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행동 중 하나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연 사진찍기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을 표현해주는 아주 좋은 도구이다. 지난 칼럼에서는 일상 속 특별한 기록이라는 주제로 사진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사진이 생겨난 후로 삶의 많은 이야기들이 사진으로 표현되고 있고, 심지어는 한 사람의 일생을 이야기로 전달하는 매체로도 강력하게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사진이 일상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사람들의 니즈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더군다나 사진에 있어서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가 거의 없다고 말하는 현재, 카메라의 보급과 스마트폰에 장착된 카메라의 엄청난 기술로 인해 사진은 이제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일상의 예술이 되었다. 기술의 관점에서 본다면 누구나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말은 즉, 기술에 의거한 좋은 사진의 기준은 평준화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래 사진 한장을 살펴보자.

감사한 기억들, 2016, Copyright 제이크이미지연구소
감사한 기억들, 2016, Copyright 제이크이미지연구소

이 사진은 평소 필자가 자주가는 남양주에 위치한 다산유적지의 한 장소이다. 푸른 빛이 반사되는 저 큰 나무와 나무 앞에 놓여진 벤치, 그리고 배경으로 보이는 산들로 인해서 여기 풍경은 참으로 편안함을 선사한다. 전경과 배경이 모두 뚜렷하게 나올 수 있게 F8.0의 조리개수치, 부족함이 없는 1/125의 셔터스피드, 센서감도는 100의 노출(Exposure)로 이 사진을 촬영했다. 이는 전형적인 풍경의 촬영법이다. 프레임 속의 모든 요소들이 초점의 영역으로 나타내기 위해서는 조리개수치(F값)를 증가시키는데(주로 풍경촬영법이다) 이로 인해 카메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조리개에 의해서 줄어든 빛의 양을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하여 빛의 밸런스를 맞추게 되는데, 흔들림이 없는 최소한의 셔터스피드로 촬영을 한 것이다.(물론 1/125보다 느린 경우에도 흔들림없이 촬영할 수도 있고, 삼각대를 사용해서 촬영할 수도 있다.) 지금 필자는 한 장의 사진이 어떻게 표현이 되었는지 기술적으로 분석을 했다. 사실 카메라(사진)의 노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사진을 찍기는 너무나도 쉽다. 노출과 어떻게 표현되는지에 대한 상관관계만 알면 되는 것이다. 또한 하나, 하나의 노출수치를 컨트롤할 필요가 없는 Auto Mode나 핸드폰 카메라로도 거의 비슷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감히 말하고 싶다. 사진은 기술로 찍는 것이 아니라고. 프레임 속에 존재하는 각각의 피사체(요소)가 어떻게 표현이 되었는지, 배경과 전형이 어떠한지, 사진의 밝기는 적당한지에 대한 아주 철저한 분석적인 시선이 아닌, 사진 한 장이 그저 나의 이야기인 프레임 하나로 바라보자. 사진 속 요소의 표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을 넘어, 아니 그 이전에 지금 앞에 놓여진 그림(풍경)이 나에게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것은 “왜 우리가 사진을 찍는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하게 해주기도 하며, 이 풍경이 왜 마음에 드는지 고민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것은 즉, 내 마음의 감정이 잘 정리된 하나의 프레임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한데, 결국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 한 장을 찍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진에 있어서 프레임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레임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다양한 뜻이 나온다. “틀”이라는 기본적인 뜻부터, 영화의 필름 한장, 게임용어, 언론에서 사용하는 용어 등 수많은 의미가 있지만, 사진에서 프레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의미 중 하나만으로 힘들다. 심리학에서는 프레임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으로 표현하는데, 사진적으로 볼 때 가장 근접한 의미이기도 하지만, 조금은 부족한 듯 하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프레임은 어떤 상황을 보는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사진을 찍을 때 상황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통해서 우리 마음을 본다. 따라서 심리학에서 말하는 프레임과는 또 다른 의미로 접근을 해야 한다. 사진에서 “프레임”을 명확히 한 단어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내가 이 장면을 찍고 싶은 이유”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진의 존재 이유이다. 하나의 프레임으로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스토리와 나의 감정이 사진에 담겨져 있다면, 기술로는 절대 따라할 수 없는 나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이 된다. 바로 작가의 비젼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그것은 특별해지는 것이다. 사진을 촬영하는데 있어서 좋은 사진이라는 기준보다 나에게 특별한 사진을 추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사진에 있어 프레임을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프레임 그 자체의 의미를 가지고 더 나은 사진적인 마인드를 말할 수는 있겠다. 첫 번째, 프레임의 기본적인 의미는 “틀”이다. 사진을 넣는 액자도 프레임이고, 유리창도 프레임이다. 프레임을 무언가를 넣을 수 있는 또는 고정할 수 있는 의미로 해석하자. 사진에서는 사각형의 프레임으로 인해 요소들(피사체)을 보이게 할 수도 있고 또한 배제할 수도 있다. 넣을 것인지 아니면 –E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나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데 그것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고민하면 된다. 프레임을 직역한 “틀”이라는 개념으로서의 사진은 때로는 위험할 수도 있는데, 틀이 단순히 외부와 내부를 구분짓는 경계라고 해석해서는 안된다. 자기 울타리가 너무 강한 사람과 대화하거나 또는 친해지기 어려운 것도, 그것이 경계로서 구분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래의 사진을 살펴보자.

커플사진, 2015, JAKE IMAGE INSTITUTE
커플사진, 2015, JAKE IMAGE INSTITUTE

이 사진은 연인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프레임 속에는 전경으로 흐리게 처리한 꽃들과 나무가 보이고, 남녀가 마주보고 서있다. 여자는 꽃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데이트의 장면이거나 비슷한 상황의 연출임을 추측할 수 있다. 프레이밍에 의해서 인물의 허리 위쪽으로는 표현이 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프레임속의 요소들과 그것이 주는 분위기로 인해서 프레임 외부의 상황까지 유추할 수 있다. 이 사진처럼 프레임 내부는 외부와 연결될 수가 있다. 프레임으로 표현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이야기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생떽쥐페리가 말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딱 맞는 순간이다.

두 번째, 심리학에서는 프레임을 마음가짐이라고 표현한다. 이 것을 마음의 창이라고 다시 해석하면 그것은 사진적인 의미와 같다. 우리는 대개 관심이 끌리는 것을 찍는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약하거나 또는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도 사진을 찍는다. 의무적으로 찍어야하는 사진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을 찍는다면 그 프레임의 스토리는 당연 약할 수 밖에 없다. 스위스 화가인 Paul Klee는 “예술은 보이게 하는 것이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처럼, 사진은 풍경을 Copy하는 것이 아니라 이 풍경을 통해서 나의 무언가(감정)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 전적으로 내가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 이것이 곧 내 사진의 존재이유를 설명할 것이다.

뷰파인터 속의 프레임을 내 마음 또는 나의 스토리라고 생각해보자. 그저, 피사체를 내 마음에 드는 곳으로 움직이거나, 시선의 방향을 이동하거나 초점거리를 달리하여 프레임을 만들면 된다. 그리고 난 후에 그 피사체를 어떻게 표현할지 노출적으로 고민을 하는 것이다. 촬영 후에 사진을 보면서 이 프레임이 정말 내 마음 그대로인지를 프레임 속에 표현된 피사체(요소들)을 분석해도 더 좋은 사진을 찍는데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마음에 들지 않는 요소가 있다면 가감히 빼는 연습을 하는 것도 사진찍기에 상당한 도움이 되며, 주제가 선명한 사진으로서의 가능성을 높혀준다.

프레임(사진)으로 우리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필자가 좋아하는 David DuChemin의 말을 인용하면, 사진은 내 감정에 솔직하고 그것으로 표현될 이미지에 WHY를 묻고 답하는 과정이다. 내가 보았던 그곳을 통해서 느낀 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일종인 것이다.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이란 책에는 이러한 표현이 나온다. “상위 수준의 프레임은 why를 묻고, 하위 수준의 프레임은 how를 묻는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쩌면 우리에게 더 나은(특별한) 사진을 선사한다. 사진을 하나의 프레임으로서, 이 프레임을 만들고자 하는 나의 이유를 사진에 새겨보자.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셔터버튼을 누르기 전에 잠깐 고민을 하자. 그것이 곧 사진에서 비젼이라고 말한다.

자, 다시 위의 사진을 보자. 사진을 처음 시작한 때부터 몇 차례 갔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사진생활에 있어서 든든한 지원자가 많이 있었다. 지금도 변함없이 항상 감사히 생각하는 분들이고, 필자를 여기에 존재하게 해준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 장소를 통해서 그 때 나의 감정과 그 감정을 만들어준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다. 이 사진은 단순한 풍경의 이미지가 아니라, 필자의 삶이었고, 계속될 나의 추억이다. 영화에서는 프레임이 하나의 장면이다. 이 장면은 전과 후의 장면을 통해서 연속성을 가지며 이야기의 흐름이 완성된다. 우리가 찍은 한 장의 프레임은 영화의 장면처럼 과거와 미래의 이야기를 연결시켜줄 것이다. 사진은 프.레.임.이다.

정연호 jakeimagelab@gmail.com상업(인물)사진을 주로 촬영하며, “마음챙김”이라는 컨셉으로 편안한 느낌의 풍경사진을 찍고 있다. 제약회사를 다니다 취미로 시작한 사진이 현재는 업이 되었다. 제이크이미지연구소(JAKE IMAGE INSTITUTE)를 운영하고 있으며, 촬영과 강의 및 기획을 하고 있다. 사진촬영과 그것의 의미(마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 사진과 우리의 프레임(시선)과 좋은 사진 촬영가이드에 대한 글을 진행한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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