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 대비하라!” 고장으로 경착륙해야하는 비행기, 추락해서 지면에 충돌이 예정된 우주선 기장의 경고 멘트이다. 미리 훈련된 기내 승무원 안내에 따라 승객/우주조종사는 좌석에 밀착하고 고개를 무릎에 파묻는다. 이윽고 생과 사를 구분하는 충돌의 시간이 다가온다.

4차 산업혁명의 전방위적 파고가 몰아닥치고 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현상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핀테크, 푸드테크, 에듀테크, 자율주행차, 온라인 커머스, 언번들링 뱅크, 언번들링 카, 언번들링 스쿨. 형해화라는 어려운 단어가 어울릴 만큼 기존의 체제가 어떤 강력한 힘에 의해서 와르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이 마케팅 신조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서 조차 ‘변화’는 분명히 다가오고 있다.

노동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은 공급과 수요이다. 흔히 분석가들은 대기업-중소기업간의 임금격차, 직종별 임금 불균형, 일자리 문제, 납세 등의 문제가 ‘배분’이라는 다소 정치적이고 가치적인 문제로 파악하는 고전적 경제학에 매달리고들 싶어한다. 노동의 고전적이고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는 공급과 수요의 원칙은 ‘전문기술’을 배우고 익히면 노동의 공급이 희박한 전문영역으로 진입하여 즉 수요가 적은 노동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라는 사실이다.

과연 그럴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이미 인공지능이라는 어려운 단어를 동원하지 않아도, -ER, -OR로 끝나는 직업을 지칭하는 영어단어들이 매우 빠르게 컴퓨터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 COMPUTER (계산원 ->계산기), NAVIGATOR (항법사 -> 네비게이션 기계). 얼마 남지 않은 미래에는 DRIVER (운전사 -> 자동주행자동차), 가장 우려하는 최후의 충격파는 WORKER (노동자 -> 로봇 일꾼).

기술이 발전하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한번 줄어든 일자리는 원래의 지위를 회복하지 못한 채 저임금, 단기간, 힘들고 괴로운 일자리로 대체된다. 전문 영역 마저도 계속해서 축소될 것이다. 한 줌 남은 전문가의 노동 영역에 남아있거나, 신규 진입하려는 새로운 참가자의 힘겨루기로 아주 고단한 전문가 노동시장이 될 것이다. 저임금의 힘든 노동시장은 날이 갈 수록 더 임금이 내려가게 되어 기초적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의 임금 수준이 될 것이며, 이 또한 기존 참여자와 신규 참가자 간의 큰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에 의해 전문적으로 행해지던 전문 노동영역도 인간+인공지능의 팀웍으로 서서히 대체되는데, 이때 팀원으로서 인간은 전통적인 전문가인 변호사, 의사, 교사가 아니라 인공지능의 원리를 잘 아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때 아주 어리둥절한 노릇은, 누구의 잘못으로 이런 충격과 혼란상이 나타나는 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로지 ‘컴퓨터’의 발전에 의한 근본적 충격요인이다. 노동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인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인간은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 프로세스를 이기기엔 역부족이다. 저임금 노동시장에서는 고용의 직간접 비용이 컴퓨터를 따라갈 수가 없으며, 고임금 전문가 시장에서도 사람의 지식 집약적인 경쟁력 역시 컴퓨터를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흔히 4차 산업혁명에는 창조적인 직업인 예술업이 잘나갈 것이라 하는 주장이 있고, 창조적인 사고가 중요하므로 창의적인 교육을 해야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긴 한데 영화제작자, 배우, 가수, 미술가, 작곡가, 오페라 배우는 산업적 수요로 볼 때 너무도 적은 시장이다. 운송업 노동자의 큰 시장에 비해, 글을 써서 먹고 살기는 너무도 힘들다. 이 역시 컴퓨터가 가져오는 엄청난 충격파를 피해가기에는 고단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

혁명은 모든 것을 새롭게 다시 재편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영어의 ‘Revolution’이라는 단어는 원래 회전을 의미한다. 모든 것이 충격을 받아 자기의 자리를 잃고 재배열된다는 의미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세계와 인간을 보는 새로운 혁명적 시각을 제공했고, 천부인권에 기댄 계몽주의 철학은 근대 시민사회의 탄생인 프랑스 혁명을 일으켰다. 이어 프로메테우스가 어렵게 얻어낸 ‘열’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만든 생산의 혁명인 산업혁명이 탄생했다. 혁명의 전과 후를 지켜보면 실로 엄청난 삶의 양식이 변화했다. 혁명의 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르네상스의 기하학과 화법이 결합한 원근법, 시민혁명의 헌법이 지배하는 법치국가, 산업혁명의 대도시를 기반으로 한 엄청난 양의 비숙련 노동자와 공장 생산, 대량생산물을 전세계로 실어 나르는 토대인 플랫폼이 혁명의 산물이다.

4차산업혁명의 충격파에 대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더 나아가서 인류사상 최대의 불시착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없어지는 일자리에 대비하는 노동자 개인, 고용주인 회사, 개인과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먹고 사는 국가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단 하루라도 빨리 인간-기계의 공생이라는 전혀 새로운 체제에 빨리 올라타는 개인, 회사, 국가가 주도권을 잡고 충격파가 남긴 혼돈을 극복하고 ‘새로운 판’에서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고 본다. 이때의 기계가 과거에는 대량생산을 담당하는 열역학 기반 생산 기구였다면, 4차 산업혁명에서는 컴퓨터소프트웨어-머신러닝-인공지능의 기구라는 점이 달라진 것이다. 당연히 노동자 개인, 고용주 회사, 이들의 본부인 국가는 가장 빠르고 가장 깊고 가장 광범위한 4차산업혁명의 뉴딜정책을 입안하고, 전개시키고, 실천해야 한다. 어떻게? 새로운 교육을 통해서.

이는 자동차 운전이 필요한 사람이 나이, 성별, 학력, 소득을 따지지 않고 배워서 본인이 하는 일에 부가가치를 산출하는 것과 동일하다. 현재 변혁의 요구사항은 그 사람이 자동차 운전기술을 배울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와 상관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컴퓨터소프트웨어-머신러닝-인공지능이 산업의 모든 부분에 침투하기 시작하였으므로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은 이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본인이 감당할 수 있고 없고의 여부나 적성과 개성의 문제와 아무 상관없이 사회가 요구할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공지능적 컴퓨터 기술에 따라오지 못하는 인간은 필요 없어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는 과거에 DRIVER가 마부에서 자동차 기계 운전원으로 바뀐 상황과 비슷하다. 말의 전문가가 어느 날 갑자기 몇 년 안에 그 당시의 가장 복잡하고 비싼 기계의 전문가가 되어야 했던 과거사처럼.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동자는 삶을 위협받을 것이며, 변화를 주도하는 노동자는 새로운 삶을 주도할 것이다. 변화의 방향을 읽고,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대비하는 자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이것이 ‘혁명’을 둘러싼 인간사의 교훈이다.

머신러닝의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대비하는 휴먼러닝은, 안타깝게도 1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에 서있다. 사람이 하면 실수, 기계가 하면 오류라 칭한다. 다시 말해 기계의 지능은 권위와 근거가 사람 지능에 비할 바 없으므로 훈련과 교육에 관한 기계적 제약은 거의 없다. 규제가 없으므로 매우 다양한 시도와 실패, 성취가 발전을 이루어 왔다. 이에 비해 사람 지능을 다루는 휴먼러닝은 거대한 관료체제에 편입해버렸다. 거대한 관료체제로는 아쉽게도 온갖 종류의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19세기 산업혁명의 위대한 성취가 가져온 인간상이 이념화되었기 때문이다. 아주 안타깝게도 이제 머신이 사람을 능가하려 하는 이 시점에도 휴먼러닝은 19세기에 머물러 있다.

혁명에서 승리하는 법. 개인-회사-국가가 승리해서 재편되는 세상에서 번영하는 법. 여기에 대한 필자의 개인적 경험과 고민을 앞으로의 칼럼에서 나눠 보겠다. 새로운 노동의 현상과 새로운 교육의 대안과 인간과 지능기계의 공생을 통한 해법을 함께 나누고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수화 westwins@mtcom.co.kr 서울대학교 서양사학 전공, 서울대 인지과학협동과정에서 석사•박사과정 수료. ㈜LGCNS 시스템 엔지니어,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두뇌 인지활동의 기능적 MRI 연구, 벤처기업에서 논리학습을 위한 기능성 게임, 인공지능 비즈니스모델링 •영어교육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해왔다. 각종 벤처창업학교에서 퍼실리테이터•강사•멘토 역할을 맡아 활동 중이다. 현재 (주)엠티콤에서 인공지능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인문계와 이공계의 융복합적 전공 경험뿐 아니라 수행했던 다양한 직업 경험, 그리고 인간지능에 대한 깊은 이해•관심을 바탕으로, ‘지능산업’의 발전과 육성을 위한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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