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공연 초대를 받았는데 하필 태풍 영향으로 비가 하루 종일 내리던 날이었다. 그래도 친구가 출연하는 무대였으니 유럽 공연을 떠나기 전에 얼굴도 볼 겸 한국예술종합학교까지 가기로 했다. 처음 가보는 곳인 데 나무도 많고 마치 공원처럼 느껴질 정도여서 산책하기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은 호랑이와 토끼의 설화를 바탕으로 구성되었고 호랑이라는 상징을 보이지 않는 힘과 존재에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두려움, 갈망과 욕심을 풍자하고자 했다는 제작 의도를 밝혔다. 특이한 것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공연이라는 점이다. 요즘 세대 구분 중에 실버 세대와 키즈 세대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가 관심을 끌고 있는 데 공연계도 예외는 아니다. 오래 전부터 중장년 및 그 이상의 세대를 타겟으로 하는 공연 작품이 많은 시도를 했었고, 키즈 시장은 언제나 블루오션급으로 주목되는 영역이다. 문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해외 판권으로 들여와 많은 공연을 시도했지만 이해력이 낮은 것이 팩트인 세대를 대상으로 공연 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작품성만을 추구할 문제가 아니라 관객의 눈높이와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성공한 작품으로 남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공연 컨텐츠 전문가와 마케팅 전문가의 시각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양쪽 그룹에 대한 전문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상당 기간은 여전히 미개척지로 남지 않을까 싶다.

출처 : https://tumblbug.com/cgwom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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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두 명으로 무용수 한 명의 배우 한 명의 소리꾼을 구성된다. 무브먼트로만 구성하기에는대상 관객이 어린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나레이션과 소리가 같이 가미한 듯 하다. 상당히 영리한 접근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은 부분이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첫째,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되, 어린이 흉내를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린이가 공연자로 나서지 않는 한 대부분이 어른이 역할을 수행하는 데, 어린이 대상 공연이라 하면 천편일률로 어른들이 어린이의 말투와 행동으로 함으로서 눈높이를 맞추려 한다.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의 경우는 온 몸의 털이 깃털로 승화되는 기분을 만끽해야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공연을 보고 나온 아이가 자신의 부모에게 한 멘트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 데 “엄마, 근데 저 아저씨는 왜 말을 애기처럼 해?” 였다. 단순한 질문이었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공연을 준비하는 분들이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사춘기를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겪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 데 정작 어른은 아이들의 시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의 흉내를 내기 보다 어린 시선에 효과적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시각적인 부분과 소리, 오브제 등을 활용하는 편이 설득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출처 : https://tumblbug.com/cgwom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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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주목할 부분은 대상 관객이 익숙한 표현보다는 신선하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각종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는 어린이들에게 신선함을 주기란 쉽지 않다. 현재의 20대들 보다 미취학 아동이 미디어 컨텐츠를 더 많이 보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은 우는 아이한테 스마트폰을 주면 울음을 그친다고 하는 시대이니 말이다. 그런 관객에게 호랑이 탈을 쓰고 춤을 춘다거나 번쩍거리는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 것이 신선해 보일 수 없지 않은가. 이 작품의 연출가는 그런 부분을 간파했는지 현대 무용수와 소리꾼을 등장시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물론 보완해야할 점도 많이 보이고 수정하면 더 나아질 부분도 많이 있지만, 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포인트를 파악한 공연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진보된 공연이었다.

향후에도 실버 세대와 키즈 세대를 대상으로 한 공연 작품들이 많이 선보일 것으로 예상이 된다. 공연 기획자들의 입장에서는 대상 관객에 대한 이해도가 더 필요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가장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들을 도입하고 가장 신선하게 보여질 장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듯 하다. 어느 세대에게는 진부해 보이지만 그것이 다른 세대에게는 신선해 보일 수도 있고,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는 방법이 실제로는 참신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간 공연 시장규모가 8천억원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실버와 키즈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구분 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안되는 것이 아니라 안하기 때문이 아닐까? 공연 기획을 하는 입장에서는 도전해 볼만한 분야이다.

최대선기자 demian71@nextdaily.co.kr 직장인의 삶, 바쁘기만 했던 19년을 과감히 접고 행복을 찾아 세계 다른 지역의 친구를 찾아 여행을 다니고 있는 울타리 밖으로 나온 영혼을 자처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데, 혼자 놀기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아이템을 찾아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같이 놀기, 여행가서 현지인처럼 놀기 등 혼자 놀기를 같이 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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