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은 모두 멘토가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한 이야기이다. 미국의 기업가들에게는 멘토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 꽤 일반화되어 있는 것 같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페이스북 주커버그에게 종종 조언을 주었다. 페이스북 초창기 어려웠던 시절에 주커버그가 스티브 잡스를 찾아 도움을 청했다. 잡스는 이전에 자신이 방문해서 영감을 받았던 인도의 한 사원을 찾아 볼 것을 권했다. 주커버그는 한 달여 기간을 그 곳에 머물면서 페이스북의 미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뜬 후에 페이스북의 CEO 주커버그는 다음과 같이 애도의 글을 올렸다. “스티브, 친구이자 멘토가 되어 주어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만든 것들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그리워질 것입니다.” "Steve, thank you for being a mentor and a friend. Thanks for showing that what you build can change the world. I will miss you."

멘토란 단어는 호메로스가 지은 ‘오디세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기 전에 아들과 부인 그리고 자신의 가문을 지킬 보호자로 지명한 사람의 이름이 멘토(Mentor)였다. 멘토는 오디세우스의 기대와 달리 힘이 없고 보호자의 역할을 잘하지 못했으나,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멘토의 모습으로 현신하여 아버지의 대리인으로서 아들인 텔레마코스를 이끌고 가문을 보호해 주었다. 그 후 멘토는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겸비한 스승, 조언자, 안내자 등을 의미하게 되었다.

멘토링은 1970년대에 미국의 민간 부문에서 크게 유행했다. 십 여년 전부터 국내의 일부 기업에서도 전문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하였으며, 이제 멘토란 단어는 당초의 의미를 넘어서 학교나 직장에서의 선배나 어떤 형태이든 조언을 해주는 사람을 지칭하는 광범위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심지어 보도에 의하면 일부 대선 예비 후보들은 몇 백 명의 멘토단을 출범시켰다고 하니 바야흐로 멘토가 범람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멘토는 스승 또 코치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사실 명칭을 무엇이라 하든 누군가의 역량을 키워 주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보면 본질적인 차이는 없겠다. 다만 가르침을 주기보다는 안내자, 조력자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어 있고, 스승과 제자, 코치와 선수간의 관계에 비해서는 멘토와 멘티의 연결 관계가 더 느슨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의 한 교수는 멘토를 ‘한 개인의 지속적인 성장과 삶의 목표 실현을 돕는 사람’ 이라고 정의하였다. 멘토는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알려 주거나 스킬을 전승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특정한 부문에서 많은 경험과 지혜를 가졌고 전체적인 흐름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가진 사람이다. 멘토가 반드시 멘티와 유사한 영역의 경험을 가질 필요는 없고, 멘티와 정기적으로 시간을 같이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부문에서든 일정한 성취를 이룬 사람은 사업이나 인생에 널리 적용되는 이치를 체득하게 된다. 멘토는 필요할 때 1:1 대화를 통해 멘티에게 지혜와 영감을 불어 넣어 주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멘티는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성장해 나간다.

인생에서 멘토를 만난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개인의 인생이나 사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정을 할 때, 경험과 식견을 가진 누군가로부터 조언을 받고 의지할 수 있다면 큰 힘이 될 것이고,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개인은 크게 성장해 나간다. 잭웰치가 GE의 회장이 된 직후 경영의 그루 피터 드러커를 만나 GE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드러커는 GE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다면 어떤 사업군을 영위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져 주었다. 그 후 잭웰치가 1-2위의 핵심 사업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모두 정리하여 GE를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 놓았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잘 알다시피 잭웰치는 GE의 가장 성공적인 CEO 중의 하나였고, 그가 GE에 끼친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인생에서 훌륭한 멘토를 만나는 것은 운명일까? 어쩌면 훌륭한 멘토는 자신이 의식적으로 끊임없이 노력하여 찾아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노력은 겸손함에서 출발한다. 혼자 힘으로는 크게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멘토의 역할과 가치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늘 주변을 살펴서 적합한 사람을 찾으면, 친분이 별로 없더라도 과감하게 멘토가 되어 주기를 요청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만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멘토를 찾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개인들이 멘토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하려면 멘토링이 조직화되어야 한다. 멘토링 시스템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이루어져서, 각 계층 별로 다양한 멘토 풀을 확보하고, 최적의 매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체계화한다면, 우리 사회 전체적인 인적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황경석 kyongshwang@gmail.com LG전자와 LG 디스플레이에서 경영자로 재직하였으며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속도경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경영전략 및 마케팅 분야의 컨설팅을 주로 하며 IT와 경영을 결합한 여러 저술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학원의 경제학과와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였고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에 대한 경영자문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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