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121층 전망대에서 설치된 투명 발판을 통해 내려다본 서울 잠실일대 모습. '천길 낭떨어지'라는 말이 실감났다. 사진=정영일 기자
롯데월드타워 121층 전망대에서 설치된 투명 발판을 통해 내려다본 서울 잠실일대 모습. '천길 낭떨어지'라는 말이 실감났다. 사진=정영일 기자

롯데월드타워가 오는 4월 3일 정식 오픈한다. 지난 1987년 사업지를 확정한 후 30년 만에 국내 건축사에 길이 남을 대공사가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내부까지 개방되는 것이다.

롯데월드타워의 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4조원의 예산이 투입됐고 총 면적만 축구장 115개(80만5872㎡)에 달한다. 건물 무게는 서울시민 전체인구인 1000만명(성인 1명 75㎏ 기준)에 해당하는 75만톤이다. 높이 555미터, 123층으로 국내에서 가장 높다. 세계 건물 가운데는 5번째 높이다. 상주 예상 인원은 1만5000명에 이른다. 가히 ‘수직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월드타워 운영을 담당하는 롯데물산은 이 마천루의 그랜드 오픈에 앞서 하루 전날인 4월 2일 저녁 9시부터 11분 동안 3만발의 불꽃을 쏘아 올리는 축제를 벌이기로 했다.

축포를 쏘아 올리기 전에 롯데그룹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안전’이다.

롯데월드타워는 건설 과정에서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싱크홀 발생에서부터 수족관 누수, 건설 관계자 사망 사고에 화재까지. 최근에는 국내 최고 세계 3위를 자랑하는 전망대 ‘서울스카이’에 관람객을 실어 나르는 2대의 엘리베이터인 ‘스카이셔틀’ 중 1대가 고장 나면서 전망대 오픈이 늦춰졌다.

기자는 지난 21일 간담회 참석차 이 건물을 방문했다. 이내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었다. 개장을 불과 13일 남겨 논 이 건물 내부는 수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며 내부 공사가 한창이었다. 반면 보안 검색은 너무나 허술했다. 안내 데스크에서 간단한 인적사항과 방문 목적만 적어 제출하면 무사통과였다. 이 때 받은 명찰 하나면 하루 종일 몇 지역을 배고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

물론 앞으로 정식 개장하더라도 보안검색을 무턱대고 강화할 수는 없다. 내방객들의 반발이 명약관화(明若觀火) 해서다. 그러나 건물 내부의 모든 구조물이 무방비로 공개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제 할 일에 바쁘다보니 주의를 둘러볼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분명 문제는 있어보였다.

지금 롯데는 조심에 조심을 해야 할 입장이다. 계속되는 경영권 분쟁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일본 기업이라는 오명을 받고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최근에는 최순실 국정농단과도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게다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관련해 해당 부지를 내줬다는 이유만으로 13억 중국인들의 공적이 되고 말았다. 일부 몰지각한 중국인들은 한국 정부기관과 업체, 특히 롯데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적대감을 표현하고 있다.

중국의 해커 집단 ‘홍커’는 24일부터 사이버공격을 감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집단은 공격 시기를 이달 말까지라고 한정지었지만 언제든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들에게 있어 롯데그룹이 심혈을 기울여 한국의 랜드마크로 세운 롯데월드타워는 자신들의 우월함을 보여주기 좋은 공격 목표 1위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을 하다보니 문뜩 ‘타워링’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1974년 작품인 이 영화는 화재 재난을 소재로 했다. 가상의 135층 세계 초고층 빌딩 오픈일. 규격미달의 전기배선에서 시작된 불꽃은 완공일을 맞추느라 아무렇게나 창고에 쌓여 있던 쓰레기로 번지고 만다. 소방시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이 건물은 삽시간에 아비규환의 장소로 변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단순한 실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아픔을 주는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롯데월드타워는 현존하는 가장 최신의 최첨단 안전시설을 자랑한다. 작은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반한이나 반롯데 감정에 눈이 먼 외부의 적으로부터의 공격에도 대비해야 한다.

픽션(fiction)은 그저 영원히 픽션이기를 기원한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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