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아파서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왼쪽 얼굴이 부어있다. 일행 중 치과의사가 계셔서 여쭤봤다. 악관절이상인듯 하다며 약을 한 알 주셨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생길 수 있는 증세란다. 더블린공항의 노상에서 기다리며 시작된 고생부터 아일랜드의 추위까지 겹쳐 몸 상태가 좋지않다.

숙소예약부터 일정을 내가 다 짰는데 아일랜드에 1년이상 지낸 친구가 옆에서 자꾸 아는척을 하니 피곤하다. 어중간하게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더 피곤한 법이다. 본성은 착하고 악의는 없는데 잘해주려는 마음이 과해서 자꾸 부딪힌다. 산을 좋아하고 자연경관위주의 여행을 고집하는 친구라 내가 짠 일정이 친구의 의도와 달라서 서로가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행히 일행들은 관광 위주의 내 일정을 잘 따라서 진행에는 크게 무리가 없다.

출발하면서 오늘의 계획을 대충 설명하고 출발했다. 오늘은 이동거리가 길지않지만 볼거리들은 많은 날이다. 친구가 슬라이고에서 2박한적이 있다면서 자신 있어 한다. 왠지 불안한 예감이 든다.

첫번째 목적지로 갔다. 기원전 3천년전 유적지에 도착했다.

Creevykeel burial mound
Creevykeel burial mound

Creevykeel burial mound라는 곳이다. 설명이 없어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고대사원같은 느낌이다.

입구
입구

입구에는 사람들이 소원을 비는 끈을 나무가지에 잔뜩 묶어놓았다.

Benbulbin
Benbulbin

다음으로 Benbulbin으로 갔다.

Benbulbin 가는 길
Benbulbin 가는 길

산을 좋아하는 친구라 와본 적이 있단다.

아일랜드에서 보기 힘든 형태의 산이라 한다. 멀리서 볼 때는 테이블모양인데 가까이서 보니 주름치마같은 모양이다. 친구가 전에 왔을 때는 호수까지 올라갔었다는데 지금은 길이 막혀있다. 아쉽게도 산 위는 구름이 덮여있어 겨우 형태를 볼수있다.

예이츠묘지가 있는 교회
예이츠묘지가 있는 교회

리사델의 저택으로 가는 도중에 예이츠의 무덤이 있다는 표지를 만났다.

예이츠묘지
예이츠묘지

예정에 없었는데 우연히 만나니 행운이다. 모나코에서 사망해서 묻혔던 시신을 몇 년 후에 이곳으로 이장했다 한다.

교회내부
교회내부

크지않은 교회인데도 관광객이 몰리고 교회입구카페는 북적거린다.

교회입구 카페
교회입구 카페

우리도 여유롭게 한잔의 커피를 즐겼다. 예이츠가 묻힌 옆에서 커피를 마시다니 느낌이 다르다.

Rosses point
Rosses point

리사델저택을 지나 Rosses point로 갔다. 바다로 떠난 이들의 무사귀환을 비는 곳이란다. 절규하는듯 서있는 여인상이 인상적이다.

Rosses point
Rosses point

어느 아가씨가 재미있는 포즈를 취해서 우리도 따라해봤는데 느낌 없다.

Strand hill
Strand hill

슬라이고의 서핑 천국 strand hill로 갔다. 서핑천국답게 바람이 장난 아니다.

Carrowmore Megalithic Cemetery
Carrowmore Megalithic Cemetery

비까지 내려서 백사장산책은 포기하고 Carrowmore Megalithic Cemetery로 갔다.

신석기시대의 묘지인데 우리나라 고인돌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웨지형태의 묘지
웨지형태의 묘지

웨지형태의 헨지테두리가 독특하다.

Carrowmore Megalithic Cemetery
Carrowmore Megalithic Cemetery

무덤은 드넓은 평원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평원을 산책하면서 돌아보는 즐거움이 있다.

슬라이고시내
슬라이고시내

차를 몰고 슬라이고시내로 향했다. 오늘은 중식당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친구가 슬라이고에서 2박한적 있다고 시내는 잘 안다고 다시 강조한다. 불안하다.

시내에 들어오니 시티루프가 눈에 들어온다. 친구에게 시티루프 사인대로 돌라고 했더니 슬라이고시내는 걱정없다고 또 큰소리다. 다투느니 그냥 믿기로 했다. 친구가 중국집이 보인다고 자신있게 강변에 차를 세운다. 걸어가다보니 좀 멀다. 중국집앞에 주차장이 보여서 친구에게 차를 가져오라고 하고 우리는 중국집으로 갔다. 가까이 가보니 중국집이 아니고 술집이다. 주차장도 데드엔드라 친구가 찾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도시란 곳이 일방통행이 많다보니 지도를 머리에 넣고있지않으면 미로에 갇히게 된다. 비는 내리는데 그냥 서서 기다리려니 속에서 부글부글 뭔가 끓어오른다. 윈래 주차했던 도로입구이자 시티루트상 수십 번 지나는 길목에서 기다렸다. 전화를 하려다 관뒀다. 전화로 위치를 설명해줘도 찾아올 실력이 안된다. 사실 친구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찬가지다. 그 상황에서 헤어진 자리를 찾아올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슬라이고에서 2박했다고 자신한 것을 믿은 내 잘못이다. 작은 도심에서 멍청하게 서있으니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난 마음도 다스릴 겸 시내구경이나 하기로 했다. 일행에게 같이 시내구경하자고 했더니 그냥 기다리겠단다.

슬라이고 수도원
슬라이고 수도원

수도원유적지에 들어가서 맘을 달랬다.

슬라이고 수도원
슬라이고 수도원

무너진 유적지를 한바퀴 돌고나니 맘이 가라앉는다. 수도원에서 나가니 친구는 일행과 만나서 얼굴이 사색이 되어있다. 얼마나 고생했는지 얼굴에 다 써있다. 헤어진 지 1시간30분만에 10살은 더 늙어보인다. 구글지도탓을 한다. 공항에 올 때도 구글지도탓을 하더니 네비에 의지하는 습관이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배도 고프고 화낼 힘도 없어서 일단 차에 올랐다. 다행히 차에 비상 식량이 많다.

성스러운 우물
성스러운 우물

대충 끼니를 떼우고 Lough gill호숫가의 성스러운 우물로 갔다. 성지답게 입구부터 주의사항이 잔뜩 적혀있다. 사람들이 성수가 솟아나는 우물에서 물을 떠서 청소를 하고있다. 나는 초를 사서 불을 밝혔다. 왜 성스러우냐고 물으니 이곳의 땅기운이 성스러운 곳이란다. 사람들이 와서 치유하고 가기도 한단다.

성스러운 우물 치유의 십자가
성스러운 우물 치유의 십자가

나도 따라서 십자가의자에 앉아 기도했다.

Dooney Rock 산책로
Dooney Rock 산책로

Dooney Rock으로 갔다. 사실 바위보다는 숲길 산책로가 더 좋다.

Dooney Rock 산책로
Dooney Rock 산책로

호수길을 따라 걷다가 언덕으로 올랐다가 내려왔다. 친구도 아일랜드에서 처음 보는 숲이라며 신기해한다. 하늘을 가득 메운 숲 기운에 저절로 힐링 되는 기분이다.

이니스프리 섬
이니스프리 섬

오늘의 기대주인 이니스프리로 갔다.

이니스프리 섬
이니스프리 섬

상상의 섬이라는데 라프길호수안에 있다. 입구에는 예이츠의 시가 적혀있다.

이니스프리로 가는 선착장
이니스프리로 가는 선착장

배가 없어 들어갈수는 없는데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장품으로 알려져있는데 아일랜드에는 작은 섬이다. 숙소로 돌아오는길에 친구가 오늘 슬라이고에서 고생한 이야기를 꺼낸다. 참고있던 화가 폭발했다. 내가 시티루프사인만 보고 돌라고 한말은 무시하고 복잡한 도로탓만 한것이 내화에 불을 붙였다.

아침에 구름 속에 가려있던 벤불빈을 지나는데 하늘이 개어 모습을 다 드러내고 있다. 하늘은 개이는데 내 머리는 더 아파온다. 지도를 봐주는데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럽기까지 하다. 숙소로 돌아오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아침에 부었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고 통증은 턱 뿐만 아니라 머리 어깨까지 퍼졌다. 다행히 일행들이 약을 가지고 있다. 빈속에 먹으면 안좋을 것 같아서 바나나와 우유를 먹고 약을 먹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철저한 휴식이다. 2층 내방으로 와서 모든 것 내려놓고 푹 쉬기로 했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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