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피쉬 김수연 실장
디지털피쉬 김수연 실장

뉴스는 우리의 삶을 에워싸고 있다. 특히 온라인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일상화 되면서 뉴스는 우리의 삶에 더욱 깊숙이 들어왔다. 뉴스가 공유되고, 확장되는 범위와 속도는 유례없는 판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 더 이상 삶과 뉴스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 그 뉴스가 멍들고 있다. 요즘 화두로 떠오른 가짜뉴스 이야기다.

가짜뉴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지난해 말 미국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촉발됐다. 도널드 트럼트가 대통령이 된 배경에 가짜뉴스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가짜뉴스를 둘러싼 논쟁이 격렬하게 일었다. 하지만 가짜뉴스가 미 대선에 미친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믿거나’ ‘추정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행동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심각한 현상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워싱턴DC의 한 피자가게에서 아동성매매 조직을 운영한다는 가짜뉴스를 접한 20대 청년이 해당 가게에 들이닥쳐 총기를 난사한 황당한 일이 버젓이 벌어진 것이다. 가짜뉴스가 사회를 파괴하는 전염병이 될 수 있다는 징후가 여기에 있다.

사실 가짜뉴스라는 개념이 새로운 건 아니다. ‘아니면 말고’ 식의 유언비어나 교란을 목적으로 한마타도어의 역사적 뿌리는 깊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가짜뉴스는 이전의 흑색선전과는 차별점이 있다. 우선 가짜뉴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언론의 기사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점과 온라인과 모바일, 특히 SNS를 거점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된다는 점이다. 소수 집단을 대상으로 비방이 번졌던 과거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한국이 유난히 가짜뉴스가 들끓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얼마 전 보안사고를 겪은 여기어때는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여기어때가 성장가도를 달리는 과정에서 이용자의 정보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백 번 맞는 말이다. 아무리 정보 유출 이슈가 기시감이 많이 든다고 하더라도, 보안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준 사례다. 하지만 해당 이슈를 다룬 뉴스를 보면 과잉처럼 느껴지는 대목이 있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호도됐다.

일부 기사들이 여기어때의 보안사고를 기사화 하는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언급 돼 사건의 본질이 왜곡됐다. 예를 들어, 보안사고를 일으킨 주범의 공격 방식이나 피해 규모 등은 정부부처의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그대로 보도됐다. 이는 명백히 가짜뉴스다. 물론 기업의 잘못을 지적하는 언론의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처럼 가짜뉴스가 팽배하면 언론의 기능은 녹이 슨다. 몇몇 매체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2017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를 보면, 전통 미디어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실추됐다. 뉴스 및 정보에 대한 신뢰도(%)에서 전통미디어(2012년 58%, 2017년 42%)는 최근 5년 새 16%가 하락했다. 씁쓸한 지표다.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시대>에서 “뉴스는 아무런 사용설명서 없이 뉴스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알랭 드 보통의 관점에서 뉴스는 ‘대중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시각을 대입해 볼 때, ‘대중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은 사회적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에 팩트에 대한 의무에 신중해야 한다.

한 가지 고무적인 현상은 최근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해 국제 사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구글 뉴스랩과 크로스체크 프로젝트를 가동 중인 퍼스트드래프트(First Draft News)가 올해 초 본격 출범했고, 페이스북도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통해 가짜뉴스 정화에 나섰다.

특히 뉴욕타임즈, BBC 등 전 세계 90여 개 언론사가 뜻을 모아 결성한 퍼스트드래프트는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사실과 다른 맥락만 부각하는 오보를 철저히 검증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가짜뉴스가 근절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뉴스를 수용하는 이용자들에게도 비판적인 태도로 뉴스를 소비하는, 이른바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뉴스에도 불량이 있다. 불량 식품을 먹으면 탈이 나는 것처럼, 뉴스를 받아들일 때도 꼼꼼함이 필요하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잘못된 의견의 가치는 옳은 의견이 옳다는 증거를 부지런히 제출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잘못된 의견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부분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잘못된 뉴스는 개인과 기업 그리고 사회를 멍들게 할 뿐이다.

-디지털피쉬 실장 김수연-

(*이 기고문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