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서정화의 문화의 향기] 자연의 談 너머에는 ; 꿈처럼 초록처럼, 시민참여로 성장하는 서울숲 공원

발행일시 : 2017-05-17 00:00
[서정화의 문화의 향기] 자연의 談 너머에는 ; 꿈처럼 초록처럼, 시민참여로 성장하는 서울숲 공원

살아가면서 감사한 사람들이 참 많다. 누군가는 ‘말로 꼭 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금전의 가치보다 중요한 것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인사치레에 민감해지고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들에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가까운 어른들께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자주 전해야겠다. 그런데 사람뿐만이 아니다. 좋은 말로 칭찬하며 키운 꽃은 더욱 향기롭고 건강하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 한다.

나는 종종 나무를 안아주기 위해 산을 찾거나 집근처의 서울숲 공원으로 산책을 간다. 특히 비가 조금씩 뿌리는 날에는 방문객이나 산책하는 사람이 드물어 나무와 대화하기 좋다. 이상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나무 아래에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무가 대답을 하듯 나뭇잎을 흔들어댄다. 그러면 그들에게 인사를 한다. ‘고맙다.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 황량했던 서울숲을 개발 초기부터 지켜본 필자는 서울 시민으로서 공원(2007년 ‘서울숲 공원’으로 명칭을 변경)의 나무들이 대견하고 고맙다.

공원이라 하면, 사전적 의미로 국가나 지방 공공단체가 국민의 보건·휴양·놀이 등을 위하여 마련한 정원이나 유원지, 동산 등의 사회시설을 의미한다. 서울숲은 자연공원이 아닌 도시공원에 속하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도시를 계획한 시설 가운데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부는 자연과 생태에 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서울시의 경우, 2002년 ‘생활권 녹지 100만평 늘리기’ 계획 중에 하나인 서울숲 조성계획을 발표하면서 주민설명회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2005년 개원을 하게 된다. 이를 시작으로 서울시 항동 푸른 수목원, 암사역사 생태공원 등의 중대형 공원이 새롭게 조성되었다.

서울숲이 위치한 성수동 1가 685번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정수장, 경성수도양수공장(京城水道揚水工場)이 있던 곳이다. 서울시 최초의 수원시설이었던 이곳은 대한제국시대인 1903년 미국인 콜브란(H. Collbran)과 보스트위크(H. R. Bostwick)가 상수도 시설에 대한 특허를 받아 1908년 8월에 준공하였다. 현재는 노후 된 공장시설물들은 서울숲의 ‘갤러리 정원’과 ‘곤충식물원’으로 활용되고 송수실은 ‘수도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1954년 서울 경마장이 개장되고 골프장도 운영되었지만 1989년부터는 주민체육시설을 건설하여 지역주민의 여가공간이 되었다.

서울숲은 크게 5개의 테마공원이 있다. 첫째, 문화예술공원은 서울숲의 중앙에 위치하여 운동과 문화, 공연 등을 즐길 수 있으며 어린들을 위한 모래놀이터와 가족마당 등이 있다. 둘째, 생태숲은 사슴, 고라니, 다람쥐 등 야생동물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셋째, 체험학습원에서는 다양한 곤충과 식물을 관찰할 수 있으며 나비정원과 곤충식물원, 갤러리 정원 등이 있다. 넷째, 습지생태원은 습지의 자연환경을 원형 그대로 보전하여 계절별로 찾아오는 철새와 습지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습지 초화원과 조류 관찰대 등이 있다. 다섯째, 한강수변공원은 서울숲과 한강변을 이어주는 자전거 도로가 시원하게 뻗어있다.

필자가 자주 가는 곳은 문화예술공원과 생태숲이다. 가끔 자전거를 타고 한강수변공원 근처를 달리기도 한다. 문화예술공원에 있는 이름 모를 풀꽃과 갤러리 정원의 잘 가꾸어진 꽃들이 좋다. 갤러리 정원의 비스듬한 꽃밭에 한 직원이 앉아있다. 등에 ‘서울숲 컨서번시’라는 글귀가 박힌 조끼를 입었다. 컨서번시(conservancy)는 국토・항만 등을 관리하는 관리단이라는 의미로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다.

‘서울숲 컨서번시’는 서울그린트러스트의 다양한 활동 중 서울숲을 운영하기 위해 만든 전문조직이다. 즉 서울숲의 운영을 위한 서울시와의 계약 주체는 서울그린트러스트이지만, 도시공원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지역공동체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문화교육 등의 일은 서울숲 컨서번시팀의 주요 업무라고 할 수 있으며 2016년 11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은 뉴욕의 도시공원인 센트럴파크(Central park)의 운영체계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산제비나비와 흡밀식물(吸蜜植物), 서울숲 나비정원 <산제비나비와 흡밀식물(吸蜜植物), 서울숲 나비정원>

이러한 사례는 낡은 상태로 방치되어 온 항구를 도시공원으로 조성한 브루클린 브릿지 공원 (Brooklyn Bride park)에서도 찾을 수 있다. 브루클린 브릿지 공원은 공원 개발을 지역 사회와 협력하여 추진하였고 개발 전에 지방정부와 지역사회의 협약을 통해 ‘공원관리는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책임’임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브루클린 브릿지 공원 컨서번시’는 주민들의 공원 이용 프로그램과 관리운영에도 시민참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공원의 필요성과 가치를 널리 알리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도시공원은 공공의 서비스차원에서 환경과 재해방지 차원의 공간으로 활용되어왔다. 이후 사회·문화의 시대적 변화에 따라 휴양, 치유, 건강을 위한 문화공간으로서 교육적 측면이 강화되었다. 이제는 조금 더 나아가 시민의 참여로 시민이 직접 운영하고 관리하는 공간이 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청소년과 노인을 위한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그들이 맘 놓고 이용할 수 있는 시민 참여형 서비스를 모색 중이다.

실제, 서울숲에서 운영하고 있는 ‘나비정원’에서 만난 나이 지긋한 자원봉사자는 나비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으며 친절하게 그의 지식을 공유해주었다. 그곳에서 본 흰나비와 산제비나비, 호랑나비는 물론이며 기주식물(host plant, 寄主植物)에 붙어있는 애벌레와 번데기를 일일이 찾아 보여준다. 그의 친절함에 서울숲의 컨서번시가 이러한 비전을 지녔구나 하고 이해가 되었다.

근래 서울숲에서는 지역공동체와 기업의 참여로 벼룩시장(flea market)이 활발하다. 많은 프로그램과 480,994㎡라는 넓은 공간에 비하여 주차공간은 협소하지만 대중교통이 편리하여 접근성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주말이면 가족을 비롯한 여러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얼마 전에는 단오를 앞두고 ‘단오마켓’을 열고 있다는 소식에 서울숲을 찾았다.

애벌레와 기주식물(寄主植物), 서울숲 나비정원 <애벌레와 기주식물(寄主植物), 서울숲 나비정원>

우리나라에는 정월 초하루, 설을 시작으로 고유의 세시명절이 16가지나 된다. 그 중 설과 추석, 한식은 단오와 함께 4대 명절에 속한다. 단오는 음력 5월 5일로 수릿날이로도 하는데 옛말에 ‘5월 단오 안에는 못 먹는 풀이 없다’하여 수리취 나물과 쑥으로 떡을 해 먹으며 몸을 보신하고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며 두피를 보호했다. 또한 풍년을 빌고 나쁜 액을 쫓아내는 의례들을 지냈으며 여인들의 그네타기와 남자들의 씨름, 탈춤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여름이 오기 전 봄철을 보내는 ‘풀이’와 같은 시기가 단오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를 담은 단오마켓(주최 오매, 원광디지털대학교 복식과학학과)은 전통한복과 생활한복, 다양한 공예품을 판매하였고 맛있는 떡과 매듭 팔찌 만들기 등의 체험행사를 진행하였다. 중·고등학생의 현장학습을 비롯하여 한복에 관심 많은 여성방문객이 많았다. 놀라운 점은 그동안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한복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었다.

푸른색 치마와 주황색 치마, 작은 꽃무늬 저고리를 입은 여학생들이 긴 머리를 날리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초록의 나무 아래 깔깔거리는 그녀들의 모습에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이 생각난다. 마치 그녀들을 쫓는 나비가 나인 듯 내가 나비인 듯하다. 싱그러운 오월의 초록이다.

자전거를 타는 한복 입은 여학생들 <자전거를 타는 한복 입은 여학생들>

서정화 fine0419@nextdaily.co.kr, fine0419@hanmail.net | 칼럼니스트, KBS방송국,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생물자원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근무하면서 미디어와 박물관·미술관, 환경, 공예·디자인 관련 경험을 하였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문화재연구소 전문위원이며 동화작가이다. 박물관교육학박사로 다양한 기획과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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