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넥스트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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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니콘 기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유니콘 기업은 2014년 45개에서 2015년 83개, 2016년에는 147개로 크게 늘었다. 2년 동안 226%가 증가한 폭발적인 성장세다.

산업 간 융합이 활발해지고, 비즈니스 모델이 혁신적으로 변하면서 생긴 흐름이다. 하지만 통계의 이면을 보면 씁쓸하다. 전 세계 186곳(3월 기준)의 유니콘 기업 중 한국은 3곳에 불과하다.

미국(99개)과 중국(42)이 75.8%를 차지하는 심각한 편중 현상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 스타트업의 초라한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다음 타자로 나설 차세대 유니콘 기업은 어디일까? 최근 괄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O2O 스타트업을 통해 관측해 본다.

'유니콘 기업'이란 2013년 미국 벤처캐피털 ‘카우보이 벤처스’ 창업자인 에일린 리(Aileen Lee)가 비상장기업임에도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로 순식간에 10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달성한 회사를 두고 상상의 동물 ‘유니콘’에 비유한 데서 용어가 시장에 등장했다.

유니콘 기업 중 전 세계 1위를 차지한 우버의 기업가치는 무려 680억 달러(76조원)에 달한다. 상위 20개 유니콘 기업의 현황을 보면 에어비앤비나 위워크 등 공유경제와 차이나 인터넷 플러스, 플립카트 등 전자상거래 분야의 스타트업이 주로 많다.(출처-CB Insight) 국내에서는 쿠팡(25위), 옐로모바일(31위) 그리고 CJ 게임즈(69위) 등 3개 회사가 유니콘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스테이테크’ 지향하는 여기어때, 종합숙박 O2O 이끈다

2015년 9월 숙박 O2O에 진출한 여기어때는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갔다. 종합숙박 시장에서 여기어때는 54%(3월 기준)의 점유율을 차지해 업계 1위를 유지했다.

특히 한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지난 17개월 연속 MAU(월 이용자 수) 1위를 유지하며 아성을 쌓고 있다. 여기어때의 저력은 5만개에 달하는 국내 최다 규모의 제휴점, 이용자 중심의 혜택을 내세운 서비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스테이테크(staytech, 머무르다라는 뜻의 ‘Stay’와 기술을 의미하는 ‘tech’의 합성어, 즉 기술을 통한 공간 혁신)을 추구하는 여기어때는 다양한 첨단기술을 전통산업인 숙박 시장에 도입해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예를 들어 숙박 AI 챗봇 ‘알프레도’를 통해 숙박 이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어때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설계된 알프레도는 ‘똑똑한 숙박’을 지향한다. 또 360도 VR 객실정보를 통해 생생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로써 숙박업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 돼 온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여기어때의 이 같은 행보는 기업의 경쟁력을 측정하는 지표인 매출에서도 확인된다. 여기어때는 2017년 2월 흑자 전환에 돌입했고, 매출 75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설립 1년 반 만에 턴어라운드에 나선 건 O2O 업계에서는 유례 없는 성과다.

유니콘 기업들의 특징을 보면 하드웨어에 기반을 둔 기업의 비중은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이며 하드웨어로 성장가도를 달린 샤오미조차 소프트웨어 등IT 기술과 접목하는 형태로 융합형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산업과 산업 간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융합을 통한 시너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어때 역시 ‘융합형 비즈니스 모델’의 총아로 주목 받았다. 오래된 숙박 산업에 신기술을 도입해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기어때는 하반기부터 악성 리뷰를 판단하는 기계 학습 알고리즘 프로젝트를 통해 AI(인공지능) 팀 빌딩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숙박 산업의 해묵은 관습 중의 하나로 지적 돼 온 광고 및 허위 리뷰를 체계적으로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여기어때는 데이터 과학자 등 R&D 인재를 충원하면서 기술 선도적인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새로운 고객 가치 창출한 ‘배달의 민족’

배달 O2O에서는 ‘배달의 민족’이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업체를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지난해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7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사업 확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배달의 민족은 음성 인식을 활용한 AI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음식 주문 서비스에 도입하기 위한 '배민(배달의 민족) 데이빗' 프로젝트’에 지난 3월 착수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100억원 이상 자금을 투자해 자체 AI 서비스를 개발한 건 배달의 민족이 최초 사례다. 우아한형제들은 1차로 약 100억원을 투입하고 향후 투자 금액을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유니콘 기업이 갖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인 IT 기술을 전통 산업에 융합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배달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꿔가는’ 배달의 민족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배달의 민족은 최근 MRO 브랜드 ‘배민상회’를 열고 배달 음식점에서 사용되는 젓가락, 포장지, 종이컵 그리고 물티슈 등 다양한 소모성 부자재를 취급할 예정이다. 이 같은 소모품들은 규모가 작은 영세한 배달음식점에서 관리가 미흡했는데, 배민상회를 통해 배달에 필요한 부자재를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니콘 기업들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전통적인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사업의 영역을 확대해 간다는 점에서 볼 때, 배민상회를 통한 MRO 사업 진출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국내 유니콘 기업의 증가도 멀지 않았다

유니콘 기업의 행보를 살펴보면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시장을 선점해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신성장산업의 경우 플랫폼 기반 기업들이 우세를 보이는데, 확고한 플랫폼을 통한 시장 선점으로 기업의 경쟁 우위를 점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4차 산업혁명에서 주목받고 있는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VR(가상현실)을 앞세워 시장을 혁신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으며, 전통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니콘 기업에 합류한 스타트업들은 창조적인 혁신과 모방 그리고 변주의 방식을 통해 시장을 확장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극대화 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단기간에 성장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언급한 여기어때와 배달의 민족은 그들만의 방정식으로 각각 숙박과 배달 O2O 분야에서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두 회사가 제시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O2O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욱 기대되는 시점이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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