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11일 적절한 진단과정을 거치지 않고, 환자가 호소한 증상과 영상 검사만으로 추간판탈출증을 진단하고 고주파 수핵성형술을 시행한 의사에게 과실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표=한국소비자원 제공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11일 적절한 진단과정을 거치지 않고, 환자가 호소한 증상과 영상 검사만으로 추간판탈출증을 진단하고 고주파 수핵성형술을 시행한 의사에게 과실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표=한국소비자원 제공

이모씨(사고 당시 28세)는 지난 2016년 4월 허리 통증과 오른쪽 다리 저림으로 A병원에서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고 고주파 수핵성형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증상이 지속되어 수개월 동안이나 치료를 받았다.

결국 이씨는 2016년 7월, B대학병원에서 추간판염으로 항생제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처음 수술의 문제로 인해 노동능력상실률 23%의 후유장해(5년 한시) 진단을 받아야 했다. 이씨는 A병원이 과실이 있다며 한국소비자원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윤정석, 이하 위원회)는 11일 적절한 진단과정을 거치지 않고, 환자가 호소한 증상과 영상 검사만으로 추간판탈출증을 진단하고 고주파 수핵성형술을 시행한 의사에게 과실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위원회는 의사가 상세진단을 하지 않은 채 불필요한 시술을 했다고 판단, 시술 후 발생한 합병증 및 후유장해에 대해 병원이 4000여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A병원은 이모씨가 MRI의 제4번과 5번 요추 사이 추간판탈출증은 중등도였고, 제5번 요추와 1번 천추 사이 추간판탈출증은 심한 상태여서 특별한 합병증이 없는 고주파 수핵성형술을 시행했다고 항변했다. 또 시술 후에도 추간판염 소견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이모씨의 증상이 신경학적 검사를 하지 않아 추간판탈출증에 의한 통증인지 확실하지 않고, 영상검사에서 추간판이 돌출되긴 했지만 신경이 압박되는 소견은 없어, 척추의 퇴행성 변화에 의한 통증일 가능성도 있는데, 해당 병원이 경과관찰 및 보존적 치료(소염진통제 복용, 마사지, 복근 강화 운동 등)를 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시술을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시술하는 과정에서 열로 인해 주위 조직이 손상될 수 있고, 시술을 받은 후에도 통증이 지속돼 이 병원에서 수개월 동안 치료를 받은 점을 볼 때, 고주파 수핵성형술로 인한 추간판염으로 추정했다.

다만 추간판염 치료를 마친 후 촬영한 영상검사 결과, 예후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이모씨의 기왕증(기존에 가지고 있는 질병)을 고려해 A병원의 책임을 70%로 제한해 40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소비자원 측은 “이번 조정결정은 정확한 진단에 따른 적절한 치료방법 선택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위원회는 척추 시술이 수술에 비해 신속하고 위험부담이 적어 소비자가 쉽게 선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척추 시술을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의사에게 진단과 시술의 장단점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서령했다.

한편 2015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2년 7개월 동안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척추질환 관련 조정결정은 총 126건이었다. 이 중 시술 관련 사건은 32건으로 25.4%를 차지했고, 2017년 들어 그 비중이 35.7%로 증가했다. 또 2017년 척추질환 관련 조정결정 28건 중 부적절한 진단과정으로 인해 불필요한 시술을 받았다고 판단한 사건은 6건(21.4%)에 달했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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