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는 동생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해외 투자와 관련해서 동남아 지역 국가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베트남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해서 전달해 준 적이 있는 데, 쉽게 접할 수 없는 경험을 한 적이 있어 적어보려고 한다.

외국에 살아 본 경험이 있거나 친구가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한국과 많은 문화 차이를 경험하게 되는 데 그 중 하나가 한국으로 말하면 관혼상제일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그나마 많이 오픈이 되어 있지만 유럽이나 특히 전통을 중시하는 아시아권의 경우 결혼식에 초대를 받기는 아주 친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쉽지 않다. 장례식의 경우는 더 심하다. 굳이 가겠다고 하면 오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지만.

베트남은 전통을 중시하고 조상을 모시는 모습이 한국과 비슷하지만, 요즘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한국의 가족 단위는 나를 중심으로 한 직계 정도라고 한다면 베트남은 아직도 한국으로 치면 8촌 정도까지는 아주 가까운 가족으로 생각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결혼식은 가족의 어른들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으로 말한다면 신랑 신부의 결혼이라기 보다는 두 가족의 결합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다. 베트남에서는 요즘은 대부분 연애 결혼이고 한국처럼 혼수나 예물을 강조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사회주의의 영향이 있어서인지 필자의 친구는 상류층 수준의 가족 임에도 상당히 검소하게 치뤄졌다.

결혼식은 두 번으로 나눠서 진행이 된다. 첫번째는 신랑 신부의 양가 가족들이 가장 큰 어른을 중심으로 가족 간의 결합을 합의하고 신랑측에서 신부측에 선물과 음식을 주는 형태로 진행이 된다. 특이한 점은 베트남에는 예식장 문화가 없다. 예전에 한국 사람이 베트남에 예식장이 없으니 사업을 하면 되겠다 싶어 투자를 했었다는데, 얼마 못가서 문을 닫았다고 한다. 결혼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지도 않고 부르지도 않는다. 친구들도 가족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아니고는 부르지 않는다고 했다. 외국인이 참석한 것만으로도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그래서 어르신들이 나를 그렇게 챙겨줬나 보다. 보통은 동네의 식당이나 일정한 공간을 빌려 가족들끼리만 예식을 치른다. 이 때 신랑은 수트를 입고 신부는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입는다. 화려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결혼식도 나름의 좋은 점이 있겠지만 가족끼리 검소하게 치르는 결혼식은 왠지 더 성스럽게 느껴진다.

가족 간의 결혼식이 끝나면 피로연 장소로 옮긴다. 이 곳이 한국으로 치면 예식장 같은 느낌이다. 큰 홀에 테이블 별로 하객들이 앉고 코스별로 음식이 나온다. 친구들은 이 곳에 참석하게 된다. 이를테면 처음에 하는 전통적인 예식이 가족 간의 결합을 상징한다면, 이 피로연은 모든 사람에게 결혼을 했다는 것을 알리는 셈이다. 한국처럼 축의금을 받는 곳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몇몇을 제외하고는 결혼 전에 미리 선물을 주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한다. 이 때야 신부는 한국처럼 웨딩드레스를 입게 된다. 신랑 신부는 테이블 마다 다니며 인사를 하고 사진도 찍고 하객들과 파티를 하는 것처럼 진행이 된다.

결혼식은 주로 신부측이 제시하는 지역에서 하게 되고 결혼식이 끝난 후에는 신랑측의 집, 주로 고향으로 가서 1박2일 정도 가족 간의 파티를 한다고 한다. 고향집에 내려 가니 이미 파티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재미있었던 건 혼례 음식은 그렇다 하더라도 집에서 파티를 할 때도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다. 매식 문화가 그다지 발달하지 않은 베트남에서, 여자들의 가사 노동이 인정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는 결혼식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들 하는데, 베트남에서는 신랑측이 신부측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단순히 며느리로서가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 주기 때문에 가족 중심으로 결혼식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신부가 신랑의 고향집에 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돌아가신 어른들의 산소나 위폐를 모신 곳에 인사를 올리는 일이라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결혼식과 관련된 사업이 많다. 예식장을 장식하는 대여업, 피로연 장소 임대업, 음식 제공 서비스. 하지만 결혼식을 진행하는 사업은 없다. 결혼식 자체를 성스럽게 여기고 가족의 화합을 중시하는 모습이 더 발전된 모습이 아닐까?

최대선기자 demian71@nextdaily.co.kr 직장인의 삶, 바쁘기만 했던 19년을 과감히 접고 행복을 찾아 세계 다른 지역의 친구를 찾아 여행을 다니고 있는 울타리 밖으로 나온 영혼을 자처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데, 혼자 놀기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아이템을 찾아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같이 놀기, 여행가서 현지인처럼 놀기 등 혼자 놀기를 같이 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