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현숙의 사회적기업 이야기] 사회적기업 인증제도와 문제적 대안 찾기

발행일시 : 2017-03-28 00:10
[김현숙의 사회적기업 이야기] 사회적기업 인증제도와 문제적 대안 찾기

소셜 벤처 창업에 뛰어들어 어느새 3년을 훌쩍 넘어 4년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기간 여정이 험난했지만 불확실성과 위기를 그런대로 잘 헤쳐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고비가 많았고, 자본금이 거의 바닥이 날 때까지 사업구조를 다지지 못했을 때의 두려움은 창업가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월급을 제 때 주지 못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위기관리 하겠다고 굳은 다짐을 했지만,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때 아무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지는 나 자신을 다독여야 하는 상황은 과거에도 일상 다반사였고, 지금까지도 거의 매일 머리 속 한 구석을 꽉 채우고 있다.

그러는 사이 사업은 조금씩 지지해주는 고객과 파트너들이 생겨나고, 지속 가능한 먹거리 창출 토대라고 할 프러덕트 리더십(product leadership)을 세우고, 더불어 한솥밥 먹는 식구들도 조금씩 숫자가 늘어가는 중에 있다. 여전히 불확실하기는 매 한 가지지만, 올해는 좀 더 큰 투자를 감행해 불확실성에 더욱 배팅하려는 전략적 의사결정을 한 상태이다. 또한 사업과 병행하여 인증 사회적기업을 신청해보려 하는데, 우리팀은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2015년에 받았고, 이것은 지정유효기간은 2년이다. 어차피 인증 신청을 하려면 올해 안에 하는 것이 절차상 필요하기도 하다. 참고로,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절차에 대해서는 지난 회 컬럼에서 다룬 바 있고, 사회적기업 인증을 이야기 하는 오늘의 주제와 더불어 함께 참고하면 도움이 되지 싶다.

예비사회적기업 다음 단계, 인증 사회적기업
먼저 사회적기업 인증요건부터 살펴보면 다음의 7가지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인증요건, 세부 진행절차 등 더욱 상세한 정보가 나와 있다.
인증절차 바로가기

1) 조직형태 및 유급 근로자 고용 : 민법에 따른 법인·조합, 상법에 따른 회사,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 또는 비영리민간단체 등 대통령령으로 조직형태를 갖출 것
2) 유급근로자 고용 : 유급근로자를 고용하여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할 것
3) 사회적 목적 실현 :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의 실현을 조직의 주된 목적으로 할 것
4)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구조 : 서비스 수혜자,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구조를 갖출 것
5) 영업활동을 통한 수입 : 영업활동을 통하여 얻는 수입이 노무비의 50% 이상일 것
6) 정관의 필수사항 : 사회적기업육성법 제9조에 따른 사항을 적은 정관이나 규약 등을 갖출 것
7) 이윤의 사회적 목적 사용 : 회계연도별로 배분 가능한 이윤이 발생한 경우, 이윤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할 것 (상법 상 회사·합자조합 등)

맘이랜서는 2013년도 창업 때부터 정관의 모든 항목을 사회적기업의 요건에 맞춰서 정리하고 주주간 합의가 되었기 때문에 위의 거의 모두 충족되어 있다. 물론 사업이 성장했고, 무엇보다 여성인재(경력단절여성) 교육을 더 많이 확대하고 직업활동 연계 성과가 만족스러웠기에 나름 자신감을 갖고 최근에 관내 유관 담당자에게 일차 문의를 해봤다. 그런데 위의 공지된 요건은 요건일 뿐 어차피 심사 단계에 들어가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재무제표라고 한다. 재무제표상 자산보다 부채가 단 1원이라도 높으면 무조건 인증이 안 된다는 피드백을 접했다. 맘이랜서는 창업 후 자본을 토대로 사업을 해왔고, 현시점 부채가 더 많기 때문이다. “무조건 안 된다?” 또다시 사회적기업 인증제도에 대해 그간의 체험들을 기억하며 복잡미묘한 여러 생각들이 겹쳐 올라왔다.

정부가 주는 보조금이 아니라, 자체 조달한 자본금을 가지고 사업의 본질에 충실한 영업활동에 의한 매출성과를 거뒀는데? 사회적가치 창출에 최선을 다했고 사회적 목적 달성 성과관리지표까지 도출할 만큼 히스토리와 DB도 제법 쌓았고, 그야말로 올해는 더 큰 투자와 사업확장을 해보자고 올해 도전적 사업목표를 세웠는데? 맘이랜서는 특히 실패 리스크가 큰 벤처 플랫폼 사업이고, 지난 3년간 무에서 유를 만들면서 비전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만으로 우린 스스로 대견한데?... 짧지만 다시 또 많은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이런 가치달성에 대한 평가가 부채비율에 가려 심사 시 무조건 탈락이라니…

그 후로는 다시 또 업무로 바빠 직접 담당지원기관에 더 이상 세부적 질의를 해보지 않은 상태지만, 사회적기업 인증요건은 재무적 안정성을 본다는 것만큼은 명확히 인지했다. 이런 세세한 요건을 미리 알았다면, 조금 더 신경 쓸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사업을 훨씬 더 야무지게 잘했을 것 같지는 않다.

[김현숙의 사회적기업 이야기] 사회적기업 인증제도와 문제적 대안 찾기

‘인증’은 수단일 뿐
이야기가 멀리 간 것 같지만, 공지된 인증요건이 아니라 막상 현실에선 하나하나 쉬운 게 없다는 것을 최대한 실감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최근의 사례 하나를 굳이 풀어냈고, 또한 주관적인 셀프 평가에 의한 여러 심정적 표현도 함께 표출했다. 그러나 이런 주관적 기준은 어디까지나 인증 신청자인 기업가의 생각일 뿐이다. 사회적기업 인증요건 어디에도 부채가 자산보다 많으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세부적인 심사단계로 들어가면 사업모델 검증과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는 주력사업 매출과 영업이익 추세선도 무색할 만큼 기업의 안정성을 그만큼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마 사회적기업 육성법 초기에는 이렇게까지 재무적 안정성을 꼼꼼히 들여다 보지 않았겠지만 지난 10년간 인증 사회적기업들을 배출하고 운영 관리해오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여기에 이르렀을 것이다.

사실 인증제도에 대해서는 비단 필자의 경험 말고도, 그동안 많은 얘기를 들어왔다. 필자의 얘기에 공감해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를 노크했다가 상담 한 번 받아보고는 지레 포기했다는 지인 기업가의 경험담도 들어봤고, 반면 인증 사회적기업이 되어 일정한 혜택을 입었음에도 정부로부터 인건비 지원 등 관리감독을 받는 과정에서 자존심 다치고 자꾸만 작아졌다는 기업인들의 한탄과 소회를 들으며 함께 공감한 적도 여러 차례 있다. 이 모두 사회적기업 인증제도가 갖는 제도적 한계와 경직성, 사회적기업 정의와 적용의 편협함 등 제도적 개혁이 없고는 풀리지 않을 문제들이다. 여기에 법과 제도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여지없이 생겨나는 규제와 증빙으로 점철된 답답한 관료행정에 이르기까지 ‘멋들어진 사회적기업’을 해보려는 꿈나무 예비 사회적기업가들에겐 인증 사회적기업은 사치이자 ‘넘사벽’이다.

이쯤 되면 사회적기업 인증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필자도 초기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 게 중요한지 고민도 좀 했지만, 사업모델 정체성을 먼저 확고히 검증 받는 게 우선이고, 그 과정에서 요건이 맞으면 해보자는 정도였다. 그리고 현시점 다시 고민해본다. 나는 왜 여전히 인증을 받으려고 할 까.

복기해 보면, 맘이랜서 사업모델은 민관 협업이 중요한 경력단절여성 문제해결과 혁신교육을 펼치는 데 사회적 협업이 중요한 플랫폼 사업이다. 맘이랜서가 추구하는 사회적가치 확산과 사업기회로서의 외연 확대, 즉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거두려면 정부가 주도해온 제도권 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 것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앞서 수 차례 컬럼에서 언급했듯이,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를 알아보고 부딪치면서 인식한 문제점과는 별개이고, 오히려 문제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려면 우리 팀이 인증에 실패하든 성공하든 겪어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인증은 우리가 믿는 사업 목적과 전략 실천을 위해 필요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인증 기업 지원 혜택과 문제점
인증 사회적기업에게 주어지는 여러 지원 프로그램과 우대혜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많다. 인증을 받고자 할 때 당연히 부수적으로 중요한 이점은 또 무엇이 있는지 함께 파악하면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일반인력 채용 시 인건비 보조, 사업개발비 지원 프로그램 등이 있긴 한데, 자의적 판단이지만 기업 자생력 확보 차원에서는 그렇게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는 생각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고, 아래 지원혜택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더 자세한 정보 보기

1. 4대보험료 지원(일부) : ‘최저임금 수준의 참여근로자 인건비’와 사업주가 부담하는 4대보험료의 일부(9.33%) 지원. 1년차 60%, 2년차 50%, 3년차 30%+20%(계속고용시) 지원
2. 전문인력 인건비 지원 : 기업당 3인(단, 유급근로자수가 50인 미만인 기업은 2인). 지원금 20%(1차년도) → 30%(2차년도) → 50%(3차년도)로 연도별 차등지원
3. 공공기관 우선구매 : 사회적기업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우선 구매 촉진(법 제 12조)
4. 법인세 • 소득세 감면 : 사회적기업에 법인세ㆍ소득세 3년간 100%, 향후 2년 50% 감면
5. 취득세 • 등록면허세 • 재산세 감면 : 취득세ㆍ등록면허세 50% 감면, 재산세 25%감면(‘18년 12월 31까지)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예비사회적기업에서 인증 사회적기업이 되었다 해도, 위와 같은 혜택이 무조건 보장되는 게 아니다. 매년 재원은 일정한도에서 집행되기 때문에, 인증 기업들에게 신청을 받아 그 안에서 심사를 통해 선발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여기에 응모하는 기업들은 계속해서 복잡한 지원 프로그램 요건과 절차, 증빙서류를 구비해야 하고, 선정과 탈락의 기로에서 울고 웃는다. 종종 이와 같은 제도적 문제점을 직접 경험한 동병상련 기업가들의 탄식을 접할 때마다 더불어 무기력한 느낌이 들곤 한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줄 세우기가 되고 마는 지원 프로그램은 과연 누구를 위해 매년 반복되는 것일까, 이런 프로그램을 반복하다 보면 과연 사회적기업이 안착하고 성장해 사회적경제가 튼튼해지고, 사회문제 해결에 진전을 가져 올까, 의구심을 거둘 수 없다.

이는 비단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현장 사회적기업가, 중간 지원기관 등 관련 이해관계자와 경험자들의 마음을 한결같이 관통하고 공감하는 문제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갈 것인가는, 비단 사회적기업 인증과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만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이 공론화되고 근본적 해법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법과 정책 입안자들일수록 현장의 목소리를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현숙의 사회적기업 이야기] 사회적기업 인증제도와 문제적 대안 찾기

창업가를 지치게 하는 것들
삶과 죽음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영원한 노예가 되어버린 자들을 좀비라 한다. 현실에서는 폐해가 심각한 관료주의를 여기에 빗댄다. 좀비는 주체성이 없고 떼로 몰려다니며 무한증식하는 속성이 있는데, 뿌리깊은 관료화의 속성을 극명하게 잘 보여주는 묘사란 생각이 든다. 이것이 과한 비유라 해도, 최소한 초기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창업가들은 대체로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창업가에겐 정부가 마련한 지원정책 하나라도 이용하려면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관료행정의 답답함은 단시일 내에 쉽게 개선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특히 창업 후 3년 넘게 직접 현장에서 부딪치며 마음 속 켜켜이 깊은 문제의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일반기업이나 사회적기업 할 것 없이 공감하는 것은, 바로 뿌리깊은 규제와 증빙만을 요구하는 안전 위주 관료행정이다. 정부가 매년 집행하는 모든 창업지원 정책, 중소기업 지원 정책들이 무수히 많지만, 막상 하나씩 뜯어보고 이용하는 과정에선 온갖 규제와 까다로운 증빙자료들 마련을 위해 본업에 충실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참으로 허다하다. 스타트업 창업가일수록 자본도 빈약한 처지에 인건비와 경비를 충당하려니 정부 지원사업과 단기 용역 등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정부 지원사업과 보조금, 단기 용역에 급급한 사업 돌려막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다시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를 들여다 보자.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중대한 진전이고, 현시점 1709개 인증 사회적기업을 배출한 만큼 최소한 양적 관점에선 성공적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매년 제한된 예산에 맞춰 인증 사회적기업을 배출하고 선정된 기업에 대해 예산을 배분하는 식의 관리행태나, 사회적기업 인증 범위가 취약계층 일자리창출과 사회서비스 위주라는 점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초기 취지 여하를 떠나, 지금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는 육성 기조 하의 제반 각종 지원 프로그램, 집행 관리과정 전반에 걸쳐 사회적기업을 줄 세우기 하고, 기초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사회적기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인증을 목표로 사업우선순위나 요건 맞추기에 신경 쓰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정부 인증기준에 적합한 기업으로 길들여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소셜임팩트 창출이라는 창조와 혁신 키워드는 애초부터 먼 방향이다. 이 점을 정책 입안자들은 분명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기업 하기
사회적기업 인증제도에 익숙지 않은 기업가는 처음부터 아예 독자적 길을 걷거나 조금 노트해보고 조금 시도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중도에서 떨어져나갈 것이다. 정부가 정해준 가이드에 맞춰 어찌어찌 인증 사회적기업이 되었다고 해도, 정부 용역사업이나 보조금 없이는 사업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 냉정하게 사회적기업으로서 정체성을 되돌아봐야 한다. 특히 비영리단체나 협동조합이 아닌 주식회사 사회적기업이라면, 명백히 자본시장경쟁과 고객가치창출을 통해 체질을 튼튼히 해야 하는 게 우선이다.

사회적기업이란 무엇인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 만큼, 사회적 목적에 충실한 사업활동을 하는 것만이 고객의 공감과 신뢰를 유지하는 핵심 근거이다. 그런데 사회적기업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보다는 자기 살기 급급한 조직으로 연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존재할 명분은 사라지는 셈이다. 결국 아무리 인증제도가 까다롭고 문제가 많다 해도, 사회적기업가 자신의 마인드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사회적기업가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 곧 문제해결자라고 할 수 있다. 인증제도에 연연하거나 그 안에 안주하는 것은 사회적기업가의 문제해결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외롭고 고단하더라도 꿋꿋하게 시장경제 논리에 맞게 경쟁하면서 사회적가치와 재무적 성과를 검증 받는 것만이 정도(正道)임을 스스로 다짐해본다.

김현숙 hskim@momjobgo.com 안랩 설립멤버로서 20년 넘는 기간 동안 조직과 함께 성장했고, 사업개발과 제품기획, 마케팅, 인터넷사업 총괄 등 현장의 사업책임자로 일했다. 4년 간의 안랩중국법인 대표를 끝으로 동그라미재단 사업책임자로 비영리섹터에 첫발을 내디뎠으며, 2013년 9월 소셜벤처 ㈜맘이랜서를 설립하고 여성인재 교육 및 일하는 엄마 아빠를 돕는 일•가정 양립 매칭 서비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맘이랜서는 현재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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