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눈사람 형태 사회 구조의 한계

발행일시 : 2017-05-04 00:10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눈사람 형태 사회 구조의 한계

2016년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부상하고 영국이 국민 투표를 통해 유럽 연합을 탈퇴하기로 하는 등 세계적으로 정치가 ‘이상하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해 말부터 한국은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올해 파면이 되면서 바로 대통령 선거를 하게 되었다. 동시에 프랑스에서는 극우 후보가 결선에 올라갔다. 영국은 올 6월에 총선이 있을 예정인데 브렉시트(Brexit)를 포용한 테리사 메이 총리의 보수당이 압승할 전망이다.

겉으로 보면 한국을 제외하고 이 ‘이상한’ 정치는 보수화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는 늘 보수와 진보 사이를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뭔가 이상하게 석연찮은 점이 있다. 언론은 전통적으로 진보이기 때문에 보수의 영향력이 상승하면서 정치가 이상해졌다고 느낄 수 있지만, 보수화가 처음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상’할까?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고정적 정치 이해로 예측할 수 없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정적 정치 이해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정치 이념은 좌우로 나누어서 중도파가 그 사이에 왔다 갔다 하면서 승자와 폐자가 나온다.

이 분석은 20세기에 공업화, 도시화한 선진국에서 크게 작용했고 오늘날에도 영향력은 여전하다. 즉, 인구 층이 두터운 중도파가 불만이 있고 변화를 원하면 좌로 가고 만족하고 현상 유지하고 싶으면 우로 간다. 각 나라의 정치 지도도 이를 반영해 정치 세력은 다양해도 주로 좌와 우로 분류할 수 있고 중도라고 하는 세력은 있지만, 상황에 따라 한 쪽으로 쏠린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많은 나라에서 구조적 변화에 따라 이 좌우 사이클이 물 밑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좌우 사이클을 주도하는 것은 중도파인데, 그들은 누굴까?

중도파는 바로 20세기 후반에 성장한 중산층이다. 제2세계 대전의 원인 중에 하나는 20세기 전반에 피라미드형 사회였다. 사회 위에 작은 지배 계층이 잘 살면서 특권을 누렸고 그 밑에 크지 않은 중산층이 있다. 그 다음에 위치한 대부분의 시민은 농촌 또는 공장에서 힘들게 살았다. 공산주의와 파쇼주의의 확산은 힘들고 어려운 사름들의 불만을 반영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파쇼주의의 재등장을 방지하기 위해 선진국은 중산층을 튼튼하게 키우는 정책을 도입했다. 그리고 미국과 소련 사이에 냉전이 시작되면서 공산주의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이 정책이 중요했다. 독일과 일본은 이 정책의 대표적 성공 사례이다.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눈사람 형태 사회 구조의 한계

그래서 피라미드형이었던 사회가 빠른 속도로 다이아몬드형으로 변했다. 다이아몬드형 사회 구조는 위에 지배계층이 아닌 상류층이 있고 가운데 인구가 많은 중산층이 있고 그 밑에는 작은 빈곤층이 있다. 중산층은 넓기 때문에 화이트칼라 전문직과 블루칼라 노동자가 소득 차이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으로서 비슷한 생활수준과 환경에 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산층이 사회적 안전의 기둥이 된다.

20세기 말에 디지털 혁명과 계속 되는 글로벌화에 따라 불과 30년 동안 커진 중산층에 변화가 왔고 21세기에 들어오면서 가속화됐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서 일자리가 줄어지기 시작했고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글로벌화에 따라 일자리가 노동이 비싼 지역에서 노동이 싼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블루칼라 노동자가 먼저 일자리를 잃어 점차 중산층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최근에 노동자뿐만 아니라 서비스직과 화이트칼라도 일자리를 잃고 있어서 중산층이 계속 작아지고 있다.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눈사람 형태 사회 구조의 한계

그런데 디지털 혁명과 글로벌화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기 때문에 중산층 중에는 이 변화를 잘 타고 성공한 이들이 있다. 옛날에 여행사나 서점이 많았지만, 인터넷 때문에 많이 없어졌지만 인터넷 때문에 프로그래머나 웹디자이너와 같은 새로운 직업이 생기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

이 과정에서 다이아몬드형 사회 구조가 점차 눈사람 구조로 변했다. 이 사회 구조는 눈사람의 복부라고 할 수 있는 밑 부분이 크고 위에 작은 머리가 있는 크게 두 계층이 있다. 비율이 사회마다 다르지만 밑 부분은 70% 정도이고 머리가 30% 정도이다. 복부에 다이아몬드형 사회의 중산층의 상당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고 머리에는 상류층과 전문직 화이트칼라가 포함되어 있다.

전문직 화이트칼라에는 전통적 변호사, 의사, 교수는 물론, 대기업 회사원, 공무원, 언론인, 그리고 디지털 혁명으로 새로 등장한 IT 산업과 크리에티브 산업에 일하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상류층과 같이 글로벌 경제의 승자이고 개인적 불만이 없기 때문에 환경 문제와 같은 글로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으면서 복부에 속한 넓은 계층의 불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최근의 반발에 대해 당연히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다.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눈사람 형태 사회 구조의 한계

문제는 눈사람 복부에 속한 계층은 ‘이상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반발이 심해지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다수의 의사가 결국에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눈사람 머리에 속한 계층은 아무리 ‘이상하다고’ 이야기해도 상관하지 않고 무시해버린다.

지금은 과도기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사회적 안전 측면에서 중산층이 튼튼한 다이아몬드형 사회 구조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민주주의 선진 국가가 20세기 후반에 파쇼주의를 극복하고 공산주의와 싸워서 이긴 경험이 우리에게 있다. 이 경험이 우리가 당면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할 것이라 생각한다.

로버트 파우저 robertjfouser@gmail.com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미시간대에서 일어일문학 학사 및 응용언어학 석사,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응용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와 일본 교토대에서 영어와 영어교육을 가르쳤고, 일본 가고시마대에서 교양 한국어 과정을 개설해 가르쳤다. 한국 사회를 고찰하면서 한국어로 ‘미래 시민의 조건’, ‘서촌 홀릭’을 출간했다. 취미는 한옥과 오래된 동네 답사, 사진촬영으로 2012년 종로구 체부동에 ‘어락당(語樂堂, 말을 즐기는 집)’이라는 한옥을 짓기도 했으며, 2016년 교토에서 열린 ‘KG+’ 국제 사진전시회에 사진을 출품했다. 현재 미국에서 독립 학자로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어로 ‘외국어 문화사’를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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