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배미애의 아틀리에 풍경] 문신회화 김준의 ‘깨지기 쉬운’ 욕망의 살덩어리

발행일시 : 2017-07-11 00:00
[배미애의 아틀리에 풍경] 문신회화 김준의 ‘깨지기 쉬운’ 욕망의 살덩어리

작은 삼각형 무늬가 조화롭게 연결된 이세이 미야키의 ‘바오바오백’을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심심찮게 본다. 거리에서도, 슈퍼마켓에서도, 다양한 모임들에서도 진품과 짝퉁이 혼재된 바오바오가 여기저기 눈에 띤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한다고 해도 나에게는 명품을 향한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여실히 보여주는 아주 단적인 예로서만 여겨진다. 샤넬백이 그랬고, 켈리백이 그랬고, 앞으로 또 다른 어떤 명품백이 바오바오를 대신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현대사회는 겉으로는 개성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중요하고 가치 있게 생각하지만 비단 여성들이 선호하는 명품백뿐만 아니라 의식주를 지배한 많은 명품들에서 현대인들은 주눅 들고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작가 김준은 ‘명품’을 숭배하면서도 자기 개성을 강조하는 현대인들의 모순과 부조리를 시니컬하게 꼬집고 솔직하고 가감 없이 예술의 형태로 드러낸다. 명품으로 도배하다시피 문신한 자신의 신체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역겨움을 견디기는 쉽지 않을 터인데 김준의 작품 앞에서 자기포장과 합리화의 달인인 우아한 명품귀족들이 또 어떤 궤변을 늘어놓을 지 자못 궁금하다.

원시시대부터 문명이 급속도로 발전된 현대에 이르기 까지 인간의 몸이 자기표현의 도구임은 부인할 수는 없다. 인간 신체의 모든 기관은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나’라는 존재의 표현체이다. 소위 말해서 바디랭귀지 곧 몸짓언어의 도구인 것이다. 굳이 입으로 발설하는 언어가 아니더라도 몸을 휘감은 다양하고 다채로운 장식품과 실제 피부에 새긴 언어와 기호, 그리고 그림과 같은 아이콘들은 자신들의 정체성과 의사를 드러내는 직설적이고 솔직한 표현 방법이다. 몸을 캔버스 삼아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꾸미는 문신은 몸에 대한 금기와 터부를 넘어 오늘날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욕망이 새겨진 문화적 기호이며 뚜렷한 표현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배미애의 아틀리에 풍경] 문신회화 김준의 ‘깨지기 쉬운’ 욕망의 살덩어리

인간의 욕망이나 본연적 실체를 상징과 은유적 표현으로 독보적인 조형언어를 만든 김준 작가는 2000년 이후 비디오와 3D작업으로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문신회화’라는 독특한 장르를 구축하여 현재까지 사회적 현실과 연결된 신체 이미지를 실험하는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다소 파격적인 회화적 이미지에 내포된 개인과 사회에 대한 솔직한 직시와 예리한 해석은 예술에 있어 은유적 표현이 주는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개인적 기호 차원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문신을 사회문화적 영역으로 확장하는 그의 작업은 문신에 대한 문화적 해석의 또 다른 차원을 제시한다. 김준이 만든 작품이미지는 현대인들의 아주 다양한 정신적 또는 물질적 기호와 취향의 차이를 문신의 형태로 신체에 새긴 결과물이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개인적 또는 집단적인 이념과 신념, 상하위문화의 취향 등 비가시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사회적 속성을 문신이라는 가시적 실체로 드러냄으로써 일종의 메타언어를 생성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메타언어, 즉 메타문신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적 속성을 변용하고 혼성함으로써 여기에서 나오는 다양한 문화적 체험과 담론의 생산에 주력한다.

[배미애의 아틀리에 풍경] 문신회화 김준의 ‘깨지기 쉬운’ 욕망의 살덩어리

’깨지기 쉬운 Fragile‘ 시리즈에서 작가는 자본주의의 물질적 표상과 시대적 아이콘이 문신으로 새겨진 파편화된 신체 조각들을 음식처럼 도자기 접시에 담아 탐욕과 탐식으로 대변되는 인간의 욕망을 도발적으로 해석한다. 자본주의의 무차별적 물질적 공격에 의해 인격이 소멸되고 상품화된 신체는 이미 익명의 금세 깨질듯한 얼굴 없는 신체로 표현되어 있다. 물질이 이미 정신을 지배하여 우리 스스로를 지켜낼 수 없는 물신화된 사회의 극단적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인들이 분별없이 숭배하는 구찌, 페라가모, 크리스찬 디오르, 프라다와 같은 명품들, 특정 정당과 종교 등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이념과 신념, 대중음악과 팝아트와 같은 특정 문화적 취향 등 개인적이고 집단적이며 시대적인 욕망의 지표들이 문신으로 새겨진다. 작가는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때로는 그들의 무의식에 마저 파고든 욕망을 일종의 의식화 혹은 사회화된 문신으로 보고 우리 자신들이 그 욕망들에 영혼 없이 지배받으며 또한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지는 가를 직시하고 있다.

[배미애의 아틀리에 풍경] 문신회화 김준의 ‘깨지기 쉬운’ 욕망의 살덩어리

작가의 작업은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방식으로서 디지털 데이터로 이루어진 하나의 소스가 디지털 프린트, 빔 프로젝션, 모니터 등 다양한 형태로 출력된다. 초기 작업에서 작가는 천이나 인조가죽 속에 솜이나 스펀지를 넣어 빵빵하게 부풀리고 박음질한 유사 살덩어리의 오브제에 각종 문신을 새겼다. 그러나 이후 컴퓨터 마우스로 형상을 만들고 문신을 입히는 '마우스 페인팅(mouse Painting)' 과정을 통해 이미지를 완성하고 이를 디지털프린트로 출력하거나 영상 이미지로 투사한다. 오브제 작업이 실제 살덩어리를 보고 만지는 듯한 이질감과 이물감을 느끼게 한다면, 일종의 가상 이미지에 바탕을 둔 미디어 출력물은 상대적으로 더 섬세하고 감각적이고 육감적인 세련된 인상을 주면서 비물질적인 현상으로 존재하는 사회적 문신의 실체를 더욱 잘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배미애의 아틀리에 풍경] 문신회화 김준의 ‘깨지기 쉬운’ 욕망의 살덩어리

작가 김준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국립공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6년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전’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1997년 금호미술관 개인전에서 몸을 이용한 설치작품으로 국내 미술계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후 오브제 설치작업 대신 3D 디지털 작품으로 서울, 부산, 베를린, 암스테르담, 파리, 시카고, 뉴욕, 마이애미, 도쿄, 로스엔젤레스, 베로나 등지에서 20여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광주비엔날레, 국제미디어페스티벌, Asia Pacific Triennale, PARIS-PHOTO, ART Basel 등 다수의 그룹전과 아트페어를 통하여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명실 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로서 자리매김하였다. 문신과 미디어를 결합한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인정받아 저명한 현대미술출판사인 SKIRA가 발행한 ‘한국현대미술’의 표지작가로 선정되었으며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Frontiers Reimagined’ 전시에도 참가하였다.

[배미애의 아틀리에 풍경] 문신회화 김준의 ‘깨지기 쉬운’ 욕망의 살덩어리

배미애 geog37@nate.com 갤러리이배 및 이베아트랩 대표, 전 영국 사우스햄톤대학교 연구원 및 부산대학교 연구교수. 지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원 생활을 오랫동안 하였다. 직업에서 배우는 성찰적 태도에 깊이 공감하면서 평소 미술작품과의 막역한 인연으로 50세에 정년에 구애 받지 않는 새로운 직업으로 갤러리스트를 택했다. 미술사의 맥락을 짚어가며 일년에 약 10번의 전시를 기획하며 주로 우리나라의 보석 같은 작가들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 차세대 한국 미술계를 이끌어나갈 신진 작가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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