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황경석의 경영세설(經營世說)] 전임자와 후임자

발행일시 : 2017-05-02 00:15
[황경석의 경영세설(經營世說)] 전임자와 후임자

미국 대통령들은 후임자에게 성공을 기원하며 개인적 조언을 담은 편지를 남기는 게 전통이라고 한다. 로널드 레이건은 조지 부시에게 ‘바보들에게 굴복하지 말라’고 했고, 공화당의 부시는 민주당의 빌 클린턴에게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 선출된 트럼프도 ‘오바마가 남긴 아름다운 편지’라며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언론에 얘기한 바 있다. 그런 훌륭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트럼프는 취임 후 전임 대통령인 오바마 흔적 지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국 정치의 경우는 더 심하다. 새로운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 발전시키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그보다는 전임자의 치적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다. 전임자의 권위를 실추시켜 자신을 높이고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 권력의 속성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사정은 기업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직에서 신임 리더가 취임하면 담당 조직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기도 하고, 기존의 부실 재고나 채권 등의 위험을 필요 이상으로 과대 평가함으로써 자신의 향후 성과를 좋게 보이려 하기도 한다. 전임자의 공적을 최대한 부인하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과거와 결별하고 자신을 차별화하려고 한다. 성과가 좋지 않으면 이전에 잘못한 결과라고 전임자에게 미루고 책임을 회피하며, 잘된 것은 모두 자신이 잘한 탓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

‘나를 밟고 넘어가라…’ 후임자에게 이렇게 얘기하며 대의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전임자, ‘모든게 다 전임자가 기반을 잘 쌓아준 덕분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며 전임자에게 공을 돌리는 후임자, 현실에서 이러한 광경은 참 보기 드물다. 이러한 문제는 전임자가 후임자를 지명하거나, 후임자의 선정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그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 그러나 전임자의 의사와 관련 없이 후임자가 임명되거나, 대통령과 같이 선거에 의해 후임자가 결정될 경우에는 흔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권력이나 조직의 속성이라면, 리더가 바뀌어도 정책의 지속성이 유지되게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어떤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일까?

많은 경우에 새로운 리더가 선출되거나 임명되면, 그들이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는 특별한 관여를 받지 않는다. 정책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사후적으로 이루어진다.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경우에도 리더가 사전에 공약을 제시하기는 하나, 유권자는 공약의 큰 그림만 볼 수 밖에 없다. 특히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일반 유권자들이 정확히 이해하고 평가한 상태에서 리더를 선출하기는 쉽지 않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리더가 교체될 경우 전임자의 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프로세스를 공식화한다면 어떨까? 물론 이 때는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평가 주체의 선정과 평가 기준에 대해 신임 리더가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그런 절차를 거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 전임자의 정책은 리더가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실행이 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황경석의 경영세설(經營世說)] 전임자와 후임자

성과는 과거의 노력이 바탕이 되어 실현되는 것이다. 특히 장기적인 안목과 구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과제들은 더욱 그러하다. 국가든 기업이든 아니면 다른 형태의 조직이든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할 경우, 그것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그 조직에 체화되려면 적어도 십년 이상의 긴 호흡으로 실행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단기간의 노력과 비용은 도로에 그치고 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심지어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조변석개하는 우리 나라의 교육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중요한 정책일수록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일단 정책이 수립되면 정권이 바뀌어도 그 기조는 유지된 상태에서 보완되고 더욱 발전되어야 한다.

리더 교체 시 정책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과는 별개로 리더의 임기 또한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조직의 성과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그 조직의 리더이다. 정책의 지속성을 위해 리더의 임기를 길게 할 경우 독선적 운영, 매너리즘, 부패 등 우려되는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리더가 될 후보자들은 최대한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관찰되고 평가되어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견고한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 또한 권한의 집중에서 오는 리스크를 모니터링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도자에게 실질적으로 10년의 임기를 부여하는 중국의 정치 지도자 선출 프로세스나, 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전문경영인에게 20년의 임기를 보장해 주는 세계적 우량기업인 GE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황경석 kyongshwang@gmail.com LG전자와 LG 디스플레이에서 경영자로 재직하였으며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속도경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경영전략 및 마케팅 분야의 컨설팅을 주로 하며 IT와 경영을 결합한 여러 저술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학원의 경제학과와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였고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에 대한 경영자문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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