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연호의 포토프레임] 셔터보다 마음을 먼저 눌러라

발행일시 : 2017-08-02 09:07
[정연호의 포토프레임] 셔터보다 마음을 먼저 눌러라

사진은 빛의 그림, 빛으로 그리는 예술(빛의 예술)이라고 표현되곤 한다.

Antelope Canyon, 결국 사진은 빛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시선의 예술이다 <Antelope Canyon, 결국 사진은 빛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시선의 예술이다>

이 표현처럼 사진에 있어서 빛은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빛을 통해서 사물(풍경)의 모양과 크기, 색깔을 구별하게 된다. 빛이 없는 까만 공간에서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것처럼 카메라 역시 빛이 없으면 어떠한 이미지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반대로 빛이 존재하면 우리는 카메라의 노출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다양한 사진을 창작해 낼 수 있다. 기술과 보급의 혜택이랄까. 그 덕에 언제 어디서든 우리가 원하는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오래 전 아주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사진예술이 이제는 우리의 삶과 함께 하고 있다. 달리 이야기하면, 사진촬영이 이제는 아주 쉬워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사진들을 너무들 잘 찍는다. 이미지기반 SNS인 인스타그램에서는 하루에 수천만 장의 사진이 공유되는데, 사진작가가 봐도 멋진 사진들이 너무 많다. 카메라의 성능(스마트폰 역시도)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고, 카메라 또는 사진관련 정보들은 블로그나 웹사이트, 각종 서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사진적인 요소와 색감(색깔), 구도 등에 대한 내용도 쉽게 배울 수 있는데, 이 정보들을 조금만 따라하고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멋진 사진을 쉽게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필름시대에는 종이(또는 다른)에 인쇄된 이미지를 사진이라고 했다. 촬영을 하고, 암실에서 네거티브 필름을 거쳐 한 장의 작품으로 탄생한다. 그렇기에 사진을 하는 과정은 실로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인 지금은 사진이 만들어지는 시간이 엄청나게 단축이 되었다. 마치 순간을 잡는 사진이라는 의미처럼, 촬영된 이미지는 곧 바로 카메라의 LCD에 나타난다. 그리고 포토샵과 같은 이미징 프로그램을 통해서 또 다른 사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제는 이미지를 다루는 기술과 감각이 좋은 사진을 만드는데 아주 중요한 능력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날로그 형식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사진이 창조되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지, 그것을 작품화하는 데 필요한 우리의 노력이 줄어든 것은 결코 아니다. 필자는 사람들이 이 부분을 제대로 인지한다면, 우리가 그토록 고민하는 "더 좋은 사진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라는 깊은 고민에 대한 해결이 조금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필자가 말한 그 노력이 과연 무엇일까. 사진을 찍는데 있어서 노력을 한다는 것은 아주 넓은 범위로 이해할 수 있으나, 필자는 사진을 공부하고 실전에서 겪으면서 느꼈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필자는 2014년 중앙대학교 사진아카데미에서 인물사진을 공부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물사진은 어렵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이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사람은 인격과 감정, 그로 인한 표정이 있는 피사체이다. 생김새가 있고, 스타일이 있다. 때론 메이크업을 통해서 다른 이미지로 창조되기도 한다. 또한 그렇게 어려워하는 촬영포즈가 있다.

특히 지금에 와서는 포토샵 보정이 인물사진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컨텐츠가 된 것도 사실이다. 얼굴이나 몸의 형태에 따라 조명(지속광, 인공광)을 달리 표현하고, 때로는 관상이나 인상학적인 지식이 요구되기도 한다. 촬영하는 모델(피사체)마다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매번 그 인물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요구되는 것도 바로 인물사진의 묘한 매력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인물사진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순 없으나, 스승(주임교수)님의 많은 지도로 사진에 있어서 중요한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사진은 결과로 말한다”라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였다.

사진은 카메라의 셔터버튼을 누르면 그 순간의 이미지가 저장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사진에 있어서 순간,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사진을 보면서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고 극찬를 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순간을 제대로 잡을 수 있을까? 사진을 찍다보면 간혹 운수 좋은 날이 분명 있다. 갑자기 내 옆을 지나간 여성, 하늘을 날고 있는 새 등의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조금 더 특별한 사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마주하는 풍경의 느낌이나 인물의 표정을 제대로 캐치하고자 한다면 순간을 위한 기다림이 분명 존재해야 한다. 필자는 이 시간을 피사체에 대한 이해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특히 인물사진을 한다면 아주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The Moment, 중앙대 사진아카데미 인물사진컨텐츠 전문가과정 졸업작품 <*The Moment, 중앙대 사진아카데미 인물사진컨텐츠 전문가과정 졸업작품>

위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꽤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기억이 난다. 아는 대표의 도움으로 멋진 성악팀을 섭외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사전 미팅을 하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했던 시간들. 조금씩 포즈와 표정, 느낌을 달리하면서 만들어낸 한 장이 바로 이 사진이다. 결국 필자와 이 모델들이 투자한 시간은 한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 정면이 아니라도 돋보이는 그들만의 개성어린 표정이 좋다.

필자는 상업사진을 하고 있다. CEO 또는 임원급의 고객들과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데, 그런 고객의 사진을 찍거나 고객이 속한 기업의 행사를 촬영한다. 특히 프로필사진(Portrait) 의뢰가 오면 촬영 전에 늘 Tea Time을 가진다. 여기에서 촬영에 대한 이야기는 최소화하고, 그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다. 사진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많은 사람들이 취미를 가지고 있어서 대화주제로 좋다), 상대방의 전문분야에 대한 필자의 궁금증을 여쭙기도 한다.

필자가 업무적으로 최대한 배제를 하고 대화를 하는 이유는, 조금 더 고객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기 위함이다. 누구나 처음 마주하는 사람과 어색함을 느낀다. 특히나 폐쇄된 공간에서 큰 카메라와 조명과 마주한다면 모델이 아니고서야 어찌 좋은 표정과 인물의 캐릭터가 표현될 수 있겠는가. 필자가 행하는 작은 티 타임의 시간은 고객이 촬영하는 시간을 보다 편하게 만들어주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촬영하는 당일에도 마찬가지로, 인물과 계속적인 대화를 하면서 셔터를 누르는 것이 좋다. 인물사진가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서 인물이 지루하지 않게 하고, 인물 스스로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표정이나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동기부여의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셔터를 누르기 이전에, 인물에 대한 이해와 그 인물을 바라보는 진심이 표현되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앞에 있는 인물은 사진가를 믿고 따라올 것이다.

사진에 있어서 과정은 무척이나 중요한 시간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 장의 작품을 위해서 이해와 노력을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때론 인물(또는 인물들)과 함께 상황을 같이 즐겨야 할 경우도 있다. 우리가 찍는 사진은 바라보는 시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이는 우리의 감정이 늘 함께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감정을 담는 그릇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데, 모델들이 처한 상황과 상황의 느낌(감정)을 사진가 또한 느끼고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진에 그 즐거움을 담을 수 있다.

사진은 더 이상 순간만이 중요한 예술이 아니다. 사진이 이제 우리 삶을 이야기해주는 하나의 주요한 매체인 것처럼, 사진을 촬영하는 그 모든 과정은 하나의 놀이가 되어야 한다. 그 시간동안 인물이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의 감정은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한 장의 사진에 고스란히 담길 것이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본다는 관점에서 풍경사진과 인물사진은 결코 다르지 않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본다는 관점에서 풍경사진과 인물사진은 결코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필자는 과연 인물사진에만 맞춰진 이야기를 한 것일까?

물론 인물의 좋은 표정과 포즈, 감정을 이끌어낸다는 촬영방식은 보통의 풍경사진을 찍는 방법과 다소 상이할 수 있다. 그러나 풍경을 찍는 것도 결국 내 마음의 메세지를 담는 것이라면, 결국 내 자신과 마주하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진을 찍는 것은 내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마주한 풍경 속 요소들의 프레이밍을 통해서 말이다. 결국 풍경을 찍는 것도 인물사진을 찍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찍고자 하는 피사체(풍경)을 자주 가보는 것은 상황을 이해하는데 무척이나 도움이 된다. 또한 풍경은 빛에 따라(촬영시간에 따라) 느낌이 자주 변하므로 본인이 원하는 느낌을 연출할 수 있는 빛의 시간대를 찾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처음 만난 풍경에서 좋은 작품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껏 보지 못한 풍경에서 새로움과 화려함의 감정이 우리를 흥분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정말 원하는 무언가 이끌리는 사진이 될 수는 없다. 더 나은 사진이라는 것은 보다 나의 감정이 이끌린다고 표현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진을 찍는 순간을 위해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준비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사진은 순간의 예술이라고 하지만, 그 순간을 위한 시간의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셔터를 누르기 이전에 풍경을 음미하길 권장한다. 지금 내가 존재하는 이 공간이 말해주는 빛의 향기를 느껴보고 그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인지 내 자신을 조금 더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그 과정 후에 본인이 찍는 순간의 사진은 조금 더 나아진 작품이 되지 않을까. 흔히들 이야기하는 작가의 의도, 이야기, 메세지가 담기기 때문이다. 사진의 기술력이 아무리 발전해도 더군다나 그것이 AI(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시대가 올지라도,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감점(감성)의 교류는 대신하지 못할 것이다.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우리가 사진을 찍고자 하는 그 마음이다. 마음으로 먼저 다가가자.

정연호 jakeimagelab@gmail.com상업(인물)사진을 주로 촬영하며, “마음챙김”이라는 컨셉으로 편안한 느낌의 풍경사진을 찍고 있다. 제약회사를 다니다 취미로 시작한 사진이 현재는 업이 되었다. 제이크이미지연구소(JAKE IMAGE INSTITUTE)를 운영하고 있으며, 촬영과 강의 및 기획을 하고 있다. 사진촬영과 그것의 의미(마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 사진과 우리의 프레임(시선)과 좋은 사진 촬영가이드에 대한 글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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