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의 ‘노다지’라는 표현에는 슬픈 유래가 있다. 한국의 금광 채굴권을 가지고 채굴을 하던 미국인 관리자들이 한국인 노역자들에게 금을 만지지 말라고 ‘노 터치!’라고 말을 한데에서 금붙이류를 일컫는 ‘노다지’가 나온 유래는 언제 들어도 슬프다. 이러한 슬픈 유래가 있는 말은 한국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라틴 아메리카 인들이 미국인, 정확하게 말하면 미합중국인, 앵글로 색슨계 백인을 가리키는 말인 gringo(그린고)라는 말은, ‘녹색 옷을 입은 인간들아, 집에나 가 버려!’ 그러니까 ‘양키 고 홈!’과 같은 표현에서 나온 말이다.

현재 미국의 영토 중 서쪽 영토의 상당 부분 – 캘리포니아 주, 네바다 주, 유타 주, 아리조나 주 대부분, 뉴 멕시코 주의 절반, 콜라라도 주의 4분의 1은 원래 멕시코의 영토였다. 멕시코-미국 전쟁에서 패하면서 1848년 미합중국에 양도된 땅이다. 이 땅을 침입해온 녹색 군복을 입은 미국인들을 보며 그 땅의 원래 거주민이었던 멕시코인들이 ‘Green, go home!”이라고 외치면서 이 말에서부터 ‘Gringo’가 나왔다. 지금은 북미인, 정확하게는 미합중국인, 특히 백인, 그리고 미국화 된 남미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이 말은 맥락에 따라 모욕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그냥 미국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단어가 쓰이는 문맥을 잘 살펴야 한다.

비슷한 표현은 하와이에 가면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식민지였다가 1959년 미국의 50번째 주로 편입된 이 태평양의 섬의 원주민들은, 원래 외지인들은 모두 ‘Haole하울리 혹은 하울레’라고 불렀었다. 1779년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유럽인으로는 최초로 이 섬에 발을 디디기 이전부터 쓰이던 단어이기는 했다. 원래 ‘하울리’는 태평양 연안의 섬들에서 믿는 ‘마나 mana’라는 초자연적인 힘을 숨결을 통해 공유하는 의식을 거부하는 외지인들을 하와이 원주민들이 ‘숨결이 없는 자들no breath’이라는 뜻의 ‘하울리’라 일컬으면서 생겨난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백인’을 우스개 소리로 일컫거나 얕잡아 일컫는 단어로 쓰이기도 때로 외지인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하와이는 백인이 인구 구성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다른 미국의 주보다 적고 또 일본인과 한국인들의 아시아계 인구도 많아서, 백인 하울리들이 다른 인종집단들과 굉장히 평등하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더불어 멕시코는 영어식 발음이고, 멕시코에서 사용하는 스페인어로는 ‘메히꼬’라고 발음한다. 김치가 기무치가 아니고 한국이 간코쿠가 아닌 것처럼, 멕시코 인들앞에서는 제대로 ‘메히꼬’라고 국가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예의이기도 하다. 알래스카 원주민들이 ‘에스키모(Eskimo)’가 아니라 이누이트(Inuit)인 것처럼, 당사자들이 불러달라는 이름으로 불러주는 것이 옳다. 다행히도 하와이 원주민들은 Hawaiian natives 라고 일컬어지는 것을 선호한다. ‘백인 white’이라는 표현도 실제로는 피부색을 강조하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표현이므로,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기술을 할 때에는 코카서스 인종을 뜻하는 Caucasian이라고 표기한다. 그래서 미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설명할 때에 ‘백인 남성 white male’이라고 하지 않고, ‘Caucasian male (코캐지언 메일)’이라고 묘사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자신을 무어라고 일컫는가 혹은 타인(타자)를 무엇이라 일컫는가 에는 파워 주종관계가 드러난다 – 파워를 가진 자가 정의를 내리며 이름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원하는 이름으로 불려지는 자유와 기존의 정의(definition)를 내리던 파워를 가진 자들을 오히려 소수자 고유의 호칭으로 일컫는 것은, 파워의 전복 혹은 균형을 꿈꾸며 이루고자 하는 시도가 시작되는 첫 걸음이라 하겠다.

Joyce Park rowanee@naver.com 필자는 영어를 업으로 삼고 사람에게 가서 닿는 여러 언어 중 영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어 교재 저자이자 영어교수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