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간의 여행을 마무리하고 중국을 떠난다. 이번 중국 여행은 후난성, 광시성 두 곳을 다녔더니 보고 느낀점이 사뭇 다르다. 중국의 성장속도를 몸으로 느끼고 우리나라보다 큰 성을 각각 다녀보고 대국의 거대함을 다시 실감했다. 중국에는 우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공존한다.

롱화국제호텔 로비
롱화국제호텔 로비

우리가 마지막 묵은 호텔은 롱화국제호텔이다. 이름은 국제호텔인데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직원이 거의 없다. 광시성과는 확실히 다르다. 이유를 공항체크인하면서 알게 되었다.

람보르기니를 로비에 전시하고 외양은 미주나 유럽의 고급호텔못지 않다. 직원들 외모나 옷차림도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방도 일반적인 5성급호텔에 걸맞게 깨끗하고 현대적이다. 하지만 이름만 국제호텔이다.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 갈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다. 15분을 호텔 입구에 서서 기다렸다. 시간이 촉박한 여행자였다면 속이 새까맣게 탈 일이다. 택시가 들어오는 것이 고맙게까지 느껴진다. 장사시내에서 택시 타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어제 충분히 알게 되었다.

택시는 총알같이 공항으로 날아간다. 공항에서는 바가지 쓸 손님들이 줄 서서 기다리니 중간에 우리를 버릴 일은 없을거라 안심이 된다. 40위안이 나왔는데 50위안 줬다. 장사시내 물정도 그렇고 아침손님인데 기사에게 행운을 주고 싶었다. 대한항공 카운터가 아직 열리지않았다.

예상카운터에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않고 가방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10시25분에 열린단다. 2시간30분전에 열릴 카운터에 3시간도 되기 전에 가방이 줄을 서있다니 진풍경이다. 카운터전광판이 켜지니 더 놀랍다. 6개카운트중에서 4개가 단체 줄이고, 한 줄이 이코노미, 또다른 줄이 프라이어리티줄이다. 대한항공타고 왠만한 곳은 다녀봤는데 처음 보는 광경이다. 그만큼 개별 여행이 어려운 곳이라는 이야기다.

가이드들
가이드들

카운터가 열리기도 전에 가이드들이 카운터마다 붙어서서 직원들에게 뭐라고 한다. 직원들은 늘상 있는 일인 듯 신경도 안쓴다. 드디어 카운터가 열리고 단체 줄들은 소란하다. 내가 그 줄에 있지 않다는 것이 다행이다. 해외여행 중 중국 단체를 만나면 시끄럽고 남을 배려하지않는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중국안에서 우리의 모습이 그래보였다. 중국사람들 시끄럽다고 욕할 처지가 아닌 듯 싶다. 공항외형으로 보기엔 인천공항만큼 커보이는데 한국 홍콩 마카오쪽 게이트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보딩수속을 마치고 들어갔는데도 다른 쪽 게이트와 단절되어 고립된다. 우리는 체크인을 제일먼저 마친 덕분에 소란함을 빠져나와서 빨리 라운지로 들어갔다. 라운지에는 음료몇가지와 과자밖에 안보인다. 모바일폰 충전기를 꽂으려고 하니 꽂히지가 않는다. 구형소켓이다. 중국시골에서도 대부분 교체된 소켓들이다. 공항라운지에서 구형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 좀 쉬다가 면세점 구경하려고 나갔다. 보세구역안에 면세점이 몇개 되지않는다. 한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게이트쪽이라 사실 면세점에서 팔 것이 없을 듯 싶다. 단체관광객들이라면 이미 시중쇼핑센터에서 볼일을 다 봤을 것이다. 체크인할 때 보니 다들 엄청난 쇼핑짐들이다. 저가패키지의 원동력이니 할말이 없다.

보딩이 시작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드디어 중국을 떠난다 싶은데 이륙이 30분이상 지연된다.

장사공항 이륙대기 중
장사공항 이륙대기 중

트래픽에 걸려서 이륙순서에서 밀리고 있다.

지연된다는 방송을 수차례 들은 후에야 드디어 비행기가 하늘로 비상했다. 23일동안의 여왕놀이가 끝났다. 주부에게 여행은 무수리생활의 탈출이다. 밥, 청소 안해도 되고 매일 외출준비하고 폼 잡고 사진 찍는 여왕같은 일상이다.
그런 시간들이 끝났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중국여행 후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숨통이 트이곤 했다.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온 느낌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번엔 다르다. 중국의 시설들이 우리나라못지 않다 보니 인천공항이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왠지 선진대국에 다녀온 느낌이다. 우리나라 도로들이 좁아보이고 차들이 밀리니 답답하다. 이제 다시 무수리의 귀환이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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