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의 3박4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누군가에겐 지루한 여행일지 모르겠지만 난 좋았다. 후딱후딱 지나가는 경치들이 좋고 덜컹거리며 흔들리는 느낌이 좋다. 아침마다 음악 들으며 캡슐커피 한잔과 함께 즐기는 여유가 좋다. 기차여행의 끝남이 아쉽다. 선로사정때문에 기차가 2시간이상을 황량한 벌판에 서있었다. 승무원이 와서 블라디보스톡 어쩌고 하길래 다다 했는데도 답답해 하면서 뭐라뭐라 한다. 다행히 옆방 다누타가 러시아말을 잘해서 통역해준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시간여유가 충분하냐고 묻는거란다. 우리는 여유시간이 충분해서 걱정없다고 하니 승무원이 안심한다. 뮐러부부와 옆방이웃으로 지낸것이 다행이다. 러시아말을 공부하면서 느낀점이 독일어와 비슷하다. 단어가 유사한것이 많다. 다누타는 일본여행을 위해서 일본말공부도 열심이다. 내가 짬짬이 도와줬는데 머리가 좋아서 금방 외운다.

7시도착예정이던 기차가 연착하는 바람에 객실에서 커피와 스낵을 즐길 시간이 충분하다. 기차에서의 마지막 여유를 즐겼다. 도착 40분전에 승무원이 와서 도착시간을 알려준다. 뮐러부부가 작별인사를 하며 앞으로 연락하며 지내자고 당부를 한다. 3박4일동안 함께 지내는 동안 동지애가 생겼다. 역에서 나와 기차역 짐보관실에 가방을 맡겼다. 담당직원이 한국말을 잘한다. 이 동네서는 말조심을 해야할 듯 하다.

시내버스타고 등대보러 감
시내버스타고 등대보러 감

기차역 근처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시내버스를 타고 등대를 보러갔다. 버스종점에서 내려서 2km정도를 걸어갔다.

밀물‹š문에 끊어진 길
밀물‹š문에 끊어진 길

등대로 가는 길이 밀물때문에 끊어져 등대섬으로 보인다. 안개때문에 시야까지 좋지않다.

등대
등대

덕분에 몽환적인 느낌이 든다.

레스토랑 내부
레스토랑 내부

등대를 보고 시내로 와서 유명맛집으로 갔다. 블라디보스톡시내에는 한국관광객이 많다. 식당이 모던한 레스토랑이라 한국 젊은이들도 많이 보인다. 킹크랩을 시키니 안된단다. 오징어먹물 파스타와 넙치스테이크를 시켰다. 맛은 있는데 양이 작아서 밥을 하나 더 시켰다. 식당분위기는 서울의 고급레스토랑 못지않다.

해상 공원
해상 공원

밥 먹고 산책 삼아 해양공원까지 걸어가서 요새까지 올라갔다. 요새는 공산권시절 무기박물관이다.

박물관으로 운영되는 요새
박물관으로 운영되는 요새

벙커를 오픈해서 박물관으로 개조했다. 무기에는 관심이 없어서 대충 봤다.

블라디보스톡 보행자거리
블라디보스톡 보행자거리

보행자거리를 걸어 굼 백화점에 갔다.

굼 백화점
굼 백화점

모스크바 굼 백화점에 비하니 볼 것이 하나도 없다. 신관에 한국식당이 있는것은 반갑다.

니콜라이 개선문
니콜라이 개선문

니콜라이 개선문과 성당을 보고 중앙광장을 지나 다시 역 앞으로 왔다. 캄차카로 들어가면 먹거리가 어떨지 몰라서 마트에 들러 말린 과일 등을 샀다.

블라디보스톡 기차역
블라디보스톡 기차역

역에 들러 짐을 찾고 공항열차를 타러가니 6시에 출발한단다.

아르 가는 길 풍경
아르 가는 길 풍경

공항이 있는 아르까지 가는 열차는 5시19분에 있다. 내려서 택시를 타는 건 마찬가지라 아르 가는 기차를 탔다. 아르에 도착해서 보니 제대로 된 택시가 안보인다. 택시영업을 하는듯 보이는 자가용이 보여 물어보니 300루블 달란다.

연로하신 기사 할아버지
연로하신 기사 할아버지

기사아저씨가 할아버지시다. 차에 올라서보니 손을 덜덜 떠신다. 수동자동차도 아닌데 덜컥거리기까지 한다. 호텔까지 오는 동안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무사히 호텔에 도착하니 할아버지께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공항호텔 객실
공항호텔 객실

공항 호텔이 소박하다. 내일 아침 셔틀하고 모닝콜을 부탁하고 방으로 왔다. 남편의 흡연을 위해 발코니 딸린 큰방을 예약했는데 발코니 문이 잠겨있다. 발코니는 그림의 떡이 되고 남편은 담배 피러 밖으로 나가야했다. 욕실에는 한글로 주의사항까지 적혀있다. 3박4일동안 기차 타고 오늘 하루 종일 시내를 돌아다녔는데도 많이 피곤하지는 않다. 내일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잠이 안 온다. 시베리아 횡단 여행의 여운이 길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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