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라 함은 Politically Correct (정치적으로 올바른)의 약자로, 정치권의 정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의 모든 관계 역학 속의 정치에 대한 올바름을 일컫는 표현이다. 쉽게 말하면, ‘간호원’이 아니라 ‘간호사’이고 ‘장애인’이 아니고 ‘장애우’라 부르는 것이 우리가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모든 다양하고 다른 이들을 존중하는 호명 방식, 즉, 정치적으로 올바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PC는 미국 원주민을 Indian이라 부르지 않고 Native Americans(토착 미국인)라 부르고, 미국 흑인들을 black 이라 부르지 않고 African American(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 부르면서 시작되었다. 사실 미국 인디언이라는 표현은 향료를 구하러 ‘인도’를 찾아 떠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이 인도인줄 알고 부르던 이름이니 지극히 서구 중심적인 이름인 게 분명하다. 더구나 원래 그 땅에 살던 이들이 있었는데 미대륙을 ‘발견’했다고 정의하는 권력에 경도된 표현을 부정하고 원래부터 이 땅에 살던 토착인들이라는 표현이 훨씬 올바른 표현이기는 하다.

이에서부터 시작해서 장애우들을 the handicapped(핸디캡이 있는 이들)로 부르다가 the physically challenged (신체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이들) 혹은 the differently-abled(다른 능력이 있는 이들)이라고 표현이 바뀌었고, 성차별주의적(sexist)인 많은 용어들이 바뀌게 되면서, chairman은 chairperson으로, spokesman은 spokesperson으로, sales man은 sales representative로 변하고, 여성만 결혼 유무를 따지던 Mrs.와 Miss.에서 Ms.로 바뀐 지 꽤 오래 되었다.

백인이라는 말은 백인이 기득권 층이라 멸칭(낮춰서 부르는 호칭)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지만, 구태여 인종적인 구별을 공식적으로(officially)하고 싶을 때에는 Caucasian (코카서스 인종의)라고 부른다. 그래서 미드에서 ‘백인 남성’등의 용의자 인상 착의를 말할 때에 보통 ‘Caucasian male’이라고 흔히 부른다.

문제는 이 PC함을 지키려면 말 한 마디 한 마디, 글 한 자 한 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기존에 흔히 쓰던 용어를 잘못해서 썼다 가는 대중 미디어가 발달한 이 시대에 엄청난 반론의 폭격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PC함을 지키라는 의식이 주된 담론이 되면 소셜 미디어가 때론 “만인에 대한 지뢰밭’이 되어버린다고 누군가 일컫는 것도 보았다. ‘뚱뚱하다(fat)’는 표현은 더 이상 PC하지 못하므로 더 이상 ‘뚱뚱하다’고 하지 못하고 ‘과체중(overweight)’라고 해야 하고, ‘예쁜이’들에게도 함부로 ‘예쁘다’고 했다가는 상대의 외모를 평가하는 권력을 쥔 것처럼 생판 모르는 타인에게 말하지 말라는 반론에 마주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에서 PC용어 사전을 찾아보면, 이게 농담인가 실제로 쓰이는 용어인지 헷갈리는 용어들도 굉장히 많다. 예를 들면, vertically challenged(수직적으로 어려움이 있는)이라는 용어는 키가 작은(short)이란 뜻이고, horizontally challenged(수평적으로 어려움이 있는)이라는 용어는 과체중(overweight)이라고 나온다. 더 나아가, comb-free 정도가 되면, 대체 이 단어는 무슨 뜻일까 갸웃거리게 된다. free에는 ‘~가 없는’이란 뜻이므로 ‘(빗이 필요가 없어서) 빗에서 자유로운’이라는 뜻으로 대머리(bald)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Canine American 정도가 되면 엄청 헷갈린다. Canine은 ‘개 과의, 개 과에 속하는’이라는 형용사로 ‘개과의 미국인’이란 뜻이다. 즉, 개를 ‘견공’ 정도로 높인 표현이랄까 – 애완동물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companion)으로 불리는 개들을 PC하게 부르는 용어이기는 하나, 우스개 소리인걸까, 진지하게 써야하는 걸까 헷갈린다.

얼마전 종편에서 시작된 아이돌 학교라는 프로그램에서 이 학교의 교장인 어르신이 (어르신도 PC하게 일컬으면 old man이라고 하면 안되고, elderly man ‘나이가 지긋한 남자’ 혹은 senior citizen’연로한 시민’이라 해야 한다)이 출연자인 어린 여성들을 일컬어 ‘장차 아내와 어머니가 될 순결한 소녀들이다’라고 발언을 해서, 인터넷에서 집중 포화를 받는 것을 보았다. 여성에 순결주의 프레임을 덧씌운 것이나 ‘아내’용 그리고 ‘어머니’용으로 여성의 역할을 제한하는 발언이 PC하지 않은 것은 맞다. 그러나 70년을 족히 넘게 살아온 사람의 사고방식으로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기 쉬울 것일까,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비난을 퍼붓는 것으로 과연 사람의 인식이 변할까, 그런 점은 계속해서 고민이다. PC하려면 말 한 마디 글 한 줄 마다 말하고 쓸 때마다 불편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노력은 쉽지 않다.

Joyce Park rowanee@naver.com 필자는 영어를 업으로 삼으며 영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어 교재 저자이자 영어교수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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