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창업기업가는 낙관적이다. 가능성과 가치를 발견하는 눈이 탁월한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거나 사소하게 생각하는 곳에서 사업기회와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아낸다. 대부분 불평에 그칠 때 전혀 다른 시각으로 새로운 사업기회와 가능성을 모색한다.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다. 또한, 지나치게 비관적이며 부정적인 사람들과 일하는 것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보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문화를 좋아한다. 이 점이 창업기업가와 스타트업 조직문화의 절대적인 강점이다.

하지만, 재무책임자는 예외다. 스타트업의 전형적인 문화가 긍정과 낙관이지만 재무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재무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사람만큼은 다소 비관적인 관점도 함께 유지해야 한다. ‘이 일이 잘못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상황이 더 좋아질 것' 이라고 막연히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낙관론을 펼칠 때 긍정의 에너지를 인정하면서도 잘못될 수 있는 요인과 잘못되었을 때 감수해야 할 일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글쎄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라고 응답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경영 리더로서 사업적 숫자에 대한 직관력이 가장 뛰어나고 사업 전반의 건전성에 대해서도 뛰어난 두 사람이 바로 CEO와 CFO 이다. 현재 그렇지 못하다면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 사업을 이끌고 있는 리더로서 숫자에 밝아야 하는 것은 경영자로서 스스로의 책임이다. 어떻게 하면 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지, 어떤 곳에 자원을 우선적으로 할당해야 하는지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럴 때 사람과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비전과 가능성이다. 또한,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과 보상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성공할 수는 없다. 낙관적 시나리오 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물론, 사람과 조직은 희망과 비전으로 움직이고 열정과 긍정의 에너지가 예상치 못한 큰 힘을 발휘하게 하고 기대 이상의 결과와 가치를 만들어 내는 근본적인 동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거나 관점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비관적인 리더를 따를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잘 될 것이라고 우리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주류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 번은 제대로 생각해 봐야 한다. 아홉 번을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관점으로 봤다면 한 번은 전혀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잘못되었을 때의 상황은 어떻게 되고 그렇게 되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감수해야 하는지, 희생해야 하는지 짚어봐야 한다. 잘못되었을 때의 결과를 우리는 감당할 수 있는가? 잘못되었을 때의 결과를 우리는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누구도 하기 싫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질문들을 해 봐야 한다. 이에 대한 역할을 맡은 사람이 재무책임자 CFO이고, 재무의 역할이다. 긍정과 도전의 열기는 고양하면서도 동시에 최악의 상황을 냉정하게 짚어보는 기회를 가지게 하는 것이 재무와 재무책임자의 역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가 쉽지는 않다. 누가 모든 사람이 낙관적인 일에 초를 치고 싶겠는가? 모든 사람들이 잘 될 것이라고 하는 일에 재수없는 말을 해야 하는 역할이 즐겁겠는가? 하지만 이것이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재무와 재무책임자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서는 CEO의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 CFO의 핵심역할 중의 하나가 이런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인정하고 격려해야 한다. 다른 조직 구성원들에게도 이 점을 분명히 이해시켜야 한다. 물론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지나치게 해석하고 판단하는 우를 범하여 자신들의 비전과 조직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조직이라면 CFO가 이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재무가 가치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도 함께 다루는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엑셀레이터만 있고 브레이크는 없는 자동차를 운전하게 될 것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고 고속으로 순항할 때는 절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앞에 장애물이 있어서 속도를 줄여서 피해야 하거나 잠깐 멈춰야 하는 상황이 오면 절박해진다. 브레이크 없는 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왜 이런 위험이 있다는 말을 누구도 해주지 않았습니까?’ 라는 때늦은 외침만 남을 뿐이다.

심규태 ktshim@cfoschool.com 2000년부터 한국CFO스쿨을 통하여 CFO 직무와 역할을 본격적으로 한국에 도입하였으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성공을 위해서는 CEO의 기업가 정신과 제대로 된 CFO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재무적 기업가치창출 경영을 위해서는 유능한 CFO 육성과 CEO 재무리더십 강화를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CFO스쿨 대표이자 부설 스타트업 아카데미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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