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이 서울우유 매출을 넘으며 우유업계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는 허수이며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본업에 소홀한 결과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각 기업 공시자료 취합
매일유업이 서울우유 매출을 넘으며 우유업계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는 허수이며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본업에 소홀한 결과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각 기업 공시자료 취합

매일유업이 서울우유 매출을 넘으며 우유업계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는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본업에 소홀한 결과에 따른 허수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7일 관련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지난해 2015년(1조5422억원)보다 6% 증가한 1조6347억원(연결 기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25억원, 336억원으로 전년보다 44.6%, 29.0% 늘었다.

이로써 매일유업은 1969년 고(故) 김복용 매일유업 명예회장이 한국낙공가공주식회사를 인수해 매일유업을 창립한 후 48년 만에 처음으로 업계 1위 서울우유를 제쳤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1조6037억원의 실적으로 1위 자리를 매일유업에 양보해야 했다.

매일유업이 업계 정상에 올랐지만 보는 이들의 눈길은 곱지만 않다. 우선 매일유업이 본업인 유가공 사업에 소홀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매일유업의 실적은 유아동기업인 제로투세븐, 커피전문점 폴바셋을 운영하는 엠즈씨드 등 우유 이외 사업을 하는 자회사 실적까지 합산한 수치여서다.

실제로 각 기업이 공시한 2016년 유가공 사업의 매출을 살펴보면 서울우유가 1조3941억원, 매일유업이 1조530억원이다. 다시 말해 기업의 모태가 되는 유가공업에서는 서울우유가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전체 우유 시장 점유율에서도 마찬가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가 35.4%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남양유업이 15.2%, 매일유업이 14.9%를 기록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매출 1위지만 우유 시장 점유율은 이보다 두 계단 아래인 3위로 유가공 사업에 소홀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또 관련 업계에서는 원유 가격 하락에도 우윳값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해 8월 낙농진흥회는 흰우유의 원료가 되는 원유 가격을 기존 리터당 940원에서 922원으로 18원 내렸다.

하지만 서울우유만 주요 제품 5개에 한해 권장소비자가 기준으로 40원에서 최대 100원가량 내렸고 나머지 업체는 기존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관련 업계는 매일유업이 원유 가격 하락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을 크게 늘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매일유업이 서울우유 매출을 넘으며 우유업계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는 허수이며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본업에 소홀한 결과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매일유업과 계열사 CI. 사진=넥스트데일리 DB
매일유업이 서울우유 매출을 넘으며 우유업계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는 허수이며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본업에 소홀한 결과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매일유업과 계열사 CI. 사진=넥스트데일리 DB

특히 우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매일유업이 유가공 사업과 무관한 분야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실속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매일유업은 현재 유아동용 의류와 용품 등을 판매하는 ‘제로투세븐’을 비롯해 와인 수입사 ‘레뱅드매일’, 외식프랜차이즈 ‘크리스탈제이드’와 ‘엠즈씨드(풀바셋)’ ‘살바토레’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일본 맥주인 삿포로 맥주를 수입·유통하는 ‘엠즈베버리지’와 식자재 등을 유통하는 ‘엠즈푸드시스템’도 계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는 유가공 사업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가 어려워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한 사업 추진으로 판단된다. 1997년 국민 1인당 연간 우유소비량이 감소하자 매일유업은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컵커피(카페라떼·1997년), 와인(레뱅드매일·2001년), 외식(인도 레스토랑 달·2007년), 유기농(상하목장·2008년) 등이 그것이다.

사업 다각화는 매출 증대의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영업이익 부분에서는 역효과를 불렀다. 실제로 제로투세븐(84억원 손실)과 엠즈푸드(1억원 손실), 상하농원(3억원 손실) 등은 지난해 적자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 제로투세븐의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으며 올해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일유업이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외식사업에서의 실패도 빼놓을 수 없다. 매일유업은 지난 2007년 외식사업부를 신설한 후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였다. 인도 레스토랑 ‘달’, 일본식 전문점 ‘만텐보시’와 ‘야마하’ 그리고 돈까스 전문점 ‘안즈’ 등을 오픈했지만 이들의 영업권을 모두 외부에 넘겼다.

일각에서는 유가공 분야의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가 중요하다고 얘기도 나오고 있다. FTA 등 개방이 본격화 됐고 국민의 기본 먹거리가 되는 유가공 제품의 품질 향상과 생산시설 고도화 등이 중요하다는 것.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우유는 국민건강 증진에 필수적인 부분이다. 본업에 충실하며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우유업체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 다각화로 기업의 활로를 찾는 것은 국내 낙농업과 나아가 국민건강을 외면하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매일유업 관계자는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다"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우유제품 생산만으로는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없어 어렵게 각 사업을 끌어나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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