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명심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시간 관리’와 ‘돈 관리’이다. 아마추어 건축주들에게 제일 난이도가 높은 항목이 바로 이 요소가 아닐까 싶다. 사업관리에 경험이 있는 전문가라면 몰라도 대부분의 일반 건축주들은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진행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경우, 범하게 되는 오류 중 하나는 시간에 대한 비용 산정을 못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재가격도 오르고 인건비도 올라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행원가가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일에는 기간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며 원가에 대한 숫자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시간이 넉넉하게 있는 경우라면 섣불리 기획 작업에 들어가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공부하기를 권하고 싶다. 아는 만큼 변수가 계속 생긴다는 사실을 인지하려면 변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선택의 기회로 다가오면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시각이 조금씩 변형된다. 이때 초심을 잃는 경우가 대다수다. 초심을 잃으니 기획이 춤을 추고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진다.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진다는 것 역시 비용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자신이 하는 이야기에 신뢰가 떨어지고 선택에 둔하게 반응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는 선의로, 호의로 도와주려던 사람들도 수동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계속 관련 분야의 새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믿고 일할 수 있는 사람보다 자신의 귀에 솔깃한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남기 마련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평당 단가를 주변보다 저렴하게, 건축주가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알아서 짓고 알아서 빼가겠다는 외상공사 업체들과의 만남이다. 외상이면 소도 잡는다고 했던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외상공사만큼 건축주가 손해 보는 집짓기가 없다. 건축회사 입장에서는 외상공사만큼 쉬운 영업도 없다. 일단 외상공사로 계약을 하게 된다면 만약 건축주가 응당 치러야할 대가를 공사 후 치루지 못할 경우, 건축주 자신이 갖고 있는 재산을 합법적으로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시공사가 자금조달에 실패하여 공사 진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그 모든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는 사실도 인지해야한다.

현장이 많은 업자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현장이 많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공사자금을 별도관리 하지 않고 카드 돌려막기 하듯 공사자금 돌려막기를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일반 건축주 대상 집짓기 회사는 우리가 아는 대기업 건설사처럼 자산을 투자해서 공사를 진행한 후 기성 자금을 받는 형태의 공사가 아니라 건축주의 돈을 받아 그 때 그 때 검사받고 다음 자금을 받는 변형된 기성 공사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자산이 충분한 회사는 시행사업을 하지 굳이 소규모 건축 대행을 할 이유가 없다. 소규모 건축 회사들 대다수가 집을 지을 수 있는 기술은 있지만 시스템이나 회사 차원에서의 지원을 할 수 있는 자본력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 이들은 어떻게 외상공사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이는 결재 시기의 돌려막기라고 보면 된다. 즉, 인맥에 의한 외상공사다. 업자들 역시 하도급 업체에게 외상공사를 하다 보니 비용을 후하게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기에 이윤과 관리비를 더한다. 현금 공사로 할 때보다 최소 15~20% 증액은 다반사다. 하지만 건축주는 이를 알아채기 어렵다. 왜냐하면 절대 금액은 일반 공사와 유사하게 책정하고 사양을 낮춰서 맞추기 때문이다. 같은 평당 단가라고 해서 다 같은 품질의 공사가 되기 어렵다. 철근을 빼먹어도 자재를 바꿔도 이에 대한 관리가 시공사 입장에서도 까다롭게 하기 어렵다. 그들 역시 외상공사 일 테니까. 그렇게 되면 건축주는 소장에게 휘둘리고 소장은 하도급 업자들에게 휘둘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과연 외상공사 현장의 공사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들까지 외상 형태의 일을 할 수는 없을 테니 결국 조정할 수 있는 건 자재 수량 혹은 자재 사양이라는 빛바랜 솔루션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냐 이 말이다. 이 경우 건축주는 현장에 나와도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 일 수밖에 없다. 건축주가 이 시장에서 절대 권력을 갖는 것은 자금 동원, 집행 능력이 있는 포지션이기 때문인데 자금 집행을 위탁한 건축주는 현장에서 힘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현금이 돌아가지 않는 현장의 분위기 또한 상대적으로 좋지 않을 확률이 크다. 현장 진행비 역시 원활하게 집행되지 않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이 모든 위험부담을 안고 가야하는... 업계의 전문가라 해도 난이도가 높은 현장이 외상공사 현장이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외상공사를 굳이 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차라리 다른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바로 금융권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필자가 이런 의견을 낸다면 “누가 그것을 검토해보지 않았겠느냐? 대출 한도가 원하는 만큼 안나오니까 결국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반문하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일반 건축주들에게는 보편적으로 공유되지 않는 건축자금대출시장이 엄연히 존재한다.

사업자 대출이긴 하지만 PF라 불리우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바로 그것이다. 2017년 들어 10억 이하의 소규모 주택 건축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함께 활성화되는 추세이다. 보통 PF(프로젝트 파이낸싱)는 일반 건축주는 사용하기 어렵다. 일단 잘 모르기도 하고, 원한다 해도 금융권에서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특히 금융권에서 원하는 건축 시공사를 섭외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아주 급한 경우에는 법정최고이율 27.9%를 상회하는 고금리 자금, 쉽게 말해 사채까지 융통해 무리하게 사업을 하다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았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합법적인 제도권 내에서 안전하게 공사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부동산 신탁사와 결합하여 속속 선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주시하기 바란다. 토지비와 건축비는 물론 건축을 하는데 발생하는 모든 비용과 금융비용을 합산한 후 결산되는 총 사업비의 30% 이상만 확보할 수 있다면 최소 6% 대의 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들도 이미 출시되어있다.

주로 땅만 갖고 있는데, 그 땅에 대출만 무리하게 없는 경우라면 실행이 가능한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았다. 수도권이나 도심에 수익형 주택을 짓는 개인 건축주 대상으로 하는 상품도 출시되어있다. 건축주가 집을 짓겠다... 라는 마음의 선택이 섰을 때는 ‘집을 어떻게 지을까? 어떤 설계로 지을까? 어떤 자재를 사용할까?’ 고민하기에 앞서 건축에 사용할 수 있는 총 예산을 산정하고 ‘자금 동원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기 바란다. 금융상품도 엄연히 누군가 팔기 위해 만든 상품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기 바란다. 같은 조건이라도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어떤 라인을 통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비용 손실의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세무 컨설팅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건축자금대출이자 컨설팅이라고 본다. 따라서, 건축주는 집을 짓기 전에 건축자금준비를 어떻게 할 것이냐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의 흐름에 대한 이해가 클수록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음을 자각하기 바란다. 자금 확보에 여유가 있어야 건축주 자신도, 주변의 사람도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서동원 contentsm@naver.com 주택건축관리 전문기업 ‘친친디’의 대표이사이자 시공사 엠드라마타운의 대표, 주택문화칼럼니스트, 주택기획가로 활동중이다. 양평 모던엣홈, 양평 친친디 콘셉트 하우스, 산청의 봄, 유휴채 등의 주택모델을 기획, 개발 및 사업관리를 총괄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건축 파트너 선정부터 집짓기에 관한 모든 정보를 디지털 환경을 기반으로 제공하는 주택오픈마켓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다. 2017년에는 건축주와 건축파트너들이 상생할 수 있는 투명한 집짓기 온라인 플랫폼인 ‘셀프 헬프 집짓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저서로는 ‘집짓기 엑스파일’이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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