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체인 호텔인 이 호텔은 가운데 로비 부분이 7층 천정까지 트여있다. 호화크루즈처럼 중앙에 엘리베이터가 자리잡고 있고 2층과 3층에는 데크처럼 부페식당과 클럽이 자리잡고 있다. 마치 대형 크루즈선박에 타고있는 느낌이다. 클럽룸으로 예약했더니 아침을 3층 클럽에서 먹게 되었다.

3층에서 2층 레스토랑이 내려보이는데 와글거리던 부페식당이 8시가 되자 썰물이 밀려나간 듯 사람들이 없어진다. 단체여행 온 손님들이 8시에 투어를 시작한 모양이다. 클럽룸으로 예약한 사람들은 아침을 늦게 먹는지 식당에는 우리 둘만 덩그러니 앉아있다. 낭만적인 커플이라면 ‘널 위해 준비했어’ 라며 통째로 레스토랑을 전세낸 듯 보일 판이다. 현실은 그냥 무덤덤한 중년부부다. 우리도 나갈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오늘은 기차표사기에 도전하는 날이다. 요즘은 중국기차표를 인터넷에서 구입할 수 있긴 한데 좌석을 지정할 수가 없어 직접 기차역에 가서 사기로 했다. 검색해보니 하루에 수시로 있는 고속열차 자리가 많지않아서 우리 부부가 각각 다른 차에 타는 사태가 발생할까 두렵다.

그래서 기차역에 가서 직접 사기로 했다. 창구로 가서 물어보니 여직원이 당황하며 말로는 7번창구로 가라고 세븐이라는데 손은 6번을 가르킨다. 6번으로 갈지 7번으로 갈지 헷갈려하는데 우리를 지켜보던 나이든 직원이 6번을 가르킨다. 아마 직원 중 영어를 한다고 알려진 직원인 듯 하다. 다행히 원하는 날짜에 맞춰 장사로 가는 기차표를 샀다. 일반표는 이미 매진이라 비즈니스좌석으로 샀다. 중국자유여향의 난코스인 기차표사기를 완수하다니 뿌듯하다. 남편은 어설픈 내 중국어로 그나마 중국여행 하는 것을 대견해 한다. 하지만 내가 학원에서 배운 중국어는 거의 실용성이 없다. 심지어 한국인선생님께 배워서 성조가 엉망이라 내가 말하는 것을 중국인들은 알아듣지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행을 통해 성조를 고쳐가며 배우는 부분이 더 많다. 아무래도 다음 중국여행을 위해서 중국말공부를 더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는 중국인에게 성조를 제대로 배워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될 것 같다. 알아듣는 건 어느정도 하겠는데 내가 말하면 상대방이 답답해 하니 고생스럽다.

기차역에서 나와서 이번엔 돈을 찾으러 갔다. 넉넉하게 챙겨왔다고 생각한 현금이 부족할 판이다. 중국 물가도 올랐지만 무엇보다 입장료들이 엄청 올랐다. 어떤 날은 입장료만 천 위안을 쓰기도 했다. 호텔비는 카드로 지불이 되니 그나마 다행이다. 중국ATM은 유니온페이 아니면 안되는 곳이 많다. 우리카드로 찾을 수 있는 기계를 겨우 찾아서 돈을 꺼냈다. 현금을 찾고나니 맘이 든든하다. 계림은 생활물가는 착한 편인데 입장료가 장난이 아니다. 오늘 하루 돌아볼 공원들 입장료만 천 위안이상 잡아야 한다.

먼저 칠성공원으로 갔다. 칠성공원은 7개의 봉우리가 북두칠성처럼 자리잡았다고 칠성공원이라 한다. 칠성공원입구에 큰 사원이 있어 들어갔다. 사람들이 시주도 많이 하고 시주했던 공양물을 또 나눠주기도 한다. 우리도 초를 사서 불을 밝혔다.

용은동굴 입장 시간에 맞춰서 동굴로 갔다.

용은동은 길지는 않지만 만장굴처럼 내부가 넓은 구조다.

거기다 기묘한 형상의 석주들이 많아서 볼만하다.

요란한 조명만 아니면 좋겠다.

가이드와 함께 30분간격으로 입장이 가능하다.

길지않아서 금방 볼 수 있겠는데 가이드와 함께 움직여야 조명이 따라서 켜진다. 꼼짝없이 질질 끌려 다녔다. 1킬로미터정도의 길이인데 1시간정도 걸렸다. 동굴에서 나와서 산 정상으로 갔다. 산책로는 한가하고 정상까지 길도 완만하다. 정상에서 내려오니 배가 고파서 월아루 식당으로 갔다. 가격도 싸고 맛있다. 디저트로 케익과 커피까지 마셨는데도 백 위안도 안한다.

칠성공원에서 나와서 택시를 타고 첩채산으로 갔다.

첩채산을 오르는 중에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을 만났다.

첩채산 정상에서 다들 기념촬영 하느라 바쁘다.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선학봉으로 다시 올랐다.

선학봉 올라가는 도중에 만난 천문이 특이하다.

푸보산에 오를까 하다가 바로 정강왕부로 갔다.

왕부안에 있는 독수산에 올라가려면 왕부에 들어가야한다.

정강왕부는 명나라 주원장에 의해서 왕으로 임명되어 청조때 두 번 불나고 2차대전때 일본의 침공을 받았다 한다.
왕부실내는 사진촬영을 못하게 한다. 하라고 해도 그다지 관심이 가는 것이 없다. 우리는 독수산에만 올라가면 되는데 120위안이나 입장료를 내는 바람에 왕부내부까지 들어갔다. 왕조시대 관리처럼 분장을 하고는 글자 탁본을 시킨다. 각자 원하는 글자를 탁본해서 가져가게 하는데 우리는 탁본만 하고 나왔다.

실내는 대충 보고 독수산에 올랐다. 계단이 가팔라 아찔하다. 높은 산은 아닌데 가파른 계단을 오르려니 아찔하다.
계단폭도 높아서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간다. 시내중심에 있는 산이라 전망은 좋다. 왕조때에는 왕과 왕비만 오를 수 있는 산이었다 한다. 정상에 사당이 있는데 탁본한 종이들을 붙이고 다들 기도를 한다. 예쁜 아가씨가 시주를 하라기에 시주를 하니 염주를 준다. 염주를 리본과 함께 난간에 묶었다. 독수산에서 내려와서 상비산으로 갔다.

계림시내의 자랑거리 코끼리바위가 있는 산이다.

코끼리 등에 올라가는 격인데 여기도 가파르게 올라간다. 높지는 않지만 가파른 계단길을 따라 산을 5개 오르내렸더니 피곤하다. 오늘따라 치마입고 멋 부리고 나왔는데 고생이다. 상비산정상에 서니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6시30분전에 하상하라는 안내문때문에 석양을 제대로 못보고 내려왔다.

그래도 저물어가는 도시가 아름답다. 상비산에서 내려와서 호텔로 왔다. 저녁도 먹고 야경도 볼 겸 나갔다. 어제 갔던 먹자골목으로 갔다. 알루미늄호일국수집은 아직 열지않았다. 아마 야참으로 하는 모양이다. 철판구이집으로 가서 남편은 쇠고기 철판구이 나는 닭고기철판구이 시켰다. 망고쥬스와 생딸기쥬스도 곁들였다. 저녁을 든든히 먹고 호숫가야경을 보러 산책했다.

달과 해를 상징하는 누각이 아름답다. 호수를 한바퀴 돌고 나니 기분이 상쾌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호숫가를 돌면서 일월각을 배경으로 사진 찍느라 요란하다. 양강사호를 야간유람하는 배들도 왔다갔다 바쁘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 간식으로 빅맥하나를 사고 나는 잭프룻을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KFC에 비해서 맥도널드는 저녁이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한산하다. 다른건 몰라도 호텔 위치는 최고다. 호텔 주위를 먹을 거리가 둘러싸고 있다. 다시 계림으로 돌아와도 우리에겐 이 이상의 선택이 없을 듯 싶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