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호텔외관
낡은 호텔외관

우리가 묵는 호텔은 소련공산권시대에 당에서 지은 듯 호텔 이름도 도시 이름과 같다. 벽에 작은 문이 붙어있어서 열어보니 옷장이 내장되어 있다. 욕조는 내 쪼매난 몸이 들어가서 앉으면 딱 맞다. 분명히 큰 방이 있을 텐데 돈을 더 준다 해도 없단다. 니키타호텔에서도 제일 좋은 방은 일반에 공개조차 안하고 대사나 정부 관련된 사람만 묵을 수 있던 기억이 난다. 여름성수기인지라 스탠다드룸이라도 감사하게 생각할 일이다. 아침 먹으러 1층 식당으로 가니 앉을 자리가 없다. 호텔 규모에 비해서는 식당이 작은 편이다. 자리에 앉아서 둘러보니 독일어 영어 등은 들리는데 러시아 말은 하나도 안 들린다.

다들 투어 가느라 아침 먹고 급하게 나가서 버스에 탄다. 캄차카반도여행은 반드시 가이드의 보호아래 다닐 수 있다. 모든 구역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여행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다니려면 시내구경이나 다닐 수 있다. 투어비가 다소 부담스럽지만 캄차카를 여행하려면 감수해야한다. 헬리콥터 투어 픽업은 9시20분에 온단다. 대형버스가 왔다. 버스는 한시간 정도 달려 헬기 기지에 도착했다. 등록을 하고 우리 순서를 기다렸다. 헬리콥터 한대에 24명이 탈수 있다. 캄치카반도의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해서 비행이 가능한 날이 많지 않단다. 오늘은 비행할 수 있어서 헬기를 타려는 대기 인원이 많다. 11시가 넘어서 우리 팀은 활주로에 들어갈 수 있었다. 활주로 중간에 멈추지 말고 안전요원을 따라 곧장 헬기까지 걸어가란다. 다들 먼저 타서 좋은 자리에 앉으려고 안전요원에게 바짝 붙어간다.

헬기 안에서
헬기 안에서

우리는 네번째 자리에 앉았다. 앉아서 창문을 내다보니 시야가 뿌옇다. 다른 자리들도 창문이 깨끗해보이진 않는다. 오래된 군용 헬기를 개조한 듯 내부가 상당히 낡아 보인다. 가이드가 소음방지 헤드셋과 오디오셋을 나누어준다. 러시아말로 먼저 설명하고 영어로 다시 설명한다. 일정과 주요사항들을 설명하고 중요한 포인트를 지날 때는 이름 적힌 종이를 들어서 보여준다. 헬기는 3번 선 단다. 첫번째는 가이저계곡 두번째는 대형 칼데라 마지막으로 계곡온천을 하고 점심을 먹는단다.

헬기안에서 보는 활화산
헬기안에서 보는 활화산

헬기안에서 보는 산정호수
헬기안에서 보는 산정호수

하늘에서 내려보는 활화산과 산정호수가 신비롭다.

계곡가이저에 도착
계곡가이저에 도착

가이저계곡에 도착했다. 세계적으로 가이저는 5곳이 있다. 미국의 옐로스톤, 칠레의 아타카마,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그리고 캄차카의 계곡 가이저란다. 나는 오늘 캄차카반도의 계곡 가이저를 마지막으로 세계 5대 가이저를 다 보게 되었다.

계곡가이저 산책
계곡가이저 산책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날이다. 계곡가이저에서 분출되는 물줄기를 보니 감동스럽다. 5개의 가이저들이 머리를 스쳐간다. 캄차카의 가이저는 계곡에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헬기로만 올수있는 곳이라 더 특별하다. 가이저계곡을 보고 대형 칼데라로 갔다. 칼데라안에는 호수가 3개 있다. 40만년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오면서 미네랄과 꽃 나무가 우거진 모습이 되었단다.

레드 머드
레드 머드

머드볼케이노 등 화산에서 볼수있는 다양한 것들이 있다.

대형 칼데라 착륙
대형 칼데라 착륙

가이드에게 칼데라와 크레이터의 차이를 물어봤다. 크레이터는 마그마와 연결고리가 있는 것이라 한다. 이번 기회에 칼데라와 크레이터의 차이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칼데라 산책
칼데라 산책

칼데라산책을 마치고 다시 헬기를 타고 온천으로 갔다.

온천 중
온천 중

계곡온천인데 불순물이 너무 많다. 녹조 등이 많다 보니 지저분해 보인다. 따뜻한 물이다 보니 녹조, 홍조 등등이 많이 생긴 모양이다. 그래도 온천을 하고 나니 상쾌하다.

온천 후 식사
온천 후 식사

온천을 마치고 올라오니 식사 준비가 되어있다. 시간으로 보면 저녁시간에 가깝다. 간식을 충분히 준비해서 중간에 먹길 다행이다. 관광 중에 배고파서 쓰러질 판이다. 늦은 끼니라 다들 맛있게 잘 먹는다.

투어마치고 귀환
투어마치고 귀환

오늘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헬기를 타고 기지로 돌아왔다. 가이드가 각자의 이름이 적힌 인증서를 나눠준다. 영어도 잘하고 설명도 잘해준 훌륭한 가이드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투어비를 내느라 현금을 거의 다 써서 트래킹 투어비를 내려면 현금이 더 필요하다. 그것도 백만원이 넘는 잔금을 내야한다. 카드를 안받으니 번거롭기 짝이 없다. 쇼핑센터 ATM으로 갔다.

일회한도가 5천루블
일회한도가 5천루블

한번에 찾을 수 있는 최고액수가 5천루블이다. 6만루블을 찾으려면 열번이상을 찾아야 한다. 현지물가와 관광물가의 차이가 확 느껴진다. 서민이 생활하는데 5천루블도 큰 돈인데 대부분의 투어비는 만루블단위다. 비싼 투어비때문에 캄차카는 여름성수기인데도 붐비지 않는다. 몇개 안되는 호텔 등 관광인프라도 부족한데 여행자들이 몰려와도 문제가 클 것 같다. 비싼 여행자물가가 이해된다. 이런 여행지에서 불편하다고 짜증내면 우리만 손해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추억이 된다. 다시 오지않을 2017년의 추운 여름을 행복하게 보낼 의무가 있다. 미래의 나를 위해...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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