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일출

오늘은 기항지관광없이 배에서 하루를 보내는 날이다. 시실리에서 미코노스까지 가는 길이 멀다보니 꼬박 이틀동안 달려야 한다. 아침을 먹으면서 뭐할지 의논했다. 일단은 푹 쉬면서 선상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매일 방으로 배달해주는 선상신문을 체크해보니 줌바댄스와 라인댄스강연이 제일 끌린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가 많다. 미술품경매도 13층에서 열린단다.

아침 먹고 헬스장으로 갔다.

조깅트랙
조깅트랙

이것저것 해보고 요가도 하고 복싱동작도 연습했다. 10시30분부터 12시까지 락클라이밍이 가능해서 13층으로 갔다.

락클라이밍 시작
락클라이밍 시작

발에 맞는 암벽화를 고르고 하네스를 차고 손에 쵸킹하고 홀더를 잡았다. 몇년만에 홀더를 잡으니 삼지법이고 뭐고 몸이 따로 논다.

생각보다 난코스였다.
생각보다 난코스였다.

보기보다 코스가 꽤 길다. 바람까지 불어서 공포감이 더하다. 그래도 끝까지 올라가서 종을 쳤다. 손을 놓고 벽을 차면서 내려와야하는데 자동빌레이는 처음이라 적응이 안된다. 줄을 당겨보니 느슨해서 무섭다. 손을 놓을 수 없어서 멋진 하강을 못했다.

종을 울리고 엉금엉금 기어내려옴
종을 울리고 엉금엉금 기어내려옴

대신 홀더를 잡고 엉금엉금 기어내려왔다. 스탭이 손을 놓고 바다경치를 즐기라는데 내가 스케어리하면서 고함을 질렀다. 무서워죽겠거만 내속도 모르고 손을 놓으란다. 오랜만에 클라이밍을 하니 무섭긴 했는데 뿌듯하다.

11시가 되어서 줌바댄스를 배우러 12층 수영장데크로 갔다. 전부터 운동삼아 줌바댄스를 배우고 싶었다. 얌전한 내친구들은 그냥 구경만 하겠단다. 브라질에서 온 쾌활한 닐이 강사다.

줌바댄스 시작
줌바댄스 시작

40분넘게 땡볕아래에서 격렬하게 줌바를 추니 온몸이 땀으로 젖고 이마에서도 땀이 흘러 눈이 따가울 정도다.

줌바댄스
줌바댄스

그래도 열심히 따라했다. 온몸이 땀 범벅인데 카타르시스는 최고다. 점심을 먹고 친구들과 수영장데크의 땡볕에 누워서 비타민D를 실컷 섭취했다.

가수의 라이브 공연
가수의 라이브 공연

수영장 데크에서는 7080취향에 딱 맞는 팝송을 남녀 가수가 불러준다.

월풀을 즐김
월풀을 즐김

선탠하다 월풀로 옮겨 따뜻한 물속에 앉아 물에 젖고 음악에 젖었다. 맞은편에 앉아서 쉴 새없이 수다를 뜨는 예쁜 아가씨는 보기만 해도 주위를 즐겁게 만든다. 기항지관광이 없는 날이라 많은 사람들이 풀데크에 모여있어 사람구경만 해도 즐겁다. 별별 종류의 사람들이 같은 하늘아래 지중해의 땡볕을 즐기고 있다. 천국이 따로 없다.

라인댄스강습시간이 되어서 4층 센터로 갔다. 줌바도 가르치더니 라인댄스도 닐이 가르친다. 줌바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더니 라인댄스는 올드한 사람들이 많이 왔다. 이번에는 친구들도 같이 운동삼아 하자고 같이 섰다.

날 따라 울라춤을 추는 캐나다 어르신
날 따라 울라춤을 추는 캐나다 어르신

친구들과 같이 서니 신이 나서 내가 짱구의 울라춤을 췄더니 내 뒤에 선 백발소년이 나를 따라서 울라춤을 춘다. 울 아버지보다 더 연로해보여서 급 친숙해졌다. 어디서 오셨냐고 물었더니 퀘백에서 오셨단다. 나한테 울라춤 포즈로 같이 사진찍자고 해서 같이 사진찍어 드렸다. 너무 신나하신다.

다같이 라인댄스
다같이 라인댄스

라인댄스는 30분정도 하고 동작은 줌바보다 부드럽다. 운동도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재미도 있고 운동도 되니 일거양득이다. 한국가면 줌바 가르치는 곳을 찾아서 배워야겠다.

객실로 돌아와 쉬면서 갈라디너를 준비했다. 샤워하고 머리하고 화장하고 가져온 원피스를 입었다. 우리는 다같이 원피스로 통일하기로 했다.

갈라디너 시작
갈라디너 시작

사실 여자들에게 갈라디너가 다소 부담스럽긴 하다. 다같이 원피스를 입기로 해서 마음이 편하다. 드디어 4층 중앙홀로 갔다.

샴페인을 돌리는 중
샴페인을 돌리는 중

직원이 샴페인과 칵테일을 들고다니면서 준다. 나도 샴페인을 한잔 들었다.

사람들이 다들 차려 입고 중앙홀로 모여든다. 5층무대에서 선장이 서서 승객들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선장 소개
선장 소개

선장은 일본계의 호주여자다. 작은 몸매에 카리스마가 넘친다. 여자가 선장인것도 놀라운데 동양계라 더 놀랍다.

크루즈 임원 소개 타임
크루즈 임원 소개 타임

크루즈임원들이 계단에 서고 한사람 씩 소개가 시작된다. 소개가 끝날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우렁차다. 임원 소개가 끝난 뒤 크루즈선박에 대한 설명과 승객들에 대한 설명을 한다. 각 나라에서 온 승객수를 말하는데 백명 이상인 나라를 불러준다. 가장 많이 온 나라는 미국이다. 천명이 넘는다. 미국을 호명하니 우렁찬 함성이 선내를 울린다. 한국은 우리 8명 칼팩승객 12명 개인으로 온 부부 2명 총 22명이다. 선장이 소개는 안해줬지만 자체집계결과이다.

댄스 타임
댄스 타임

선장의 소개가 다 마쳐지고 본격적으로 파티가 시작되고 사람들은 춤추고 사진 찍고 샴페인 마시며 축제분위기다. 우리도 사진도 찍고 재미있게 구경했다. 여자 8명이서 와서 춤추지는 못해도 전혀 상관없을 정도로 구경만 해도 즐겁다.

저녁 정찬
저녁 정찬

우리 차례 정찬 시간이 되어서 다이닝룸으로 갔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그런지 랍스터스프가 메뉴에 있다. 나는 랍스터스프와 스캘럽을 스타터로 먹고 영어를 메인으로 시켰다. 디저트는 레몬머랭을 먹었다. 샴페인에 취해서 알딸딸 졸린다.

저녁 먹고 객실로 돌아오는데 중앙홀에서는 쇼가 한참 진행중이다. 아마 개임장기자랑을 하는듯 하다. 세상이 파티로 요란하다해도 졸린 나는 잠을 자야겠다. 객실로 돌아와서 푹 쓰러져 잤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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