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와 대화를 나눌 때마다 미국의 교육 현황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된다. 조카는 올 가을에 고등학교 1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함)에 올라가고 남동생은 초등학교 2학년이 된다. 그 사이에 여름 방학이 있는데 학교 얘기보다 캠프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필자도 어린 시절 캠프에 자주 참여했다.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미시간 주 북쪽 자작나무 숲의 카누 캠프는 특히 좋은 추억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 아이들의 성장과 교육 과정에서 캠프는 큰 인기가 있고 그만큼 의미가 크다. 미국의 캠프 역사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시작했다. 당시 기독교청년회(YMCA)와 같은 어린이청소년 단체가 시작됐고 보이스카우트도 설립된 후 캠프가 처음 열렸다. 처음에는 여자아이가 캠프에 참여할 수 없었지만, 1912년에 첫 번째 걸스카우트캠프가 열리면서 그 후에 다른 캠프에서 여자아이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미국캠프협회(American Camp Association)가 1910년에 설립되었고 그 후에 캠프에 운영 정보와 지침을 만들어 널리 대중화되었다.

초기 캠프는 부유층 백인을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중산층의 확대에 따라 대중화되고 소수 민족의 참여가 점점 높아졌다. 현대 미국에서 숙박형 캠프(overnight camp) 7,000개, 종일 캠프(day camp)는 5,000개 등 총 12,000여개 캠프가 있다. 1년에 11,000,000 명이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캠프는 주로 아이들이 주요 대상이지만 성인과 노인을 위한 캠프도 있다.

캠프는 참여자가 많은 일반 캠프 이외 스포츠, 예술, 기술 과학, 외국어 그리고 그 외에 특수한 목적을 위한 캠프가 있다. 일반 캠프는 자연과 관련한 내용이 많고 활동은 아이끼리의 소통과 연대감을 심화하는 목적이 있다. 모든 여름 활동이 캠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어의 경우 외국어 연습을 위해 외국에 단기 홈스테이 프로그램은 있지만, 이것은 ‘홈스테이’를 부르고 교육 목적을 위한 여행은 ‘교육 투어’라고 부른다.

종일 캠프를 다닌 조카아이가 일반 종일 캠프를 2주 다녔는데, 참여한 아이들이 숲 속을 함께 걷고 조별로 공동제작이나 노래를 함께 불렀다고 한다. 중학교에서 연극반에서 즐겁게 활동했던 조카는 연극단이 운영하는 2주간의 연극 캠프에서 다양한 연출 연습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캠프가 등장한지 100년이 넘어서도 꾸준히 인기가 있는 데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미국인의 강한 독립심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미국인은 아이가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고 아이가 독립할 수 있게 생활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떨어져 활동하는 캠프가 독립성을 양성하는 데에 좋은 기회이다. 예를 들면 숙박형 캠프는 많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집 밖에서 생활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필자도 할머니 집 이외 캠프가 첫 외박이었다.

그리고 캠프는 독립성 이외에도 사회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학교는 친구끼리 그룹을 만들어 다른 학생과 별 교류가 없어도 되지만 캠프는 혼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아이와 활동해야 한다. 그 속에서 아이들끼리 갈등도 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 그리고 늘 다른 사람과 같이 먹고 자기 때문에 배려를 배우게 된다. 필자도 그랬다. 첫 숙박형 캠프에서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 캠프에서 있었던 여러 일을 이야기 하다 그게 세상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으로 캠프는 규칙적인 학교생활에 비해서 활동적이기 때문에 체험 교육이 된다. 체험 교육의 핵심은 직접 활동을 하면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다. 체험 교육은 미국 유명한 교육학자인 존 듀이(John Dewey, 1859년~1952년)의 주장이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교육 철학이다. 그런데 학교의 관료주의 때문에 체험 교육을 실시하기 어렵고 1990년대부터 널리 보급된 학력 도달 평가 시험 때문에 체험 교육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스스로 체험하면서 배움이 더 깊고 창의성 양성에 적절한 체험 교육은 캠프에서 실시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캠프의 인기는 독립성이라는 문화적 이유, 사회성이라는 심리적 이유, 그리고 체험 교육이라는 교육적 이유 때문에 몇 세대를 걸쳐서 인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캠프는 내용적인 면에서도 만족도가 높다. 일반 캠프는 아이들이 자연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배우기 때문에 환경문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예술이나 외국어 캠프를 다닌 아이는 짧은 시간에 실력이 높아져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캠프와 한국 교육의 현황이다. 한국인이나 미국은 모두 교육에 대한 불만이 많다. 한국인은 아이가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사교육 부담에 대한 불만이 많은 반면에 미국인은 대학 등록금의 부담에 대한 불만이 많다. 두 나라 국민은 모두 교육에서의 경제적 부담이 불만인데 교육 방법과 내용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논의 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실시하는 교육은 지식보다 창의성과 융통성을 요구하는 21세기에 맞지 않는 교육이다. 시험을 통해서 스펙을 쌓는 것은 의미가 없다. 토익 점수가 높다고 외국인과 영어 소통이 잘되는 것이 아닌 데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날로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에서는 창의성과 융통성이 필수인데 이를 외면한 교육은 더 이상 교육이 될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은 캠프에서 길러지는 의미 있는 교육 활동이 부족해 보인다. 미국 캠프와 똑같은 시스템을 따라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의 미래는 지금 자라고 있는 어린이 세대들이 이끌어갈 것이다. 때문에 미래를 담보하려면 현재의 아이들이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기반, 창의성과 융통성의 기초가 되는 독립성, 사회성을 어떻게 길러줄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캠프의 설립이나 증설이 아니라 아이들을 성적이나 점수 위주의 스펙 주의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창의성과 융통성이 성장의 과정에서 길러진 아이들 속에 내재된 사회를 향한 정의로움이 바로 미래를 이끌어가는 힘이 아닐까.

로버트 파우저 robertjfouser@gmail.com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미시간대에서 일어일문학 학사 및 응용언어학 석사,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응용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와 일본 교토대에서 영어와 영어교육을 가르쳤고, 일본 가고시마대에서 교양 한국어 과정을 개설해 가르쳤다. 한국 사회를 고찰하면서 한국어로 ‘미래 시민의 조건’, ‘서촌 홀릭’을 출간했다. 취미는 한옥과 오래된 동네 답사, 사진촬영으로 2012년 종로구 체부동에 ‘어락당(語樂堂, 말을 즐기는 집)’이라는 한옥을 짓기도 했으며, 2016년 교토에서 열린 ‘KG+’ 국제 사진전시회에 사진을 출품했다. 현재 미국에서 독립 학자로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어로 ‘외국어 문화사’를 집필 중이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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