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영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이권영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얼마 전 인천 남동공단에서 레저산업의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L기업의 A대표는 기사내용을 보면서 예전의 머리 아픈 기억을 되살리고 있었다. 기사내용은 차명 주주라도 주주명부에 이름이 올라가 있으면 주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새로운 판례였다. 기존 판례는 실제 주식 소유자의 주주권 행사를 인정해온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반대의 판결이 나온 것이다.

1995년에 L기업을 설립한 A대표는 다른 대표와 마찬가지로 상법상 법인설립에 있어 발기인 수를 맞추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임원과 동생명의를 빌려 차명주식을 발행하였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모든 임직원의 각고노력으로 IMF위기도 잘 헤쳐 나왔고 그 이후 회사는 안정적으로 성장을 하였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A대표에게는 임원명의의 차명주식이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임원 홍 씨가 독단적으로 업무를 진행시키고 직원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A대표는 홍 씨에게 지적하였지만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다툼으로 이어졌으며 홍 씨가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A대표는 마무리가 된 것으로 생각했는데 연락 한번 없었던 홍씨가 4년 전에 자신의 차명주식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타난 것이다.

다시 말해 차명주식을 보유했을 때의 명의수탁자의 변심에 해당되는 위험이 닥쳐온 것이다. 홍 씨는 L기업의 가치가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차명주식을 통해 이득을 보려는 속셈으로 재무상태, 재산상태에 대한 열람과 경영을 간섭하려고 했다.

상황으로 볼 때 홍 씨의 경영간섭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식을 3% 이상 가진 주주는 이사해임청구, 주주총회 개최 외에도 회계장부열람청구권, 업무•재산상태검사청구권, 청산인해임청구권, 위법행위의 유지청구권을 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A대표는 결코 인정할 수 없었기에 날이 갈수록 홍 씨와의 관계는 악화되었고 회사 경영은 경영대로 혼선을 빚어 불안정만 가중되고 있었다. 결국 A 대표는 주식 소유권 확인 소송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4년이 소요되었으며 차명주식의 사실 공개로 인해 막대한 세금을 추징당하는 등 심적,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되었다. 그 이후로 A대표는 차명주식을 생각할 때마다 언제나 머리가 아파왔던 것이다.

아직도 상당 수의 대표들은 차명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차명주식을 보유했을 때는 첫 번째, 명의수탁자가 변심하여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수탁사실 부인하거나 제3자에게 매도할 위험이 따르며, 두 번째로는 명의수탁자가 불의에 사망하게 되면 수탁자 상속인에게 차명주식이 상속되기에 되찾기가 어렵게 되며, 세 번째로는 명의수탁자의 신용위험에 처하여 주식압류 등의 발생하여 회수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A대표와 같이 차명주식으로 인해 경영간섭을 당할 수 있으며 경영권 방어 그리고 더 나아가서 가업승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기업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차명주식은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환원하는 게 좋다.

정부에서는 차명주식의 환원을 돕기 위해서 '명의신탁주식 실제소유자 확인제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 등 변동상황명세서'라는 정확한 근거자료가 필요하며, 만약 근거 자료가 없거나 부족할 시에는 도리어 상당한 양의 세금이 부과될 수 있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물론 과세당국으로부터 명의신탁을 한 사실을 인정받으면 신탁 당시의 액면가 상당액에 대한 증여세만 내면 되어 세금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간에 배당을 했거나 증자를 했다면 내야 할 세금이 불어날 수 있다. 더욱 배당의 경우 배당소득세가 증자의 경우에는 명의 신탁한 주식이 또 발생한 것으로 봐 증자시점의 주식가치를 산정해 증여세가 붙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차명주식은 각 기업의 상황에서 따라 다른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대표의 지식과 인터넷, 지인에 의한 정보만 의지하여서는 환원에 따른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 A대표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뒤늦게 전문가를 알게 되었는데 지금도 늦게 알게 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이권영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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