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필자의 초대 개인사진전이 있어서 파리에 머물게 되었다. 파리는 패션으로 유명한 도시라는 점에서 파리 시민들이 입고 있는 패션에 눈길이 갔다. 지나는 평범한 행인인데도 스카프 하나 하나가 멋진 패션이었고 운동복처럼 보이는 간편복도 어찌나 색을 감각적으로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들을 가끔 촬영할 때도 표정들이 하나 같이 자연스러워 인물 사진들이 멋지고 편하게 나타났다.

그런데 필자는 최근에 사진을 배우려는 모임에 갔다가 단체 기념 사진을 촬영하게 되었다. 기념 촬영은 기록이나 좋은 추억으로 남기에 선뜻 함께 했다. 그런데 단체 촬영 후 한 지인이 필자에게 참석자들의 인물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조금은 난감했다. 왜냐면 당시에는 인물사진을 찍기에 적절한 장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사진이 다른 일반인들의 사진보다 나을 거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간단한 인물사진은 누가 찍든 크게 다르지 않다.

햇빛이 어떻게 비추느냐에 따라 인물 사진들이 달리 나오기 때문에 햇빛이나 조명의 상태를 잘 살펴서 사진을 찍으면 좋은 인물 사진이 나온다. 예를 들어 대낮 12시 해가 머리 위에 있는 상태에서 아무런 보조 장비가 없이 얼굴을 담으면 눈가에 그림자가 지고 모자를 쓰면 얼굴 모두가 어둡게 나오게 된다.

대부분 가족 모임이나 단체 촬영 시 모두가 하나 둘 셋하고 즐겁게 촬영을 하고 나면 딱 한번 볼 뿐 그 이후에는 잘 보지 않는다. 대체로 단체 사진은 한 사람 중심이 아닌 여러 사람의 얼굴을 담았다고 생각해 자신의 모습이 잘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고 또한 얼굴에 그늘이 져 있는 경우는 더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기록 원래의 목적 보다는 나 자신의 모습이 잘 나왔는지가 더 중요한 법이다. 또한 무질서하게 나온 사진을 보면 짜증이 나지만 기념 촬영으로 만족해하며 묵혀둔다.

자, 그러면 인물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대상 인물을 실내로 데려가거나 그늘진 곳으로 데려간다. 밝은 햇빛 아래 촬영하는 것이 좋아 보여도 실제로 결과물은 그림자가 가득한 모습만 나오게 된다. 그래서 인물을 제대로 찍고 싶다면 실내에서 가능하면 창가 부근에서 촬영을 하면 훨씬 자연스런 모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기념비 적인 상징물이 있는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실외에서 촬영을 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도 가능한 머리 위로 얼굴의 햇빛을 가릴만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자. 다른 구조물에 의해 인물 전체를 그늘로 만들고 사진 프레임 자체도 그늘로 제한을 해서 촬영하면 생각보다 자연스런 인물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인물을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이나 그늘 쪽에 있을 경우 어떻게 인물을 세우는 것이 효과적인가 생각해봐야 한다. 당연히 인물을 햇빛이 비치는 창가 옆에서 촬영하는 것이 훨씬 입체감을 살려준다.

아래 사진은 창가에서 목재 커튼을 친 상태에서 햇빛이 뒤로 들어왔을 경우와 옆에서 비추어졌을 경우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보았다. 사진 1 처럼 옆으로 들어온 햇빛은 대상물을 자연스럽게 비추고 있지만 사진 2의 경우는 모두가 어둡게 나왔다. 즉 아무리 빛이 좋아도 반대로 세우면 대상물이 검게 나타나 생동감을 나타낼 수가 없다.

사진 1. 햇빛이 옆에서 비추었을 경우
사진 1. 햇빛이 옆에서 비추었을 경우

사진 2. 햇빛을 뒤로 하고 촬영했을 경우
사진 2. 햇빛을 뒤로 하고 촬영했을 경우

거리를 걷다가 풍경을 담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햇빛이 없을 경우 대상물을 구분하지 않고 촬영을 하지만 정작 해가 있을 경우 해를 비추는 방향과 그리고 그림자,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실내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으로 나오는 빛은 전혀 다를 수가 있다.

사진 3. 출근길 한양도성 벽에 비친 빛을 보며 촬영한 경우
사진 3. 출근길 한양도성 벽에 비친 빛을 보며 촬영한 경우

이렇게 빛이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가 다른데 이를 극복하는 연습 방법은 직접 빛이 들어오지 않는 창문에 서서 커튼이나 반사된 빛을 옆에 놓고 인형 또는 지인을 세워서 45°나 90° 각도 별로 촬영하는 것을 연습해 보자. 각도에 따라 빛이 다르게 들어오고 대상물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실감할 수 있다.

백승우 swbaek@hanmail.net 그랜드하얏트서울 상무. 호텔리어, 사진가, 교수, 작가, 궁궐 및 한양도성 해설가 등 다양한 활동을 즐겁게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7월 파리 ‘La Capital Gallery’ 초청의 사진전 'The Window 시리즈 개인전’에서 전 작품 매진의 성과를 거뒀다. 2017년 4월 파리 샹제리제 ‘The Gallery Boa’ 초청 아시아 최초 개인 사진전은 호평 속에서 성황리 마쳤다. 11월에도 파리 르부르 지역 ‘La Capital Gallery’ 특별 초청으로 한 달간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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