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고 함태호 명예회장(왼쪽)과 함영준 현 회장. 사진=넥스트데일리 DB
오뚜기 고 함태호 명예회장(왼쪽)과 함영준 현 회장. 사진=넥스트데일리 DB

최근 국민들은 갑질을 하는 오너와 기업에 대한 기사를 자주 접하면서 치를 떨고 있다. 마친 일상화된 듯 잘못을 잘못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강자에게는 비굴할 정도로 약하면서 약자에게는 죄책감 없이 횡포를 부려왔던 과정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소리 소문없이 선행을 꾸준하게 벌여 온 기업의 미담이 회자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이미 SNS상에서 ‘갓뚜기(GOD+오뚜기)’라는 별명을 얻은 식품제조·판매기업 ‘오뚜기’가 그 곳이다.

오뚜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부 출범이후 처음으로 마련하는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 기업으로 거론되면서 갑자기 주목을 받고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도 올랐다. 삼성 등 국내 굴지의 14개 그룹들이 초청대상인 이 자리에 중견기업으로는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에 자산기준 재계순위 2위인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LG(4위), 포스코(6위), 한화(8위), 신세계(10위), 두산(12위), CJ(14위) 그리고 오뚜기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한다. 이어 28일에는 자산규모 1위인 삼성과 SK(3위), 롯데(5위), GS(7위), 현대중공업(9위), KT(11위), 한진(13위) 등이 참석한다.

사실 오뚜기는 이 기준에 따르자면 총자산은 1조5000억원 정도로 5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수치상으로 기준 미달인 오뚜기가 새 정부 첫 번째 재계 초청 대상이 된 것은 의외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가 언론에 밝힌 오뚜기의 이유는 명확했다. "오뚜기는 여러 가지 상생협력, 일자리 창출에서 모범적인 기업이기 때문에 초청해서 격려를 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사진=넥스트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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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알려진 오뚜기의 미담은 이미 여러 건이다,

먼저 오뚜기의 주력 판매 제품 중 하나인 라면제품 가격의 동결이다.

오뚜기는 약 10년 동안이나 라면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2008년 2월 라면 값을 100원 올린 것이 '마지막 인상'이다. 최근 주요 라면 생산 업체들이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 이상 올렸지만 오뚜기는 이에 동참하지 않았다. 물가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서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낮은 비정규직 비율이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오뚜기 직원 3099명 중 비정규직은 36명이다. 비정규직 비율은 1.16%에 불과하다. 오뚜기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은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뽑아 쓰지 말라'는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오뚜기는 함 명예회장 뜻에 따라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오뚜기 봉사단이 한국조리과학고와 함께 지난해 10월 14일 경기도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한 밥차 자원봉사활동 모습. 사진=넥스트데일리 DB
오뚜기 봉사단이 한국조리과학고와 함께 지난해 10월 14일 경기도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한 밥차 자원봉사활동 모습. 사진=넥스트데일리 DB

꾸준하게 펼치고 있는 심장병 어린이 후원과 장학금 지원사업, 사회단체에 대한 기부 등 사회공헌활동들도 오뚜기가 남몰래 벌여온 선행들이다.

함태호 명예회장은 생전 돈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선천성 심장병 환자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1992년부터 심장병 어린이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함 명예회장이 별세한 후에도 오뚜기는 한국심장재단과 함께 심장병 어린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지난 24년 동안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4242명에게 새 새명을 찾아줬다.

함 명예회장은 또 지난 1996년 개인 재산을 출연해 오뚜기재단을 설립하고 대학생, 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금을 줬다. 1997년 대학생 14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12월까지 약 700여명에게 40억원에 달하는 장학금을 전달했다. 2009년에는 오뚜기 학술상을 제정했으며 2012년에는 오뚜기 봉사단을 설립해 저소득 계층도 지원하고 있다.

오뚜기는 장애인 직원이 근무하는 밀알복지재단 '굿윌스토어'에 선물세트 조립, 가공을 맡겨 장애인 직원 생계를 지원했다. 사내 물품 나눔 행사를 열어 '굿윌스토어'에 물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2015년 11월 함태호 명예회장은 개인 주식 315억원 상당을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더욱이 2016년 9월 12일 노환으로 별세한 함태호 명예회장은 별세하기 3일 전에 1000억원 상당 주식을 오뚜기재단에 기부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호평을 받았다.

선친의 선행은 후속으로도 이어졌다. 함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아들 함영준 회장은 오뚜기 주식 총 46만5543주를 상속받았다. 금전적 가치는 당시 주가 기준 3500억원으로 평가됐다. 함영준 회장은 상속세·증여세 관련 법 조항에 따라 상속세 1500억원을 납부해야 했다. 함영준 회장은 다른 재벌이나 지금 장관직에 오른 사회 저명인사들까지 조금이라도 세금을 줄이기 위해 온갖 불·탈법을 저지른 동안 5년에 걸쳐 상속세를 성실하게 납부했다.

특히 오뚜기와 관련돼 회자되는 미담 중에는 석봉토스트에 소스 제공도 있다.

석봉토스트 김석봉 사장이 노숙자와 어려운 이웃에게 토스트를 무료로 나눠주자 오뚜기는 석봉토스트에 사용되는 소스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오뚜기는 소스를 무상으로 제공해온 사실을 어디에도 알리지 않았다. 10년이 지나 김석봉 사장이 자서전에 관련 일화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오뚜기 관계자는 “갑자기 회사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이 많아져 기쁘기도 하지만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며 “직원들이 이번일을 계기로 고 함태호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조금이라도 더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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