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캠프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똘바화산으로 갔다.

라바리버 위
라바리버 위

4년전 대폭발 때 20km의 라바리버가 생겼단다.

라바리버 위 갈라진 틈
라바리버 위 갈라진 틈

3개월동안 폭발이 진행되어 세계의 사진작가들과 방송사들이 수없이 몰려왔단다. 캄차카는 세계적인 최대의 활화산지대다. 화산고원위에 오름만 해도 400개가 넘는단다. 생긴 모양과 색깔도 다양하다.

라바리어아래 동굴 탐사
라바리어아래 동굴 탐사

새로 발견한 동굴과 큰 동굴에 들어가 보기도 했다.

거대한 용암줄기가 식으면서 그 안에 무궁무진한 신세계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용암강의 시발점을 보러 올라가는 도중에 구름이 잔뜩 몰려온다.

안개로 포기
안개로 포기

도시남녀가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자고 해서 마그마터널로 갔다.

마그마튜브 위에서 요리
마그마튜브 위에서 요리

안드레아가 마그마튜브위에서 요리를 해준다. 신기하게도 금방 요리가 된다. 마그마의 온도가 엄청난 모양이다. 용암은 4년이 지나면서 천천히 식는 동안 마그마도 굳어지고 우리가 볼수있는 지점도 이동을 한다. 지금 보는 것을 내년에는 못볼지도 모른단다. 마그마를 눈으로 확인하려면 9시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기다렸다.

마그마튜브위에서 찜질중
마그마튜브위에서 찜질중

근처 바위들이 따뜻해서 찜질방에 온 듯 좋다. 베이스캠프로 돌아가는것보다 따뜻한 바위에서 노는 것이 좋다. 기다리는 동안 안드레아가 속상해한다. 캄차카날씨때문에 딸바을 못본다고 나보다 더 속상해한다. 나는 오늘 하루 많은 것을 봤고 동굴탐험도 해서 좋았다고 달랬다. 캄차카신의 뜻이 있을거라고 원망하지말고 이미 보여준것에 감사하자고 했다.

드디어 구름이 걷힘
드디어 구름이 걷힘

8시쯤 기적처럼 구름이 걷힌다.

안드레아가 고함을 지른다. 딸바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도시남녀도 덩달아 흥분하더니 용암시발점으로 가자고 한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벅찬 감동을 안고 다섯명이 동시에 달리듯 갔다. 크레이터위에서 딸바정상도 가까이 보고 석양도 봤다.

도시남녀는 끝까지 올라오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최고의 경치를 봤다. 두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다. 안드레아가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애쓴 덕분이다. 다른 가이드들은 귀찮아서 일찍 일정을 마치고 쉬고싶어하는데 안드레아는 우리보다 더 열정적으로 보여주고 싶어한다.

마그마 구멍 위에서
마그마 구멍 위에서

마그마튜브속 불길까지 보고나니 깜깜해졌다. 다들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야간산행을 했다. 내가 스베타에게 네 인생에서 기록할 만한 날이 될거라고 했더니 부정하지 않는다. 도시남녀는 며칠 같이 다니는 동안 친해졌다. 윌은 나와 말하려고 스베타에게 영어를 물어서 말을 붙이고 스베타의 태도도 변했다. 시키지도 않은 말도 많이 하고 막내아들같은 애교도 부린다. 스베타가 윌이 말한마디만 해도 깔깔 넘어가며 좋아하는 이유를 알만하다. 오늘밤 애기하나 만들라고 하니 이미 둘이나 있단다. 작년에 결혼했다는데 사정이 있나보다. 딸 사진을 보여주는데 귀엽다. 11일여행이라는데 어떻게 두고왔는지 의아하다. 깊이 알고싶지 않아서 묻지않았다. 안드레아는 두 사람을 거의 챙기지않는다. 깜깜한 밤길을 걸어서 내려가는데도 우리 둘만 확인하고 갈길을 묵묵히 간다. 말 모르는 내가 봐도 기막힌 커플인데 뚝심좋은 안드레아는 두사람하고 말도 하기싫은 눈치다. 할수없이 내가 중간에 서서 두 사람을 돌아보며 내려왔다. 베이스캠프는 여전히 구름속이지만 어제보다는 낫다. 긴 하루를 보냈지만 기분은 날아갈 듯 좋다. 캄차카의 신께 감사드리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베이스 캠프의 귀염둥이 마르못
베이스 캠프의 귀염둥이 마르못

다음날 아침 그림처럼 날이 개이고 베이스캠프에는 마르못이 개구쟁이처럼 이구멍 저구멍에서 나타나고 사라지고 숨박꼭질을 한다.

아침 내내 마르못덕분에 딸바치화산의 좋은 추억을 하나 더 만들었다.

딸바과의 작별인사
딸바과의 작별인사

10시간넘는 시간을 험한 산길과 비포장도로를 지나 시내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동안 안드레아는 도시남녀하고는 더이상 필요한 말 이외에는 나누지않는다. 장거리운전이라 졸릴까봐 내가 걱정했더니 괜찮다고 안심시킨다.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다. 10시간 달리는 동안 주유소 겸 휴게소에서 딱 한번 쉬었다.

시내에 도착해서 안드레아가 숙소까지 데려다주고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준다. 도시남녀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굿바이한다.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중이라 방해하고싶지 않아서 나도 간단히 인사했다. 안드레아한테 도시남녀가 기다리니 그만 가라고 해도 집주인이 오는거 보고 간다고 기다린다. 집주인이 5분을 넘기고 나타났다. 안드레아가 안심하고 떠났다. 안드레아덕분에 남들이 보지못하는 구경을 많이 했다. 캄차카의 신이 허락하지않으면 보지못할 장면들이다. 도시남녀는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고 캄차카를 떠날지도 모른다. 베이스캠프에서 아침먹으며 스베타에게 세월이 지나서 훗날 베이스캠프를 그리워할거라고 말했다.
나보고 지난 고생들이 그립냐고 물었다. 딱 한마디 해줬다. Past never come back.
지나간 것이 아름다울지 고통스러울지는 각자가 감당할 몫이다. 아름답건 추하건 2017년 캄차카의 여름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Carpe diem!!!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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