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먹으러 가려고 엘리베이터에 탔더니 한국의 부잣집 따님처럼 보이는 아가씨가 탄다. 한국인 여대생같기도 해서 인사를 하니 중국인이다. 식당에 가니 10명정도의 중국대학생들이 모여있다. 부티가 좔좔 흐른다. 혼자 귀하게 자란 세대들이라 비싸고 좋은 건 다해본 듯 보인다. 중국 부자대학생들은 여행의 테마가 달라 보인다. 몇년사이 부자 나라가 된 중국은 어느새 우리를 앞질러 멀리 달려가는 기분이 든다.

밤새 내린 비가 아침이 와도 그칠 줄을 모른다. 어제 헬기 투어를 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남편이 뿌듯해한다. 비가 오니 돌아다닐 생각이 없어진다. 근처에 러시아식 사우나 반야라도 있으면 할까 싶어서 리셉션에 물어보니 호텔에는 없단다. 근처에 없냐고 물으니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란다. 이 동네 사람들은 반야가 생활습관은 아닌듯하다. 어쩐지 아파트같은 건물밖에 없다 싶었다. 오늘은 뭘 하나 고민하는 순간 남편은 코를 골기 시작한다.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반야 대신 욕조에 물 받아서 목욕을 했다. 욕조가 하도 작아서 요가 하듯이 몸을 뒤틀며 겨우 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정류장에서

나갈 채비를 하고 버스 타러 갔다. 버스노선이 복잡하다. 학생 같아 보이는 젊은이에게 노선을 물어보고 정류장에서 사진을 찍는데 옆에 서있던 아줌마가 비웃는다. 본인 폰에 저장된 멋진 화산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데서 찍어야지 그런다. 내가 하라쇼라며 엄지를 세워줬다. 우리가 탈 마슈르카가 왔다.

한식당
한식당

타고 시내로 가서 한국식당으로 갔다. 해물탕을 시켰다.

해물뚝배기
해물뚝배기

된장 맛이 진하게 우러난 해물 뚝배기 덕에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여행자 추천 이 동네 2위 맛집이라 한다.

일본 스시집
일본 스시집

바로 옆에 일식당이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도 한국식당이 훨씬 나아 보인다. 점심을 맛있게 먹으니 기분이 좋다.

산책로에서
산책로에서

산책로를 따라 아르바트거리로 왔다.

산책로에서 보는 경치
산책로에서 보는 경치

바다와 호수가 마주보고 있는 아름다운 거리다. 날씨까지 좋아져서 경치가 샤방샤방 빛이 난다.

웨딩촬영
웨딩촬영

웨딩촬영하는 신부가 아름답다.

호텔예약사이트에서 확인해보니 도착한 첫날 캔슬하고 나왔던 숙소에서 숙박비를 청구하지 않았다. 자동청구 되는 줄 알았는데 집주인에게 미안하다. 현금으로 지불하려고 찾아갔다. 집주인 세르게이한테 숙박비를 주러 왔다니깐 안받겠단다. 마리아한테 전화로 설명 들었다 한다. 숙소 옮기는 것을 고민했더니 마리아가 세르게이한테 전화해서 설명을 한 모양이다. 우리가 당일 취소했으니 네가 손해보지 않았냐고 했더니 다행히 바로 방이 나갔단다. 돈 안 줘도 된다고 캄차카를 즐기고 가란다.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마리아한테 갔다. 세르게이한테 전화해준 거 고맙다고 했더니 별거 아니란다. 내일 출발할 트레킹 준비에 대해서 의논하고 트레킹 이후 숙소까지 구해준다. 마리아덕분에 모든 것이 수월해졌다. 우리에겐 캄차카의 천사다.

트레킹을 마친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호텔로 왔다. 3박4일 트레킹투어비도 현금으로 내야한다. 2명가격이 130만원정도다. 하루에 찾을 수 있는 한도를 백만원정도로 해놓아서 매일 돈을 찾아야 투어비를 충당할 수가 있다. 호텔에서 잠시 쉬었다가 돈도 찾고 저녁도 먹을 겸 시내로 나갔다.

밴드연주에 즐거운 공연
밴드연주에 즐거운 공연

금요일오후라 그런지 광장에서 밴드가 연주를 하고 애들은 분수에서 놀고 춤추는 어르신들도 있다. 춤추는 모습은 우리나라하고 다를 것이 없다. 돈을 찾고 나니 뿌듯하다.

라면집
라면집

저녁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는데 라면 집이 보인다. 캄차카식 라면이라는데 메뉴에는 일본식 덮밥과 라면, 교자 등이 있다. 돈카스덮밥과 교자 등을 시켜 먹었다. 먹을만하다.

내일 새벽에 트레킹을 떠나야한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침대에 누웠다. 드디어 캄차카의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캄차카에 와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내일 만날 가이드와 일행들도 좋은 사람들이길 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사람들과 지내고 싶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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