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Macbeth)에 보면 맥베스가 왕을 죽이고 스코틀랜드 왕좌에 오르자 잉글랜드로 도망가 있던 왕자 말콤이 영국왕(참회왕 에드워드)을 묘사하는 구절에, 본인이 직접 보았는데 왕이 손을 대거나 금으로 된 메달을 걸어주면 종양과 같은 백성의 병이 낫는다고 말하고 있다. (멕베스 4막 3장)

왕이 (계급에 관계없이 귀족까지 포함해서) 아픈 백성의 몸에 손을 대면 그 병이 낫는다는 믿음은 영국과 프랑스의 군주가 가진 힘으로 보통 여겨졌으며, 기록상으로는 참회왕 에드워드가 처음 등장하며, 수백 년 동안 지속되다가 19세기초까지 왕들이 공식적으로 의식을 치렀다. 손을 대거나 목에 금메달(뒷면에 용을 죽이는 미카엘 천상장이 새겨진 메달)을 걸어주는 방식으로 병을 치료했으며, 특히 결핵성경부림프선염 (tuberculous cervical lymphadenitis), 일명 연주창 (scrofula)을 낫게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이 병은 ‘왕의 악(King’s Evil)’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주로 성 미카엘 축일(Michaelmas, 9dnjf29일)과 부활절에 손을 대거나 금메달을 하사라는 의식으로 백성들의 병을 치료했다(고 믿었다).

영국과 프랑스 왕과는 달리 합스부르크 왕가는 입에 키스를 하면 말더듬이가 낫고, 카스티야의 왕들은 십자가를 그어 축성을 해서 악마를 쫓고, 헝가리의 왕들은 황달을 치료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었다.

이 모든 믿음은 왕이 신의 대리인이라는 기독교 종교관에서 기인했으며, 왕의 치유 능력은 신에게 전수받았다는 통치권력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왕들은 없거나 있어도 대부분 명목뿐인 세상인지라,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의 손에 그런 힘이 없다는 것을 모두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한 나라의 지도자에게는 상징적인 치유력은 기대되는 것 같다. 특히, 잘못된 국정 운영으로 상처받고 착취당하고 고통 당한 시민들을 직접 손을 대어서 치유해 줄 수는 없지만, 굽고 치우쳤던 방식들을 바로 잡음으로써 치유자가 되는 상징적인 능력은 아직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정권이 바뀐 작금의 한국에서 이러한 상징적인 능력이 발휘되는 시대이기를 믿고 바라게 되는 게 아닐까.

Joyce Park rowanee@naver.com 필자는 영어를 업으로 삼고 사람에게 가서 닿는 여러 언어 중 영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어 교재 저자이자 영어교수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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