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깨끗한나라 홈페이지 화면 캡처
사진=깨끗한나라 홈페이지 화면 캡처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 사태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늘(28일) 깨끗한나라가 환불 조치에 들어갔지만 부작용으로 인한 소비자의 불안과 불만은 커지고 있다. 특히 보건당국의 '뒷북 행정'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릴리안은 2013년 출시됐다. 현재 릴리안은 시장점유율 20% 정도다. 유한킴벌리의 화이트·좋은느낌, LG유니참의 바디피트·쏘피한결의 뒤를 이어 시장 내 3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릴리안의 부작용 문제가 제기됐다. 사용 후 생리양에 변동이 생기는 것은 물론 생리통이 심해진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소비자 중 일부는 릴리안 사용 후 유산을 경험하기도 했으며 염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소비자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제품을 판매하는 깨끗한나라가 릴리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사를 통과한 제품이라고 설명했지만 소비자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이에 식약처가 곧바로 품질검사에 들어갔고 깨끗한나라도 한국소비자원에 릴리안 생리대 제품의 안전성 테스트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소비자들이 문제 삼은 것은 생리대를 속옷에 고정하는 접착제에서 나오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다. 식약처와 깨끗한나라 모두 이 물질의 유해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결과는 시험법 확립을 위한 연구가 끝나는 내년 이후에나 나와 당장의 소비자 불안감을 막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보건강국의 뒷북행정이다. 이번 사태에 앞서 여성환경연대는 국내 생리대 10종에서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지난 3월 발표한 바 있다. 유해물질에는 휘발성유기화합물도 포함돼 있다. 당시 여성환경연대가 식약처 등에 이를 알리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후 이번 사태가 터졌다. 식약처가 알면서도 사후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과 '살충제 계란' 사태로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생리대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분노를 더욱 키운 꼴이 됐다. 이런 이유로 이번 사태가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생리 양상에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산부인과를 찾아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환경호르몬이 신경계에 교란을 일으켜 여성 건강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최근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살충제 계란에 이어 독성 생리대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우리 생활 속에 숨어있는 화학성분과 독성물질의 불안감이 '케미컬 포비아' 수준으로 커지고 있는 점을 걱정하고 있는 것.

이들은 생리대를 사용한 여성들이 생리를 몇 달씩 건너뛰는 생리 주기의 변동, 생리량 감소, 생리통 악화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미량이긴 하지만 생리 주기나 여성 생식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스타이렌이나 톨루엔이 검출된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자궁 등의 여성 생식기는 매우 예민하다. 환경호르몬뿐 아니라 유전적 요소, 자궁 및 난소 질환, 영양섭취, 운동량,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에 따라 생리불순, 생리통 악화, 생리량 급감 또는 급증 등의 생리 양상이 쉽게 변화될 수 있다.

특히 생리 양상에 영향을 주는 원인을 무시하고 치료하지 않은 채 방치하면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골반염 및 골반 내 유착 등의 질환이 발생하고 심해질 수 있다. 이는 불임과 만성골반통증 같은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산부인과의사회는 생리를 몇 달씩 건너뛰기도 하는 생리불순, 진통제 없이 일상생활이 힘든 극심한 생리통, 갑자기 생리량이 급감 또는 급증하는 식의 생리 양상 변화가 나타난다면 지체하지 말고 산부인과나 여성의원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

산부인과나 여성의원을 찾는 것을 꺼리는 미혼 여성들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만혼과 고령 임신 추세가 겹치면서 제때 치료받지 못한 여성질환의 후유증으로 난임 등의 고통을 받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생리 양상에 이상이 나타났더라도 당장 산부인과를 찾기 어렵다면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를 통해서도 호르몬 조절이 가능하고 생리통 또는 생리 주기 불순이 상당 부분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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