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바다에서 빛나는 글판
언제부턴가 시청, 대형서점, 대형 할인 매장의 빌딩 전면에 시즌마다 글판이 달리기 시작했다. 패널에 동영상이 상영되는 것이 아닌 글자를 써 놓은 글판이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커다란 글자와 적절한 배경그림으로 만들어진 글판은 멀리서도 잘 보이게 걸려있다.

길을 가다가 문득 들어온 문구는 사람들의 가슴에 바람을 만들어 낸다. “아! 계절이 바뀌었구나!”, “그래! 그때는 그랬었지…….”하는 공감대를 만들며 점점 큰 바람이 되었다. 처음엔 유명한 인물들의 알려진 문구로 하다가 사람들의 호응을 받으며 입소문이 나자 이들은 문구를 스스로 고민하지 않고 이를 만나게 될 사람들에게 맡기게 된다. 글판을 보다 널리 알릴 겸 공고를 통해 공모전을 펼쳐 다양한 사람들의 경쟁으로 더 좋은 문구를 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각 지역의 구청, 시청은 물론 재래시장까지 저마다의 문구로 사람들의 마음을 가져오게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글판 공모전이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일상은 매우 바쁘고 건조하다. 매일 쳇바퀴 같은 생활을 지속하다보면 자신에 대한 생각은 커녕 오늘 하루를 돌아보는 일도 거르고 산다. 회색 건물에 IT기기들의 변화 속도만큼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잃어버린 내 모습을 만나는 곳이 바로 글판이다. 문득 걸려있는 글귀 하나로 나를 보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만나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을 글판이 걸린 건물로 유도하며 또 해당 브랜드를 인식하게끔 만드는데 다른 어떤 매체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영상 광고물이 말초감각을 자극하며 온갖 자극으로 이미지를 남기려고 사방에 홍보물이 넘치고 넘친다. 그 가운데 차분하게 나를 바라보며 깊은 심상을 바라보게 만든 것이 글판 이었으니 다른 어떤 홍보물보다 매력적인 것이다.

글판 공모전의 필살기
글판 공모전은 슬로건이나 브랜드 공모전과는 다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 주최사의 의도다. 주최사가 어떤 의도로 문구를 공모하는지 알아야 한다. 책을 읽히고자 하는지 물건을 팔고자 하는지, 기업이미지를 알리려고 하는 지를 베이스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생각해야 할 것이 시기이다. 봄의 문구를 기대하는데 겨울의 문구를 제출한다면 제출하는 의미가 없다.

“어때~ 그냥 기분 좋아지는 글이면 돼지!”하고 호기롭게 공모전에 임하면 백전백패를 면할 수 없다. 글에는 사람의 개성과 감성이 들어간다. 글을 보고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내거나 글의 시점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니다.

“그럴듯한 문장이면 되지~, 유명한 문구를 인용하면 돼지~” 하는 일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안타깝게도 공모전은 주먹구구식의 도전에는 응답을 주지 않는다. 전략이 필요하다. 수많은 경쟁자들은 순수하게 그냥 감각대로 지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수상작을 검토하고 취지를 다시 한 번 살핀 후 여러 개의 문구를 작성해서 스스로의 분석과 감정을 거쳐 선별된 작품을 제출한다. 그렇게 제출된 작품들을 이겨 내려면 그들보다 더한 노력으로 차별성을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내뱉는 비슷한 상식 수준이 아닌 다른 각도에서 표현을 해야 그 유니크함이 먹힐 수 있다는 말이다. 여러 편의 수상작들을 분석해보면 포인트를 만날 수가 있다. 감각적인 문구를 통해 그대로 그 감각을 전달받은 듯 착각에 빠질 수 있거나 어릴 적 그때 그 시절을 연상할 수 있는 코드가 있다. 또는 고민하고 고민했던 단어들로 문구를 보는 사람 역시 고민하는 상태가 연속선상에 놓이게 만들고 있다. 결국 글판은 감성, 추억, 기억, 촉감, 시각, 미각, 후각 등의 다양한 인지매체를 통한 사람들의 호응이다. 기억 속에 그때가 되고 그때 나의 감각들, 느낌들이 바로 글판 속에 풍덩 빠지게 만드는 매력이 된다. 주최사 역시 자신이 의도하는 취지를 베이스에 둔 문구와 감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호소력이 커다란 문구에 시상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계적이고 딱딱한 사회에서 잊었던 감성을 자극하고 나를 바라보는 계기가 되게 하는 것이 글판 이다. 사람들은 물론 기업에게도 중요하게 된 것은 바로 생명력이 있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공감과 호응이 없으면 관계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건만 잘 만들어서 판매하면 장땡이던 시절은 갔다. 이제는 소비자들은 물건 소비에 많은 것들을 고려한다. 이 물건의 효용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이 물건을 사면서 따라 오는 것들을 고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 물건의 싯가가 아닌 그 물건이 사회문화에서 차지하는 가치의 중요함이 새롭게 다가온다. 이러한 포인트를 잘 캐치하고 충분한 분석과 검토가 이루어진 다음 작품의 제출을 결정해야 승부수가 보이는 것이다.

첨단장비 속에서도 빛나는 것은 사람
사실 혼자서 어떠한 과제를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혼자 하는 일이라 모든 것에 자유로움이 있지만 그 자유만큼 책임의 무게 또한 크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이루어지는 일은 하나도 없다. 때문에 공모전에 꾸준히 임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사람은 그만큼 자기관리 및 시테크가 잘 되는 사람이다.

지금 해야 하는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이 구분되고 이들의 실천이 원만하여 자기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다. 본업이 있든 없는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일이므로 자기관리와 시테크가 안 되는 의존형 인물이라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매일 시작만 있을 뿐 끝을 만날 수가 없다.

바쁘기만 하고 정작 나조차 돌아볼 수 없는 날들이 그렇게 지나갔다. 물론 그래도 일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 자신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변화된 자신을 만나는 순간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때 “내가 시간을 이렇게 사용했으면 참 많이 다른 오늘이 될 수 있었을텐데 왜 그땐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를 한다.

공모전의 세계에 발을 디디면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매번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다양한 카테고리를 접하며 다양한 면에서 분석하게 되고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게 된다. 스스로가 하루 시간을 쪼개 살다보면 매사에 빈틈이 없는 사람이 된다. 오차나 에러를 없애기 위해 생각과 생각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더 좋은 전략과 계획을 짜다 보면 보다 덜렁거리는 성격이나 행동들도 달라지고 한번에 많은 효과를 이루어내려고 생각과 행동이 치밀해 진다. 때문에 미래 어느 날 나는 왜 그때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해서 나의 삶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후회의 비중이 줄어들게 된다. 인간을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말하는 것은 즉흥적이고 감각적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고의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어도 사람들은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 사고의 공간은 자신을 만들어 가는 공간이다. 아무리 바빠도 자신을 보지 못하면 그 삶이 목적을 잃어버린다. 목적을 잃고 표류하는 동안 그다지 큰일은 만나지 않겠지만 가장 중요한 자신을 놓치고 있기에 문제가 된다. 바로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를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21세기 유비쿼터스 시대 사방에 센서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소통하는 마당에 정작으로 중심에 있는 인간들은 아날로그적인 글판에 빠졌다. 글판 공모전은 첨단기기의 바다에서 인간성을 만나고자 하는 감성공모전이다. 나를 잃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의 카테고리를 찾아주는 공모전의 세계! 지금부터 나와 또 미래를 위해 도전해 보자.

김용훈 Laurel5674@naver.com 국민정치경제포럼의 원장이자 온 오프라인 신문과 웹에서 정치경제평론가로 활동중이다. 몇 년 동안 크고 작은 공모전에서 140여회의 수상을 하며 금융, 전자, 바이오, 정책, 광학, 시,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모전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그 동안의 공모전 경험으로 공모전에 관한 분석과 동향, 수상비법으로 다양한 독자들에게 흥미와 다른 경험의 기회를 알려주고 싶어한다. ‘청춘사랑마흔에만나다’, ‘마음시’, ‘국민감정서1, 2’ 등 20여권의 시와 에세이, 자기계발도서를 집필하며 글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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