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수화의 4차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2000년, 인공지능의 길에 들어서다

발행일시 : 2017-08-31 00:10
[이수화의 4차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2000년, 인공지능의 길에 들어서다

이번 칼럼부터 3 차례에 걸쳐 인공지능 산업화에 대한 개인적 경험과 소회, 후회와 희망, 동시에 산업화의 위험, 욕망, 올바른 방향성에 대한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2000년 1월 6일, 오후 3시쯤 나는 스키장 초입에서 걸터앉아 쉬고 있었다. 석사를 마친 후 다니던 회사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하고, 박사과정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야심찬 기획의도와 어울리지 않게, 동네 중학생들과 함께 인솔자 겸 운전수로 오래간만에 스키장에 놀러 온 동네 아저씨의 ‘쉼’이었다.
멀리 호텔 위 멀티비전에서 아는 사람들이 갑자기 등장했다. MIT 인지과학 박사이자 의사인 천재지도교수님과, 같이 실험하고 공부했던 대학원생들, 즉 연구실 보스와 동료들이 TV뉴스에 등장한 것이다. “밀레니엄 시대에 첨단 연구인 뇌인지활동의 연구를 통해 인류는 새로운 진보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예컨대 외국어 교육, 정신질환 치료 등에 이용…” 뉴스에 나온 말은 내가 공부한 내용이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순박하지만 징그러운 동네 남자중학생들이 해방감을 맛보는 스키장의 자유로움과 환희에 찬 얼굴을 보니 더욱 그런 듯했다.

TV 기자의 주장이 맞다!를 입증하듯, 갑자기, 내가 다녔던 과를 만든 천재 철학과 교수님에게 전화가 왔다.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한 천재였던 교수님은 ‘논리학 교육’을 인지과학으로 접근한 ‘기능성 게임(functional game)’을 만드는 회사를 창업했고, 내가 필요하니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하셨다. 잠깐 생각을 해보고 다시 연락 드리겠다고 했다.

10분 후에 이번엔 옆방, 즉 옆 대학원생 연구실에서 국내 최초 영한번역기를 만들어 팔고 연구하던 형에게 전화가 왔다. 변변한 지도 교수도 없이 인문계 대학원생들이 모여서 의욕과 도전의식을 불태우던 학생들인데, 그 당시 내가 보기엔, 역사학을 공부해서 졸업할 때 번역서도 한 권 만들어본 입장에서, 번역기란 아이거 북벽을 맨손으로 암벽타기하는 정도의 무모함으로 보였었다. 전화의 내용은 10분 전 전화와 같았다. 더 놀라운 내용이었다. 번역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투자자들을 만나 몇 십억 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으니(지금으로 보면 엔젤 투자를 건너뛰고 받는 시리즈 B투자유치에 해당) 한번 해보자는 ‘유혹’이었다. 역시 잠깐 생각해보고 회신주기로 했다. 30분 짧은 시간 동안 내 머릿속에 입력된 정보 세가지는 모두 놀라웠고, 대단한 내용들이었다.

[이수화의 4차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2000년, 인공지능의 길에 들어서다

이 전화를 받기 몇 년 전에, 필자는 지금도 부동산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는 ‘부동산 등기부 전산화 프로젝트’의 시스템 엔지니어였다. 단군이래 최대 전산 프로젝트였다는 덩치에 걸맞게, 법원행정처의 요구사항 역시 대단했다. 부동산등기부를 디지털화 하는 동시에, 인공지능을 통해 등기부상 권리관계의 정합성 검증, 살아있는 권리를 자동으로 발췌하는 지능형 등기부 초본 발췌 기능을 다니던 회사에 요구했다.

일개 신입 시스템엔지니어로 불타오르는 도전의식과 호기심으로 여러 군데를 독학으로 조사해보니 ‘전문가 시스템 expert system’이란 인공지능 기술이 산업에 사용되어 재미를 보고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교과서도 한권 구입해서 읽어보고, 나름대로 몇가지 연습해보곤 했다. 혼자 하려니 막막하기 그지없던 차에 물 만난 물고기 마냥 끓어오르는 기대감에 위의 교수님들과 공부를 같이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2017년이니 2000년으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1956년에 등장한 단어 ‘인공지능’이 등장한지 60년이되었고, 1986년에 등장한 단어 ‘머신러닝 혹은 기계학습’은 30년이 되었다. 위의 30분에 벌어진 특이점이 실은 인공지능이 걸어왔던 흥망성쇠의 열쇠를 담고있다는 점을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내가 공부했던 뇌연구를 ‘뉴럴 네트워크 혹은 신경망연구’라 하고, 논리학 학습 기능성 게임과 그때 만들었거나 기획했던 번역기, 혹은 부동산등기 전문가 시스템은 ‘룰기반 지식표상’이라 부른다. ‘표상(representation)’은 지능의 중심개념으로, 지능을 구현하기 위해 속에 그려 넣거나, 자동으로 컴퓨터가 생성해야하는 앎의 원천이다. 인간은 두뇌에 100000000000의 1000멱승 복잡도, 은하수만큼 복잡한 복잡도를 가지는 표상을 만들 수 있다. 천 억 개의 신경세포(뉴런) 각각이 1000개의 커넥션을 가지는 연결성 때문이다. 이 신경세포의 연결에 의한 표상을 지식표상으로 사용하는 인공지능 기법이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ANN) 줄여서 신경망(Neural Network, NN)이라 칭한다.

반면 사람이 만들어 넣어주거나 논리적인 상호참조로 만들어내는 룰에 의한 지식표상을 ‘기호적(symbolic)’ 인공지능이라 한다. 신경망에는 사람이 알아볼 수 있는 표시가 없는 반면에, 룰에 의한 지식표상에는 사람이 알아보는게 가능한 내용=기호=식이 들어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수화 westwins@mtcom.co.kr 서울대학교 서양사학 전공, 서울대 인지과학협동과정에서 석사•박사과정 수료. ㈜LGCNS 시스템 엔지니어,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두뇌 인지활동의 기능적 MRI 연구, 벤처기업에서 논리학습을 위한 기능성 게임, 인공지능 비즈니스모델링 •영어교육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해왔다. 각종 벤처창업학교에서 퍼실리테이터•강사•멘토 역할을 맡아 활동 중이다. 현재 (주)엠티콤에서 인공지능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인문계와 이공계의 융복합적 전공 경험뿐 아니라 수행했던 다양한 직업 경험, 그리고 인간지능에 대한 깊은 이해•관심을 바탕으로, ‘지능산업’의 발전과 육성을 위한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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