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내 덕분에 좋은 여행을 한다고 고마워한다. 주위에서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번에 같이하는 친구들은 1981년 처음 만나서 36년동안을 꾸준히 만나온 친구들이다. 오랜 세월 만나오면서 말다툼이나 언성 높여 싸워 본적이 없는 친구들이다. 항상 깊은 물처럼 잔잔하고 변함이 없다. 그런 친구들이 나를 믿어주고 따라주는 것이 나는 더 고맙다.

해뜨기 전 샤워하는데 친구들이 발코니에서 나오라고 부른다.

타올을 두르고 나오니 바다에서 해가 뜨고 있다. 구름 위에서 뜨는 해라 완벽한 일출은 아니지만 친구들의 감동이 더해지니 그 어떤 일출보다 아름답다.

배가 고파서 식당으로 갔다. 아침은 7시부터 시작한단다. 아침운동을 마치고 온 친구도 있고 방에서 쉬다가 나온 친구도 있다. 다들 얼굴이 어제보다 많이 좋아졌다. 8명이 함께 앉아 아침을 2시간동안 먹었다.

기항지 메시나에 도착
기항지 메시나에 도착

오늘은 시실리 기항지관광을 하는 날이다. 선상 투어를 신청해도 되지만 굳이 할 필요는 없다. 선상 투어는 기항지관광을 편하게 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비싸다. 개인이 자유 투어를 할 경우에 명심할 사항이 있다. 출항 시간을 지키지않으면 배를 놓칠 수도 있다.

기항지에 내리려고 대기 중
기항지에 내리려고 대기 중

선내방송에서도 7시30분까지는 배로 돌아오라고 수차례 강조를 한다. 우리는 인원이 8명인데다 내가 충분히 핸들링이 가능해서 자유 투어를 하기로 했다.

기항지에 내림
기항지에 내림

시실리항구에 도착하고 배에서 내리니 현지 여행사와 택시기사들이 피켓을 들고 몰려온다. 일단 재빨리 스캔을 했다. 기사아저씨들 인상이 험악하다. 맘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 계속 걸어가다 보니 순하게 생긴 아저씨가 다가온다. 에트나산과 타오르미나 관광이 하고싶어서 네고를 했다. 가격도 괜찮고 사람이 맘에 들어서 하기로 했다. 니콜라라고 본인 소개를 한다. 영어는 대충 간단한 말 몇 마디 밖에 하지는 못하지만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에트나를 바라보며 달려감
에트나를 바라보며 달려감

먼저 에트나산으로 가기로 했다. 고속도로로 접어들자 에트나가 드러누워서 입을 벌리고 하품을 하듯 눈앞에 모습을 보인다. 10년전 시실리에 왔을 때 구름에 가려 모습을 숨겼던 에트나를 청명한 하늘아래에서 보니 감격스럽다. 케이블카 타는 곳에 도착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내려보니 걸어가는 사람들도 많다.

운행 중 잠시 정지한 케이블카
운행 중 잠시 정지한 케이블카

한번씩 공중에 멈춰 서서 긴장된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케이블카가 흔들릴 때 서면 무섭기까지 하다.

에트나 정상 앞에서
에트나 정상 앞에서

드디어 에트나분화구 입구에 도착했다. 케이블카가 도착한 지점은 해발 2530미터다.

아침까지만 해도 해발 0에 있었는데 갑자기 고도를 높이니 숨이 차다. 분화구가 잘 보이는 곳까지 걸어올라갔다.

정상까지 다녀오는 가족
정상까지 다녀오는 가족

분화구까지 다녀오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는 시간이 부족해서 포기했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니 니콜라가 안보인다. 기사들이 모여 있길래 물어보니 화장실 갔다면서 불러준다. 시실리의 모든 기사들끼리는 친구인 듯 보인다. 수시로 서로 인사를 나눈다. 아름다운 파노라마경치를 즐기며 꼬부랑길을 다시 내려왔다. 바다를 둘러싼 시실리의 마을들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타오르미나를 보며 달려감
타오르미나를 보며 달려감

오래전 시실리에 왔을 때는 구름과 안개에 쌓여 보이지않던 산과 길을 친구들과 와서 드디어 보게 되니 감개무량하다. 40여분을 달려 타오르미나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을 놓쳐서 다들 배가 고프다. 니콜라가 좋은 위치에 차를 세워서 두오모광장에 빨리 갈수 있었다.

군인에게 아란치니 가게 물어봄
군인에게 아란치니 가게 물어봄

우리가 시실리에서 먹어야 할 것이 아란치니인데 가게를 찾기가 어렵다. 도심을 어슬렁거리며 지키고있는 군인에게 가서 물었다. 군인이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등잔 밑이 어두웠다. 두오모 광장 바로 옆 골목에 있다. 유명한 맛집인지 점심시간을 훌쩍 지나서 3시인데 사람들이 많다. 피자와 아란치니를 주문하는 줄이 길어서 주문하기도 만만치 않다.

피자와 아란치니를 계속 만들고 있음
피자와 아란치니를 계속 만들고 있음

주방에서는 쉴 새없이 반죽하고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도 아란치니를 종류대로 2개씩 시키고 피자도 2개 시켰다. 시장이 반찬인지 맛있게 먹었다. 아란치니는 시실리에서 유명한 음식인데 리조토 주먹밥 안에 모짜렐라치즈를 듬뿍 넣어 만든 고로케 같은 것이다. 생긴 건 평범한데 우리 입맛에 맞다. 음료수까지 하나씩 시키고 8명이 배부르게 먹었는데 40유로를 냈다. 환상적인 가격과 맛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더니 배가 부르니 타오르미나의 경치가 눈이 들어온다.

타오르미나에서 보는 에트나
타오르미나에서 보는 에트나

에트나화산을 액자처럼 걸어놓고 지중해의 푸른 바다를 앞에 두르고 있다. 영화 그랑블루의 배경이기도 한 곳이다.

타오르미나 두오모광장
타오르미나 두오모광장

4월 9일 광장
4월 9일 광장

두오모광장에서 4월9일광장까지 아기자기 예쁜 소품과 옷 가게들이 줄을 이어있다.

타오르미나 시내
타오르미나 시내

양쪽으로는 그림같은 계단골목들이 이어져서 시간이 넉넉하다면 골목골목 다녀도 지루하지 않을 동네다. 4월9일광장에서 두 남자가 길거리공연중이다. 우리가 도착하자 마침 대부를 연주해준다. 시실리의 타오르미나에서 에트나를 바라보며 대부주제곡을 들으며 우리모두 감상에 빠졌다.

차로 돌아오는 길에 나무로 만든 선글라스를 샀다. 2개를 사면 20%할인해줘서 친구랑 나랑 하나씩을 백유로 정도에 샀다. 가격도 싼데 가벼워서 착용감이 끝내준다. 햇살 강한 지중해에서 딱 좋은 선글라스다. 모자와 옷들이 싸고 예쁘고 품질도 좋은데 시간이 부족해 고를 수가 없었다. 우리의 호박마차는 8시가 되면 우리가 타거나 말거나 시실리를 떠난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메시나로 돌아갔다.

파노라마 드라이브길
파노라마 드라이브길

니콜라가 돌아오는 길에 환상적인 파노라마길을 보여준다.

파노라마 드라이브길
파노라마 드라이브길

꼬불꼬불 골목길을 돌아 내려가는 동안 탄성을 질렀다. 타오르미나비치의 이솔라벨라는 신이 빚은 환상의 조각품이다. 시간을 넉넉히 가지고 해변 길을 걸어다니고 싶은 곳이다. 인연이 되면 다시 찾을 날이 있으리라 믿는다.

메시나언덕에서 내려보는 풍경
메시나언덕에서 내려보는 풍경

마지막으로 메시나가 내려보이는 언덕에 차를 세우고 니콜라가 설명을 해준다. 이태리본토가 눈앞에 보이고 본토에서 넘어오는 페리들이 보인다. 오래전 나도 차를 싣고 건넜던 해협이다. 기차까지 싣고 건넜던 페리를 보고 깜짝 놀랬던 기억이 새롭다. 드디어 배에 도착하고 보안검색을 통과해서 승선한다. 기항지에서 주류 반입이 안되는 걸 몰랐던 커플이 와인을 그 자리에서 따서 마시고 있다. 기항지에서 주류를 구입하면 크루즈쉽에서 보관하고 마지막 체크아웃 때 돌려준다.

취침을 위해 정돈된 방
취침을 위해 정돈된 방

방으로 돌아오는데 우리의 우렁각시 타티아나를 만났다. 방을 정리하고 나오는 길인 듯 하다. 오늘 어땠는지 묻는다. 우리 객실 담당 타티아나는 나무랄 데가 없는 친구다. 객실에 비치된 물은 한 병이 5달러니까 먹지 말고 워터스테이션의 물을 마시라고까지 알려주는 친구다. 하루에 객실을 최소 2번은 메이크업을 해준다. 예쁘기까지 하다.

다이닝룸
다이닝룸

샤워하고 쉬었다가 8시30분에 다이닝룸으로 갔다. 우리 테이블 담당 쟈넷이 반겨준다. 오늘은 속도 있게 진행하기로 약속한 것을 기억하고있다. 어제하고는 다른 메뉴판을 가져다 준다. 오늘은 스타터로 에스카르고와 모짜렐라샐러드를 시키고 내가 좋아하는 칼라마리튀김을 메인으로 시켰다. 메인으로 뉴욕스트립 스테이크를 시킨 친구들이 나눠줘서 배터지게 먹었다. 우리는 실컷 먹으면서 다이어트와 건강이야기를 나누었다. 중년의 여인들이 나누는 이야기에서 빠지지않는 양념이다. 이렇게 먹어서 어쩔까 걱정하면서 다 먹었다. 할수없다. 내일 생각할 문제다. 아니 크루즈 끝나고 한국 가서 생각할 문제다. 일단은 눈앞의 산해진미가 너무나 유혹적이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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