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현숙의 사회적기업 이야기] 이성으로 소통하는 쿨한 사회적기업 되기

발행일시 : 2017-05-18 00:10
[김현숙의 사회적기업 이야기] 이성으로 소통하는 쿨한 사회적기업 되기

띄엄띄엄 사회적 기업 이야기를 풀어온 지 어느덧 7회째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동안 사회적기업의 가치와 정의, 현실적 문제들을 경험을 토대로 풀어내고자 노력했고, 한편으로는 우리 팀의 사업도 열심히 해서 그 시행착오와 성과를 분석해 실례로도 다뤄보고 싶었다. 말하자면 책상머리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 좌충우돌을 거듭하며 배우고 성장해온 과정을 공유하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오늘은 그래서 필자가 창업한 사회적기업으로서 ‘맘잡고’ 좌충우돌 사업 여정을 생각이 가는 대로 한 번 적어보도록 하겠다. 좌충우돌이긴 하나, 사업을 개척해 오면서 구호로서나 실행에서나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었던 까칠한 성과측정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에 관한 이야기다.

죽음의 계곡에서 버티기
2013년 9월 소셜 벤처 창업 시점 꿈꾸었던 것은,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측정할 수 있고 매년 그 성과를 고객, 파트너와 함께 공유하고 확산시켜 나가는 자칭 ‘소셜 협력 네트워크 플랫폼’이 되는 것이었다. 초기에는 너무 이상적이고 광범위하게 접근했지만, 수개월 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점차 범위를 좁히고, 현장에서 고객 경험을 쌓으면서 사업의 정체성을 명확화하기에 이르렀다.

현시점 우리 팀의 사업 모델을 요약하면, 맘잡고는 경력단절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직업비전 제시(코딩 기반 미래인재교육)와 그에 적합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배출된 여성들이 교육현장에서 교육 전문가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매칭 협력 플랫폼이다.

이와 같은 사업모델은 지난 3년간 별다른 수정 없이 그 틀을 공고히 해왔다. 지금까지 맘잡고를 거쳐간 여성 인재가 1천명을 넘어섰고, 특히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나서 함께 학습하고 협력하며 교육으로 함께 재무적,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사업에 동참하는 ‘맘이랜서 네트워크’ 회원이 절반에 이른 점에서는 우리 팀의 제안한 문제해결 방식이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고맙고 뿌듯하다. 그러나 자본금이 바닥이 날 때까지 사업구조를 다지지 못했을 때의 위기감, 두려움은 지금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반복되고 있고, 이러다 월급을 제 때 주지 못하는 상황이 올 까봐 아무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지는 나 자신을 다독이는 일은 지금도 일상다반사다. 특히 불확실성이 큰 플랫폼 개발을 병행하다 보니, 매일같이 현금 고갈을 걱정하며 언제 벗어날지 모를 살얼음판 죽음의 계곡을 버텨내야 하는 창업 4년차 벤처기업인 것이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
영리조직이든 비영리조직이든 사업진도와 성과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한 말임에도, 막상 이를 조직 내 일상적인 프로세스로 녹여내기란 그렇게 쉽지가 않다. 특히 무에서 유를 우선 입증해야 하는 창업준비단계와 사업 초창기일수록 대체 무엇을 어떻게 측정지표로 삼아야 할지 막연하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지표란 매출액이나 영업이익률 같은 결과지표가 아니다. 말하자면 업종 특성을 바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 즉 해당 사업모델의 고유 속성을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과정성과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또한 이것은 주관적이고 정성적인 것이 아니라 정량화된 성과측정지표여야 한다. 좀 더 단언하면, 스타트업이 이러한 지표를 바탕으로 한 사이클을 경험했다고 하면, 사업모델 초기 뿌리내리기에 성공했음을 의미하고, 장기 관점에서도 그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사실 어렵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 지표가 있으면 일단 마음이 편안하다. 흡사 나침반처럼, 우리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알 수 있고, 또한 지금 무엇을 먼저 해야 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알 수 있다. 한편 긴장도 된다. 위험이 보이니 이를 회피할 전략을 마련하고 전술도 구사하게 된다. 창업 4년차에 접어든 맘잡고 사업을 예로 들어보자

<맘잡고 사업목표 달성을 위한 측정지표>
1. 재무적 성과측정지표 : 매출액, 영업이익액
- 제도적 뒷받침 : 공헌이익 기반 관리회계 셋업하기

2. 소셜 임팩트 성과측정지표 : 교육과정 참여회원 수(교육수료자), 맘이랜서네트워크 가입회원 수, 공유회원 및 협력회원 수(맘잡고 협력기금 제공 회원)
- 제도적 뒷받침 : 맘이랜서네트워크 총회 발족, 회원 권익을 대표해 활동하는 운영위원회 활성화
- 그 외 개발 및 적용 중인 연관 측정지표 : 회원 학습횟수(경력개발활동 참여도), 회원의 경제활동 참가율, 경제활동 참여 회원당 월평균수입

맘잡고 사업의 특징은 소셜 임팩트 창출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보조지표들을 개발하고 성과 관리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고 생각하지만, 이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것은 우리의 핵심고객인 여성인재들이 여기에 공감하고 회원 가입해 활동하는 회원들의 숫자가 날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긴장도 되는 것은 회원 수가 늘고 있는 만큼, 회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 풀어내고 경력개발기회와 경제활동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흔히들 결과만 보지 말고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고 하는데, 지극히 공감한다. 그런데 이것을 ‘결과는 정량적이고 과정은 정성적인 것’ 으로 해석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 같다. 비영리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이 종종 정성적 가치에 치중하다 경영의 기초를 무시하는 경우를 지켜본 경험이 있어서 강조하면, 영리든 비영리든 그 중에서도 특히 사회적기업이라면 더욱 더 결과와 과정을 모두 정량화하고 그 성과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단언컨대,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결국 성공할 수 없다.

[김현숙의 사회적기업 이야기] 이성으로 소통하는 쿨한 사회적기업 되기

사회적기업의 측정지표 개발
위에서 언급한 맘잡고 사업의 ‘소셜 임팩트 성과측정지표’는 우리가 소셜벤처(사회적기업)로서 존재의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소중한 근거이다. 이를 매년 숫자로서 그 성과를 시각화해서 맘잡고 사이트를 방문하는 누구나 숫자로써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데, 이렇게 하려면 먼저 내부적인 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라서 효과적인 DB 누적과 프로세스를 어떻게 가져가면 좋을지 고민 중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핵심고객과 파트너를 포함해 대외적으로 누구나 인정할만한 객관적 성과를 숫자로서 증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참여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합리적 판단에 있다.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사회적기업은 비영리 속성을 갖고 있지만, 사회문제를 사업기회와 전략으로 펼쳐나가는 기업이다. 선한 의도와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고객(후원자)에게 감동과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 활동과 이벤트에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사람, 시간, 돈)를 쏟는 비영리사업도 있겠지만, 맘잡고사업은 감성보다는 이성적이고 합리적 판단으로 자발적 참여가치를 이끌어내는 쿨한 사회적기업으로 평가 받고 싶다.

결론적으로, 사회적기업의 측정지표는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도, 내부적으로 재무적 성과목표를 정하고 그 결과를 얻어내는 방편으로서도 이렇게 안팎으로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나침반이다.

린 캔버스로 사업모델 점검해보기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을 설명할 때 주로 쓰는 도구로, 린 캔버스(Lean Canvas)가 있다. 필자가 이전에 맘잡고사업을 설명할 때 BMC(비즈니스모델 캔버스)를 다룬 적이 있는데, 린 캔버스는 이와 유사한 방식의 스토리보드로, 창업자가 자신의 사업모델이 성공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자주 활용하고, 창업교육기관에서도 교육용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린 캔버스, 애시 모리아 저 <린 캔버스, 애시 모리아 저>

사회적기업 창업을 계획 중이라면, 일단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세운 사업계획에 입각해 린 캔버스에 핵심 요소들을 대입해볼 것을 권한다. 필자의 경험상, 린 캔버스는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는 순간부터 바로 깨지기 시작하지만 그러한 경험 자체가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또 맘잡고 사업모델 경험을 공유해보면, 최초 구상했을 때의 아이템은 코딩교육이 아닌 보육솔루션 매칭이었다. 이 때 린 캔버스를 잠시 그렸었는데, 그때는 사업 아이템이라고 할 ‘솔루션(Solution)’에 대한 집착이 커서 그랬는지 이것을 중심으로 린 캔버스의 다른 핵심 요소들을 솔루션 중심으로 억지로 그럴 듯 하게 꿰 맞췄던 것 같다. 당시만 해도 온라인 서비스 사업 위주로만 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때의 측정지표는 활성사용자수, 매칭성공율, 이탈율 같이 고객을 확보하고 난 다음의 먼 미래의 지표들을 우선 가져다 놓았고, 실제로 고객을 가급적 만나지 않는 온라인서비스 매칭 성과로만 승부하려고 했다. 정말이지 린 캔버스는 의외로 손쉽고도 싱겁게 완성되고 말았다.

그 뒤로 막상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고 그분들의 입장에서 계속 생각하고 행동의 우선순위를 정해실행에 옮기다 보니, 앞서 세웠던 가설로서의 린 캔버스는 여지없이 폐기되었다. 사업 목적의 큰 틀은 그대로지만 핵심고객이 더 세분화되고 솔루션이 변경되거나 일부는 아예 교체되었으며, 동시에 가치제안도 구체적으로 차별화되었다. 이것은 오로지 현장에서 여성인재 고객들을 만나고, 핵심 파트너들을 섭외하고 만남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깨지고 좌충우돌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산물이다. 대외적으로는 이렇게 고객과 파트너를 만나면서 꾸준히 영감을 얻고, 내부적으로는 측정지표를 통해 손익흐름을 예상하고 관리목표를 세워 목표에 집중한 사업활동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끝으로, 린 캔버스는 그 어디에도 사회적가치를 따로 분리해 적어 넣도록 되어 있지 않다. 단지 9개의 블록이 제시한 가이드에 맞게 기술하면 되지, 굳이 각 블록 간 핵심적인 밸류체인이 느껴지지 않는 사회적 목적이나 가치제안, 공익활동들을 열거식으로 나열한다면 그것은 한편으로는 린 캔버스의 ‘린’해야 하는 가이드에 어긋날뿐더러 사업전략과 실행방식에서 사업간 시너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열거된 활동에 에너지를 쓰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필자의 생각은, 그 기업의 사회적가치 창출 활동은 린 캔버스로 그려낸 전체 사업구조를 통해서 사회적가치를 읽어낼 수 있도록 그 안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캔버스 내의 각 구역별 요소들이 현장에서 강력한 밸류 체인으로 작동한다면, 그 기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도 결과로써 입증될 것이다. 결국 영리든 비영리든, 재무적 목표든 사회문제 해결 목표든, 측정할 수 없다면 지속 가능할 수 없다.

김현숙 hskim@momjobgo.com 안랩 설립멤버로서 20년 넘는 기간 동안 조직과 함께 성장했고, 사업개발과 제품기획, 마케팅, 인터넷사업 총괄 등 현장의 사업책임자로 일했다. 4년 간의 안랩중국법인 대표를 끝으로 동그라미재단 사업책임자로 비영리섹터에 첫발을 내디뎠으며, 2013년 9월 소셜벤처 ㈜맘이랜서를 설립하고 여성인재 교육 및 일하는 엄마 아빠를 돕는 일•가정 양립 매칭 서비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맘이랜서는 현재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펼친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2017 nextdail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123, 701호 ㅣ 대표전화 : 02-6925-6318
사업자등록번호 : 119-86-28010 ㅣ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아 01185

Copyright © Nextdail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