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상준의 시대공감(時代共感)] 영화 한 편으로 6개월 롱런 치던 시절

발행일시 : 2017-08-08 00:00
[한상준의 시대공감(時代共感)] 영화 한 편으로 6개월 롱런 치던 시절

대한민국은 IT 강국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네트워크 망이 집집 마다 들어가 있고 실외에서 걸으면서도 편리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컴퓨터나 휴대폰을 이용해서 영화를 예매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 예고편, 영화 관람 후기, 평점 등 다양한 영화 정보를 언제든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90년대 중반 까지만 해도 영화 예매를 하려면 극장까지 나가야 했다. 영화에 대한 정보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할 수 있었다.

영화의 상영기간
요즘 일반적인 영화의 상영기간은 한 달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하루 이틀 극장에서 상영된 후 바로 VOD로 볼 수 있는 영화도 있다. 옛날에는 대작 영화가 개봉되면 정말 극장에는 인산인해였다. 매표소가 열리기 한두 시간 전부터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경우도 많았다. 극장 주변에는 정상 가격의 두 세배에 암표도 버젓이 거래 되었다. 극장표를 받기 전까지는 좌석 위치를 확인할 수 없었는데, 암표의 경우 좌석 위치를 보고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암표는 특이하게도 로얄석이 많았다. 암표상은 "영화 보기 좋은 자리, 표 있습니다" 라고 하면서 유혹했다. 하긴, 두세 배 되는 비싼 가격을 주고 암표를 사면서 영화관 구석에서 영화를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암표상과 극장과의 모종의 거래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80~90년대에는 지금처럼 멀티 플랙스 상영관보다는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극장이 대부분이었다. 대부분의 영화는 두세 개 정도 극장에서만 상영 되었고, 어떤 영화는 단 하나의 극장에서만 상영하기 때문에 그 영화를 보려면 반드시 그 극장에만 가야 했다. 서울시에 개봉관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요즘은 동시에 상영할 수 있는 스크린의 수가 수천 개. 최근 개봉한 “택시 운전사”의 경우 3일만에 200만명의 관객이 관람을 했다. 옛날에는 한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관객의 수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흥행성이 있는 영화의 경우 2~3개월 동안 매회 매진은 기본이고, 대박 영화의 경우 6개월 이상 롱런을 하기도 하였다.

서편제(1993)의 경우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관객수를 파악할 수 없는 지방극장을 제외한 서울 관객을 기준으로 달성하였다. 서울은 단성사에서 독점 상영을 하였으며 6개월을 훌쩍 뛰어 넘는 196일 동안 상영하였다. 6개월 정도에 100만 관객이 관람을 하였으니 하루에 소화 가능한 관객수는 5,000~6,000명 정도로 생각된다. “택시운전사”의 경우 3일만에 200만명이니, 하루에 67만명 정도가 관람한 것과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이다.

외화 다이하드(1988)의 경우 1988년 9월 말부터 상영을 시작하여 1989년 2월 말까지 5개월 이상을 상영했다. 이 영화도 단성사에서 상영을 했는데, 관람한 관객은 70만명이었다. 영화 한편을 잘 수입하면 반년을 그 영화 한편으로 대박을 칠 수 있었던 시절이다.

이런 대박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영화표를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극장에 가서 줄을 서야 했고, 한 회가 매진된 후 다음 회를 팔았기 때문에, 관객의 선택권이 거의 없었다. 심한 경우에는 오전에 이미 저녁 시간대인 5~6회 상영분을 팔아서, 영화표를 사서 집에 왔다가, 다시 저녁에 극장에 가서 보는 경우도 있었다.

자리는 복불복
어렵게 구매한 극장표 좌석은 관객이 선택할 수 없었다. 아주 운이 좋으면, 영화 관람하기 좋은 한가운데 좌석을 배정받기도 했지만, 일찍 가서 표를 사도 가장자리가 걸리는 경우도 많았다. 2명의 경우 연석으로 배정을 했지만, 4~6명이 가면 앞줄과 뒷줄에 앉게 되는 등, 함께 앉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화 예매가 가능한 극장은 뉴스 거리였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쳐 <전화 예매가 가능한 극장은 뉴스 거리였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쳐>

90년대 들어서 신사역에 있는 그랑프리 극장에서는 스크린과 좌석 배치를 관객이 보고 자리를 정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좌석 선택 서비스였다. 스크린과 좌석이 인쇄된 A4 용지에 붉은색 펜으로 X 표를 하면서 영화표에 볼펜으로 선택한 좌석 번호를 써주었다. 전화 예매도 할 수 있었다.

1990년대 영화표화 최근의 영화표 <1990년대 영화표화 최근의 영화표>

요즘 영화 예매는 정말 편리하게 바뀌었다. 인터넷을 통하여 화면을 보면서 상영관, 날짜, 시간은 물론이고 원하는 좌석까지 선택할 수 있다. 정말 편리한 시스템인데, 이러한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람도 있다. 특정 단체에서 조직적으로 좌석을 많이 예매를 한 후, 영화 상영 직전에 모두 취소를 하여 고의적으로 극장에 피해를 주거나 영화 흥행을 방해하는 경우이다.

온라인 상에서 정말 편리하게 영화 예매를 할 수 있다 <온라인 상에서 정말 편리하게 영화 예매를 할 수 있다>

영화는 종합 예술물이다. 이 종합 예술물이 개인이나 단체의 취향 또는 이념과 다를 수 있다. 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표현하는 영화가 있어도 다양성으로 인정을 해야 한다. 정말 맞지 않는다면 관람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본다.

영화 보기 전에 애국가, 대한뉴스는 기본~
요즘 극장에 가면 본 영화를 보기 전에 다른 영화의 예고편, 광고 방송,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재 등 재난 시 피신 방법을 보여준다. 그리고 본 영화가 상영된다. 90년대 초까지 극장에서 영화 전에 봐야 하는 것과는 많이 차이가 난다. 영화 시작 전에 대한 뉴스를 보고, 다른 영화 예고편 보고, 그 후에 마지막으로 "애국가"가 연주된다. 이때 모든 관객이 기립해서 애국가를 듣고, 다시 앉아서 영화를 봤다. 애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관객에게 기립하라는 안내는 나오지 않았으나, 어렸을 때 극장에 갔을 때 다른 관객이 기립하는 것을 보고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한 것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V를 보러 갔을 때도 애국가를 듣고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의 경우 영화를 볼 때 마다 똑같은 대한뉴스를 봐야 했다. 사실 대한뉴스의 경우 TV 보급율이 낮아 동영상 뉴스를 보기 힘든 1960~70년대, 국내의 다양한 소식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용도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TV가 가정마다 충분히 보급된 1990년 초반까지도 대한뉴스는 계속 되었다. 이미 새 소식이 아닌 헌 소식이 된 뉴스를 극장에서 계속 상영한 것을 보면 소식을 전하는 목적 보다는 국민을 계몽하는 용도와 정권을 홍보하는 용도로 더 많이 사용 되었다고 본다. 일반적인 뉴스도 있었지만, 선진 시민이 해야 하는 행동과 대통령의 산업 시찰, 새로운 도로 개통식, 해외 순방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친구들이 미국에 여행을 갔다가 영화를 보고 와서는 미국에서는 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국가를 연주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많이 놀랐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영화를 보기 전에 왜 국가를 연주해야 하고, 왜 기립을 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믿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시에도 국내에는 외국인들이 있었고 극장 관람을 했을 텐데, 얼마나 신기하게 보였을까?

이제 극장에서 대한 뉴스는 볼 수 없고, 애국가도 연주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시작 전에 지나치게 긴 광고는 여전히 불편하다. 짧게는 5분 길게는 10분이 넘는다. 물론, 몇 분 늦은 관객에게는 영화의 앞부분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서 고마운 일일지 모르지만,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이다. 5분이든 10분이든 수많은 관객의 시간을 빼앗아가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본영화 상영 시간을 명시해 달라는 관객의 요구가 충분히 명분이 있다고 본다.

한상준 han.sangjoon@gmail.com 포토스탁 회사 이미지클릭 이사. 한글과컴퓨터 등 20년 넘게 IT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고 분석하는 얼리아답터 활동을 하고있다. IT 분야 뿐 아니라 아마추어 마라토너, 음식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다. 관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글로 남기는 것을 즐기고있다. 현재 논현동 카페드양이란 커피 전문점도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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