아먹음으로써 박멸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살충제가 보여주는 끔찍한 세계는 그림형제의 동화에 나오는 상상의 세계를 초월할 정도다. 오히려 찰스 아담스가 그린 무시무시한 만화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동화에 나오는 환상의 숲은 나뭇잎을 갉아먹거나 식물의 진액을 빨아먹은 곤충들이 바로 죽음을 맞는 무시무시한 장소로 변해버렸다. 개의 피를 빤 벼룩이 그 피 속에 녹아 있는 독극물 때문에 죽고, 나무에서 흘러나온 향기에 이끌린 곤충은 그 나무에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죽음을 맞으며, 독이 든 수액을 벌집으로 옮겨간 꿀벌이 독꿀을 만들어내는 그런 무서운 숲이 된 것이다.” - 64쪽

내일을 위한 우화. 이 책은 아직은 아무런 경각심을 느끼지 못하던 20세기 중반의 미국 한 복판 가상의 마을에서 발생한 짧은 이야기로 시작된다. 모든 생물체들이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모든 것이 잘 될 것만 같던 작고 아름다운 마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찾아오고, 마치 저주에 걸린 듯 새들의 소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생명이 사라져 가는 현상을 침묵의 저주로 표현한 우울한 이야기다. 사실을 주장하기에 앞서 짧은 우화를 화두로 꺼낸 것은 그때는 화학의 폐해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미래를 그저 낙관하던 대중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기 위한 똑똑한 장치였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거짓은 아니다. 논과 밭이 사라진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자 같은 장소에서 개구리 소리, 풀벌레 소리, 새 소리, 시냇물 소리가 사라져 간 21세기 도시들을 보다 극단적으로 예고한 시대를 앞선 경고였던 것이다.

인류의 천형 말라리아에 관한 과학자들의 노력과 좌절은 수많은 상처들을 양산했다. 1955년, 전 세계적인 말라리아 박멸 프로그램이 시행되었다. 사람들의 목표는 단순했다. 1959년에 우리 정부도 세계보건기구와 합동으로 이 땅에서 말라리아 박멸을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인류가 아무런 의심 없이 지구를 파괴하고 있을 때, 레이첼 카슨이 뉴요커 지의 컬럼을 통해 DDT 사용 반대 여론을 이끌기 시작했다. 말라리아 말살에 크게 기여한 유기염소 계열의 살충제이자 농약이 이와 벼룩, 모기 등을 박멸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독성은 다윈의 적자생존론을 증명하듯 보다 내성이 강한 벌레의 진화를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점점 더 독한 살충제가 나올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고발한 것이다. 인간의 체내에 저장된 지방이 생물학적 증폭기 역할을 하면서 섭취한 DDT 성분을 100배나 부풀려 가는 연구 결과를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작은 성공을 거둔다.

그 여파로 우리나라도 1972년대부터 DDT 사용금지 조치를 내렸으나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어린이의 몸에서도 DDT 독성이 다량 검출된 사례가 속속 발표되고 있으니 그때 막지 않았더라면 도대체 얼마나 오염되었을까? 대부분의 살충제는 비선택적이라 없애려는 특정한 종만을 제거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중요하게 제기된 문제 중에 하나였다. 책에서 언급된 거미를 싫어했던 한 여인의 사례가 그렇다. 그녀는 집안 구석구석에 DDT와 석유 증류물이 포함된 에어로졸 살충제를 뿌렸고 한 달 동안 구토와 신경불안증을 겪었다. 잠시 회복되자 그녀는 다시 살충제를 뿌리기를 반복했다. 거듭 살충제를 뿌린 후에 발열은 물론 관절 통증과 정맥염이 나타났고, 한 달 뒤에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오늘 날 지구 반대편의 이 나라 한 반도체 회사 노동자들에게서 발생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건의 사례를 이미 명확하게 증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다.

[안중찬의 書三讀] 레이첼 카슨 &lt;침묵의 봄&gt; 잃어버린 계절을 슬퍼하기 전에

“곤충이 살충제에 반격을 취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서서히 나타났다. 하지만 병을 옮기는 해충에 관심있는 사람들만이 이 상황의 본질을 인식할 뿐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 대부분은 태평스럽게도 새롭고 독한 화학약품에 대해 신념을 갖고 있는데, 지금 당면한 문제가 그런 느슨한 추론 때문에 발생한 것임을 모르는 듯하다. 곤충의 저항에 대한 이해는 서서히 진보하고 있지만 곤충의 저항은 그렇지 않다. DDT가 등장하기 전인 1945년 기존 살충제에 내성을 지닌 것으로 보고된 곤충은 12종 정도였다. 그런데 새로운 유기화학물질이 등장해 널리 사용된 1960년대에 이르자 화학물질에 대해 내성을 지닌 곤충이 137종이라는 놀라운 수치로 증가하게 되었다. 그 끝이 어떻게 될 것인지 아는 사람은 없다.” - 299쪽

1950년 겨울, 한국전쟁 당시에 우리 국군들에게 DDT 가루를 뿌렸다는 놀랄만한 방제 실시 결과도 있다. 우리 국군들에게 방제 전보다 오히려 이가 더 많이 퍼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를 잡아서 분석하니 5% 농도의 DDT로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도쿄 이타바시의 부랑자 수용시설과 시리아와 요르단, 이집트 동부의 피난민 캠프에서도 이와 비슷한 조사결과가 발표되어 이와 티푸스 예방에 DDT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 거듭 확인되었다. 말라리아를 없애기 위해 모든 집에 살충제를 뿌려댄 결과 일부 모기들의 내성은 놀라울 정도로 강해졌다는 것이다. 반대론자에 맞서 조근 조근 친절하게 설명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평화주의자였던 그녀는 과학적 자만심의 한계와 연구자들의 덕목으로서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왜 필요한가를 역설했다. 그것은 곤충의 저항시대를 경고하는 일이었으나, 곤충이 아닌 도덕심을 상실한 과학자와 화학기업들이 저항이 더 거칠었다.

생태계는 우리 몸속에도 하나의 우주를 구축하고 있다. 몸에 난 작은 상처 하나가 별 관계없어 보이는 한참 떨어진 곳에서 병의 징후로 찾아오기도 한다. 1949년 캘리포니아 클리어 호수에 서식하는 해충 각다귀를 없애기 위해 실시된 방제 효과의 쾌거가 농병아리의 떼죽음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8년도 더 지나서의 일이다. 죽은 새들에게서는 그 어떤 전염병의 증거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지방조직을 분석한 결과, 먹이사슬을 통해 독극물 축적량이 증폭되면서 생태계의 악순환이 찾아온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기형아 출산의 문제에도 우리의 생활 깊숙이 침투한 화학물질의 영향이 크다는 것도 명확해졌다. 감소하는 출산율과 생식기 퇴화, 정자 수 감소도 그렇다. 몇 마리 곤충을 없애려다가 인간은 신경계에 심각한 영향을 받아 정신착란, 환상, 기억력 감퇴, 조증 등으로 고생하게 될 것임을 한 걸음 앞서 주장한 레이첼 카슨을 공공의 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새롭고 상상력 풍부하며 창의적인 접근법은 이 세상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과 공유하는 것이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살아 있는 생물들, 그 생명체의 밀고 밀리는 관계, 전진과 후퇴이다. 생물들이 지닌 힘을 고려하고 그 생명력을 호의적인 방향으로 인도해 갈 때, 곤충과 인간이 납득할 만한 화해를 이루게 될 것이다. 생태계는 한편으로 너무나 연약해 쉽게 파괴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고 회복력이 강해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역습해 온다. 아무런 고결한 목적도 없고 겸손하지도 않은 화학방제 책임자들은 자신들이 다루고 있는 자연의 위대한 능력을 계속 무시해왔다.” - 333쪽

화학 방제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새롭고 창의적인 자연 파괴의 길을 개척해 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새로운 유기 살충제가 개발되고 비행기들이 남아돌자 효과적인 해충 박멸을 위해 공중에서 살충제를 뿌려대기 시작한 것도 그랬다. 그것은 정말 벌레잡이만을 생각할 때 극단의 효과적인 무차별 살포였는데, 알고 보면 엄청난 재앙의 살포였다. 공중살포의 영향권에 말려든 인근 마을 사람들은 예기치 못한 재앙에 노출되었다. 1957년 롱아일랜드에서 대대적으로 단행된 매미나방 방제의 목적은 인근 대도시 뉴욕으로 전파될 위험성을 차단하겠다는 순진한 발상이었다.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공중에서 DDT 세례를 퍼부었다. 몇몇 의식 있는 학자들에 의해 반대운동이 시작되고 지역민들의 법정 소송으로 경각심이 커지면서 계획이 중단되지 않았다면 그 재앙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통제할 수 있을까? 자연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생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고해야한다. 응용곤충학자들이 보여준 사고와 실행 방식에서 석기시대를 상상했다는 작가는 해충을 향해 겨누었다고 생각하는 무기가 사실은 이 지구 전체를 향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작가가 꿈이었던 여학생이 생물학을 전공하며 자신의 전문 분야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대중에게 알기 쉽게 전달한 것은 호소력이 배가 되었으며 인류에게 축복으로 다가왔다. 이 책이 출간되고 55년이 흐른 오늘 날, 세상은 레이첼 카슨이 우려한 ‘침묵의 봄’에 도달하지 않았다. 이 시대의 농약들은 더 이상 그 시절의 맹독성을 유지하지 않고 더 안전해졌다. 세상이 완벽하게 안전해지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탁월한 통찰력이 인류와 지구를 보다 건강하게 지켜낸 것만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모두들 입을 모은다.

다시 침묵의 강을 생각한다. 지식인의 양심이 행동하지 않으면 이 땅의 사대강 난개발과 같은 재앙이 찾아온다.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 출간을 예고했던 55년 전에도 살충제 제조업체들이 그녀의 글이 처음 연재된 ‘뉴요커’지와 출판사 및 관련 환경단체를 고소하겠다고 협박했었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그녀가 박사 학위가 없다는 것을 구실로 인신공격을 했다. 그녀가 암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몰랐다. ‘침묵의 봄’을 경고하는 그녀는 악의적인 공격들에 결코 침묵하지 않고 맞섰다. 암과 싸우면서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자신의 주장이 세상을 이롭게 한다고 믿었기에 출간 후에도 열심히 활동을 했다. 그렇게 출간된 책이 16개월 만에 100만부 이상 팔렸을 때 그녀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7년 전 4대강홍보실장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를 이끌며 여전히 위선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세상의 많은 전문가들은 말을 어렵게 한다. 정치인이 말을 어렵게 하면 유권자의 표심을 잃는다. 글쟁이가 글을 어렵게 쓰면 독자의 외면을 받는다. 모든 전문가들이 말이나 글을 쉽게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봄 대한민국헌법재판소에서 퇴임을 사흘 앞둔 이정미 재판관이 읽어 내려간 탄핵심판 결정문은 참으로 쉽고 아름다운 명문장이었다. 단 21분 동안 낭독한 정권의 부도덕과 헌법유린 사실은 지난 4년을 함축적으로 잘 압축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명문장이었기에 더욱 감동적이었다. 55년 전 레이첼 카슨이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것도 어려운 환경 문제를 대중에게 쉽고 명료하게 전달하는 글 솜씨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도 마감 시간에 쫓겨 아쉽게 마무리되는 이 글을 반성한다.

안중찬 ahn0312@gmail.com (주)교보피앤비 기획실장 / 장거리 출퇴근의 고단함을 전철과 버스 안에서 책 읽기로 극복하는 낙관적이고 사교적인 생활인이다. 컴퓨터그래픽과 프로그래밍 분야 11권의 저서와 더불어 IT칼럼니스트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엔지니어 출신으로 한 권의 책에서 텍스트, 필자, 독자 자신을 읽어내는 서삼독의 실천가이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뱡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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