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흔히들 서민의 발이라고 한다. 수많은 서민이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약속 장소로 이동을 한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버스에서는 참 다양한 일이 벌어진다. 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시대에 따라 좀 다른 일이 벌어진다. 문화와 가치관이 변하고, 사회성을 반영된 것 같다.

버스표, 토큰
초등학교 때는 버스표로 버스를 이용하였다. 25원 할 때가 있었는데, 부모님들은 직접 버스표를 사서 주셨었다. 용돈이 궁한 학생들에게는 버스표가 일종의 현찰이었다. 버스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떡볶이, 달고나 등 군것질을 할 때도, 학교 정문에서 파는 병아리, 올챙이를 살 때도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25원짜리 버스표는 현찰 20원으로 통용되었었다. 물론, 그 대가는 버스를 타지 못하고 걸어가야 하는 것이었다.

다양한 버스표
다양한 버스표

버스표의 경우 잠시 토큰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버스표로 바뀌었는데, 중고등학교 때 미술 실력(?)이 있는 친구들은 볼펜과 사인펜 등을 이용해서 버스표를 비슷하게 그려서 사용하기도 했다. 버스표는 10장 단위로 판매가 되었는데, 버스표 10장을 10등분해서 각각의 다른 일부분을 잘라내어 10장을 11장으로 만들어내는 신공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는 엄연한 유가증권 위조로 중대한 범죄행위 였는데, 당시에는 재미로 했었다. 사실 위조 버스표에는 높은 완성도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등하교 때는 워낙 많은 학생이 한꺼번에 내리면서 버스표를 내기 때문에 안내양이 일일이 확인할 수 없었다.

버스표의 위조. 조잡한 것과 정교한 것이 있었다. mbc 뉴스 보도
버스표의 위조. 조잡한 것과 정교한 것이 있었다. mbc 뉴스 보도

지금도 버스표를 사용한다면 컬러복합기를 이용해서 원본과 구분 없이 복사가 가능해서 문제가 되었을까? 참 재미있는 것은 창과 방패의 기술은 늘 함께 발전한다는 것이다. 요즘 주민등록 등본을 떼어보면 하단에 위조 방지용 인쇄가 되어있다. 복사를 할 경우 원본과 완전히 다르게 나온다. 아마도 컬러 복사기가 발전된 상태에서 버스표를 사용했다면 이러한 복사방지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을까?

교통카드의 발전
교통카드의 경우 1996년 초에 처음 시행되었다. 지금과 달리 버스는 물론 지하철과의 환승이 되지 않았고, 승차 후 2시간 동안 같은 버스에서 재결제가 안되었다. 실수로 두 번 결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다인승 결제가 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었다. 자녀와 함께 버스를 탈 때, 본인의 요금은 교통 카드로 결제하고, 자녀의 요금은 별도의 현찰로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처음 시행된 버스카드는 사용을 장려하기 위하여 카드 구입 비용을 받지 않았다. 충전을 할 때는 5%를 추가로 적립해주었는데, 어느 정도 버스카드가 보급된 후에는 두가지 모두를 폐지하였다. 버스카드의 시행의 목적 중 하나가 한번 구매한 버스카드에 충전을 해서 계속 사용하게 하자는 것이었는데, 버스 이용객 수보다 버스 카드가 더 팔렸음에도 기존 구입한 카드에 충전을 안하고 계속 새로 카드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버스표나 토큰처럼 다 쓰면 새로 구입을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일까?

처음 버스 카드가 나왔을 때 구입한 카드를 지금도 가지고 있는데, 지금과는 주파수 방식이 다른 이유에서 인지 최근에 사용해 보려 하니 지하철은 물론 버스에서도 전혀 인식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버스 카드
우리나라 최초의 버스 카드

개선된 버스카드는 신용카드 회사에서 후불식으로도 사용가능하고, 충전식의 경우 카드 모양뿐 아니라, 핸드폰 유심에 포함되었고, 그 외에 핸드폰 고리 형식 등으로 다양한 패션 아이템으로 발전했다. 버스 뿐 아니라 전철도 탑승 할 수 있고, 편의점 등에서 소액 결제도 가능해졌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는 학생들에게는 현찰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사용할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버스내 흡연, 가방 들어주기
1970년대에는 흔하게 보던 풍경을 지금은 볼 수 없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버스 내에서 흡연하는 것이다. 물론 그때도 담배를 피는 어른들에게 불만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었으나, 담배연기에 몸에 해로운 것이 잘 알려지기 전이기 때문에 담배연기로 인해 기침이 나오고 눈에 맵다는 이유가 더 컸다. 버스 안에서 흡연자와 바닥에 담배 꽁초를 보는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었다.

이제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버스 안 뿐 아니라 버스 정류장과 반경 10m 에서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를 내야 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사실 흡연은 본인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피해를 주므로 사람이 모이는 곳은 금연 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면 좋겠다.

80~90년때까지만 해도 버스에 앉아서 갈 때 서서 가는 사람의 짐, 특히 학생들의 가방을 들어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무거운 짐을 앉아서 가는 사람이 대신 들어주는 것이었다. 요즘 버스 안에서 짐을 들어주는 풍경을 보기는 쉽지 않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이유일까? 백팩을 한 사람이 많아져서 일까?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편리한 환승 시스템
2004년 7월 서울 버스 시스템을 완전히 새로 바꾸었다. 일부 버스가 승객이 많은 황금 노선에 집중되고, 그로 인해서 버스 노선이 지나치게 돌아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 버스 시스템을 G(green·지선)’, ‘R(red·광역)’, ‘Y(yellow·순환)’, ‘B(blue·간선)’으로 만들어 효율적으로 운행하기로 했다. 버스의 색상으로 쉽게 알아볼수 있도록 한 조치였는데, 초기에는 버스 색상 외에도 버스 측면 3곳에 부착된 가로 90cm, 세로 84.5cm 크기의 노선 안내 영문 알파벳이 버스에 있었다.

도입 초기의 간선, 지선, 순환, 광역 버스
도입 초기의 간선, 지선, 순환, 광역 버스

서울시에서는 색맹 등을 위한 배려라고 하였으나, 한글 단체 등의 반대로 결국 영문은 사라졌다. 기존에 몇 십년을 운행하던 버스 노선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었는데, 도입 초기 엄청난 혼란이 있었다. 바뀌기 전 원하는 목적지에 쉽게 갈수 있었는데, 바뀐 후 목적지를 찾아 갈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처럼 정착 되기 까지는 많은 개선과 긴 시간이 필요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환승 시스템이다. 버스를 환승하더라도 단거리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총 4번의 환승, 즉 5번까지는 10km 까지는 추가 요금 없이 자유롭게 환승 할 수 있다.

발전하는 버스 시스템
버스는 진화를 거듭한다. 70년대 버스는 전자장비가 거의 없었다. 그 흔한 에어컨 조차 버스에 없었다. 지금은 수많은 첨단 장비가 장착되어있다.

초기 정류장 안내방송은 녹음 테이프에 녹음되어 있었고, 버스 기사가 정차하기 전에 버튼을 누르면 안내방송이 나오는 방식이었다. 정거장 구분은 특정 주파수의 효과음으로 자동 정지 되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기사가 깜박하고 안내방송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았고, 그 상태에서 다음 정거장에 정착할 때 누르면 잘못된 안내 방송이 나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컴퓨터 파일로 저장이 되어있고, 기사가 직접 조작하지 않고, GPS로 위치를 파악하고 자동으로 안내 방송이 된다.

내부 조명도 전구에서 형광등으로, 이제는 LED로 바뀌었다. 기어도 수동 방식에서 오토매틱으로 바뀌었다. 하차 문의 경우 적외선 감지로 승객이 계단에 있으면 문이 닫히지 않도록 안전 설계 되었다. 자동차 엔진도 내부에서 외부로 옮겨졌고, 저상버스, 천연가스 버스 등 버스는 천천히 진화하고 있다.

물론 모든 시도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버스 두 대를 붙인 굴절버스, 2층버스 등은 아직까지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은 더욱 버스를 발전시킬 것이다.

캐나다 밴쿠버의 경우 일부 노선 버스는 전철처럼 전기를 공급받아서 운행되는 무공해 전기 버스도 운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부 관광지에서는 축전지를 사용하는 전기 버스와 기사가 필요 없는 자율 운행 버스를 시도하고 있다.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한 사람으로서, 버스의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한상준 han.sangjoon@gmail.com 포토스탁 회사 이미지클릭 이사. 한글과컴퓨터 등 20년 넘게 IT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고 분석하는 얼리아답터 활동을 하고있다. IT 분야 뿐 아니라 아마추어 마라토너, 음식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다. 관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글로 남기는 것을 즐기고있다. 현재 논현동 카페드양이란 커피 전문점도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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