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윤창기의 건축이야기]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주거 공간

발행일시 : 2017-05-02 00:00
[윤창기의 건축이야기]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주거 공간

미래에 사람들의 삶의 공간은 어떻게 변할까? 이 물음에 가장 적절한 답을 줄 수 있는 책이 있다. 아서 C. 클라크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다.

이 책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 의해 1968년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란 영화로도 발표되어 SF영화의 전설이 되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00년 전에 태어난 작가가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미래를 상상한 것이고, 영화도 이미 5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영화에서 보았던 것들이 현재 우리의 현실에서 유사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우주왕복선의 디자인이 작가와 영화감독이 묘사한 디자인과 인공중력을 만들어내는 방법이 똑같다. 그리고 소설 속 디스커버리호가 토성에 가기 위해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을 붙였던 '섭동기동'은 10여년이 지난 후 보이저1호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원리로 가속을 하였고, 1945년에 묘사했던 '정지괘도'에 대한 논문은 그 후 18년 후 최초의 정지괘도용 위성이 발사된 점도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점이다.

어떻게 100년 전의 사람이 100년 후의 모습을 예견할 수 있었을까? 놀라울 따름이다. 요즘 SF소설이나 영화는 과거의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묘사 위주의에서 인간에 대한 탐구의 영역인 인문학적 감정에 기인하는 작품이 많다. 이렇게 상상 속에서 묘사되는 첨단 미래의 삶의 공간에 대한 이해는 SF 영화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토탈리콜, 아일랜드, 매트릭스, 혹성탈출, 마이너리티리포트, 스타워즈, 제5원소, 백투터 퓨쳐(사실 이들 영화는 필자에게 영향을 주었던 SF영화들이다)등을 보면서 필자도 이런 미래에 대해 많은 건축적 예견을 꾸준히 해왔다.

자료출처 : 스텐리큐브릭 2001 스페이스오디세이 영화 중 네이버 스크린 캡쳐 <자료출처 : 스텐리큐브릭 2001 스페이스오디세이 영화 중 네이버 스크린 캡쳐>

이렇게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래의 삶의 방식도 매우 많이 변할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삶의 기본인 주거라는 공간에서 현대의 주거 방식이 연장된다면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들이 있다. 필자는 아래의 다섯 가지를 생각해 봤다.

1. 나만의 공간(프라이버시)을 위해 필요한 구조적 3요소(바닥, 천정, 벽) – 새로운 차원의 형태를 실 생활에 적용시키지 않는 한 중력을 거스르지 않는 공간에서 절대로 변하지 않는 구조적 공간의 구성요소이다.
2. 외부와 자기만의 공간을 구분해 주는 물리적인 경계(현관문, 창문, 벽) – 외부세상에서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오는 입구
3. 절대적인 프라이버시 공간(화장실) - 인간의 생리욕구에 대한 행위가 달라질 것인가? 당연히 인간이 다른 형태로 진화하지 않는 한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가장 원초적인 욕구와 동시에 가장 프라이버시를 요구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4. 잠을 자는 공간(침실) – 혼자사는 사람들이 많아져 거실과 침실, 그리고 주방을 같이 사용하는 원룸형태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이 앉거나 서서는 자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은 누워서 잘 수 있는 공간은 필요하다.
5. 실내의 빛을 조절 할 수 있는 장치(조명) – 조명기구의 형태와 방법도 미래에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인공적인 빛을 만들어 내는 장치는 필요하다.

그런데 기술의 변화에 따라 쉽게 변할 수 있는 요소들도 있다.

1. 자연의 빛과 공기를 받아들 일 수 있는 경계 (창문) – 황사와 미세먼지에 민감한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밖의 공기를 못 들어오게 할 수도 있어야 하는 역설적 기능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를 보면 영화에서 등장하는 오염된 미래환경을 생각해 보면 신선한 공기와 햇빛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해 형태와 기능이 달라 질 수도 있다.
2. 먹기 위한 공간(부엌 그리고 주방) – 어쩌면 미래에는 이 공간은 변할 수도 있다. 다양한 미리 만들어진 요리들은 조리방법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 조리를 위한 불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식사를 위한 공간도 미래에는 식탁이 아닌 다른 공간이 될 수도 있다.
3. 가족을 위한 공용공간(거실) – 거실의 용도는 우리나라나 일본을 기준으로 볼 때 어쩌면 1인 가구가 너무 많아져 필요가 없어 질지도 모른다.
4. 가구의 변형 – 주거의 공간의 요구가 미래에는 영화 트랜스포머처럼 변할 수 있어서 다양한 개별가구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상용화 된 기능성 가구들을 봐도 소파가 침대로 침대가 식탁으로 그 식탁이 책상으로 변할 지 누가 알겠는가?
5. 위생적 그리고 힐링을 위한 삶을 위한 공간 (욕실, 싱크, 세탁실 등) – 위생적인 삶을 위해 공간이 복합화 할 수는 있어도 사람을 위해 물을 사용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욕실, 주방 중 세척을 위한 도구 그리고 세탁을 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우리나라의 예를 들면 냇가에서 옷을 빨고, 집에서 떨어진 곳에 화장실이 있던 시절을 생각해 보자. 화장실이 집 안에 들어온 시기가 100년이 안되었다면 이 또한 놀라운 변화가 아니었을까?)

필자는 위에서 현대의 주거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주거의 5가지 요소와 변할 수도 있는 5가지를 생각해봤다. 사실 변할 수 있는 요소들은 더 많이 존재한다. 사물인터넷과 4차산업은 우리의 삶의 진화에 여러 기능적인 요소를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한강에서 볼 수 있는 수상호텔의 예 (여의도 국제여객터미널, 수상호텔_경암건축 윤창기) <미래의 한강에서 볼 수 있는 수상호텔의 예 (여의도 국제여객터미널, 수상호텔_경암건축 윤창기)>

만약 인간의 삶이 4차 산업에 의해 정의가 바뀐다면, 어쩌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SF 영화 속의 삶의 모습은 현실화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인간의 삶을 오히려 힘들게 하는 문제들과 마주하게 될 것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황폐해진 미래의 도시 (자료출처 : 영화 애플시드에서 스크린 캡쳐, 네이버) <황폐해진 미래의 도시 (자료출처 : 영화 애플시드에서 스크린 캡쳐, 네이버)>

미래 변화된 인간의 삶이 인간에게 고통이 되기 전에 미리 예견하고 준비하는 것이 모든 분야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윤창기 changkiyun@naver.com 필자는 영국 AA School에서 도시계획과 건축학부분 석사학위를 받고 베니스 비엔날레, 국토부 장관상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는 경암건축 대표이자 수석 건축가이다. 런던과 바르셀로나, 아부다비 등 해외 여러 곳에 플로팅 관련 작품이 있으며, 한강시민공원의 플로팅 스테이지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이 성남, 여수 등 전국 곳곳에 펼쳐있다.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문화 콘텐츠의 장으로서의 건축을 꿈꾸는 건축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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