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성원의 시와와(詩와와)] 박재삼, 흥부 부부상

발행일시 : 2017-07-13 00:00
[최성원의 시와와(詩와와)] 박재삼, 흥부 부부상

흥부 부부(夫婦)가 박덩이를 사이 하고
가르기 전에 건넨 웃음살을 헤아려 보라.
금(金)이 문제리.
황금 벼이삭이 문제리.
웃음의 물살이 반짝이며 정갈하던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없는 떡방아 소리도
있는 듯이 들어 내고
손발 닳은 처지끼리
같이 웃어 비추던 거울면(面)들아.

웃다가 서로 불쌍해
서로 구슬을 나누었으리.
그러다 금시
절로 면(面)에 온 구슬까지를 서로 부끄리며
먼 물살이 가다가 소스라쳐 반짝이듯
서로 소스라쳐
본(本)웃음 물살을 지었다고 헤아려 보라.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최성원의 시와와(詩와와)] 박재삼, 흥부 부부상

감상의 글

자, 이제 결혼식이 끝나고 신랑신부가 행진을 한다. 하객들은 기립하여 힘찬 박수와 환호성으로 그들의 행진을 축하해 준다. 이 순간에 느끼는 신랑신부의 설렘과 기쁨은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순간일 것이다. 그 느낌 그대로 쭉 가고 싶지만 결혼 생활은 평탄하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여기저기 지뢰밭이다.
당장 신혼여행 후에 양가에 드릴 선물을 고르는 것에서부터 작은 갈등이 시작된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부모님들의 용돈 문제, 명절 지내는 것, 가사 분담, 육아 문제, 자녀 교육, 쇼핑, 경제의 주도권 등 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충돌이 일어난다. 그런 충돌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에 이르게 되는 커플들이 꽤나 많다.
성격 차이, 가정불화, 경제 문제, 배우자 부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이혼을 한다. 이 중 경제 문제는 이혼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거나 또 다른 원인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이 남자랑 살면 경제적으로 도저히 희망이 안 보인다.’거나 ‘이 여자에게 가계를 맡기면 가산이 거덜나겠구나. 더 늦기 전에.’라는 마음이 생기면 이혼의 길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극도로 궁핍하지 않은 가정에서 경제 문제로 갈라서게 되는 이유의 밑바닥에는 비교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비교 의식은 결혼 생활 내내 행복을 갉아먹고, 더 이상 갉아먹을 게 없을 때는 마침내 법정으로 가게 만든다. 우리 것보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외식 장소 등을 부러워하기 시작하면 그 집안에는 행복이 깃들 공간이 없어진다. 물론 당연히 더 나은 삶의 조건을 꿈꿔야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현재의 삶의 조건에는 만족하며 살아야 한다.
흥부 부부가 박을 타기 전에 지은 웃음들을 생각해 보라. 흥부 부부가 박을 타기 전에 박에서 금은보화가 나올 줄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저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박을 타서 박 속이나 지져 먹으려고 톱을 마주잡고 선 것이다. 서로 웃음을 짓다가 그 처지가 짠하여 눈물을 흘리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다시 웃음 짓는 그 장면을 가만 생각하면 참 감동이다. 물론 요즘 세상에 이런 수준의 모습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충분히 누릴 수 있고 누려야 할 행복을 ‘비교 의식’이라는 것으로 걷어차지는 말아야겠다.

최성원 기자 ipsi1004@nextdaily.co.kr 시인이자 칼럼니스트. 시집으로 「천국에도 기지국이 있다면」이 있다. 현재 서울 동부이촌동에서 국어와 논술을 가르치고 있으며, 저서로는 「7일 만에 끝내는 중학국어」 등이 있다. 또 ‘하얀국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시와와(詩와와)’는 ‘시 시(詩)’에 ‘와와(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웃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떠들어 대는 소리나 모양)’를 결합하였다. 시 읽기의 부흥이 오기를 희망한다. 100편의 시를 올릴 계획이다. 걷기와 운동, 독서와 집필, 사람 만나는 것, 그리고 야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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