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한번씩은 동네 사람이 되어본다. 유명관광지를 찾는 것도 좋고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처럼 사람들 살아가는 삶 속으로 들어가보는 것이 나는 재미있다. 4박5일동안 시내 중심 번화가에 아파트를 얻었다. 도착하자마자 세탁기를 여러 번 돌리고 시장 봐서 아침에는 밥도 해먹었다. 마트에서 김치를 판다. 맛은 그저 그렇다. 먼 이국 땅에서 김치를 먹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밥 먹고 느지막이 집을 나섰다.

컵케익 포장 중
컵케익 포장 중

백화점 지하에 들러 컵케익을 세트로 샀다. 넉넉히 두 박스를 포장해 달라고 했다. 말은 안 통하는데 손짓발짓으로 다 해결이 된다. 이젠 시내버스노선표를 보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버스타고
버스타고

익숙하게 버스를 타고 마리아에게 갔다. 버스 안에 부산시내 노선표가 붙어있다. 몇 년 전 노선도인지 궁금해진다.

이 동네에는 유난히 우리나라 번호판을 단 버스들이 많다. 버스타면 바로 수원시나 오산시로 갈것같다.

익숙하게 사무실에 들어서니 전 직원이 우리를 알아보고 반긴다. 소장님까지도 이젠 친숙하게 인사를 건넨다. 마리아한테 간식 선물을 줬더니 직원들하고 나눠 먹겠단다. 그럴 줄 알고 넉넉히 사길 잘했다. 덕분에 딸바 잘 다녀왔다고 사진을 보여주니 좋아한다. 사진을 가지고 싶어해서 카메라에 든 파일 채로 마리아 컴퓨터에 복사해줬다. 내 사진들 중에서 필요한 것은 얼마든지 쓰라고 했다. 내 사진이 마리아에게 도움이 된다니 기쁘다. 쿠릴호수 투어와 크루즈 투어를 확정하고 나오는데 마리아와 소장님이 씨유(see you)라고 인사를 한다. 마지막으로 들르는 거라 간식 선물을 사온 건데 또 보자고 하니 순간 울컥한다.

'모든 만남은 헤어짐과 함께 하는 법'

백년된 성당
백년된 성당

버스를 타고 백년된 성당으로 갔다.

성당내부
성당내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아름답다. 초를 사서 밝혔다. 캄차카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감사하다. 성당 뒷산에 올랐다.

산중턱 아파트
산중턱 아파트

산중턱까지 아파트들이 있다.

산중턱에서 보는 시내
산중턱에서 보는 시내

낡아 보이지만 전망만은 시내 제일이다.

시내에서 보이는 아바차산
시내에서 보이는 아바차산

아바차산을 마주보고 있다. 아바차 아래 펼쳐진 시내를 바라보며 정상까지 올라갔다.

정상 도착
정상 도착

정상에 도착하니 활공장이 있다.

산 위 전망대에서
산 위 전망대에서

바다와 호수 시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패러글라이딩 타기에 최고의 조건이다. 바람도 적당히 분다.

활공 준비중
활공 준비중

중국인 모녀가 활공을 준비중이다. 딸이 타려고 준비를 하고 엄마는 사진 찍으려고 대기중이다. 드디어 하늘을 날고 바람을 타고 몇 바퀴 돌아서 시내쪽으로 간다. 모녀 둘이서 개인가이드와 함께 다니는 모양이다.

산에서 내려와 은행에 들러 현금을 찾았다. 투어들이 카드결제가 안되니 은행 들르는 것이 일상이다. ATM들이 1회 한도가 4만루블인 은행이 있다. 집에서 멀지않아 다행이다.

게살구입
게살구입

해물 시장에 들러 킹크랩 살을 샀다. 큰 걸로 한 마리 사고 싶은데 옷 입고 있는 애들이 없다. 죄다 옷 벗겨 상자에 들어있다. 우동이나 라면에 넣어 먹을 생각이다. 해물 시장에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한국에서 일 한적이 있단다. 캄차카에는 한국사람처럼 생긴 사람들이 많다. 안드레아에게 너무 고마워 함께 저녁먹기로 했다. 아내도 함께 먹자고 했다. 팁이나 선물보다는 진심으로 감사함에 보답하고 싶다.

레스토랑 내부
레스토랑 내부

캄차카에서 제일 좋은 이태리식당에서 먹자고 불렀다. 모스크바에서 처제가 와있다고 데리고 왔다. 알고보니 안드레아는 투어사 사장이다. 아내가 사무 업무를 보고 현장은 안드레아가 담당한단다. 어쩐지 투어에 대한 책임감이 남달라 보였다. 아내인 폴리나는 젊고 아름답다. 우리 애들 나이다.

레드와인 한병을 시켰다. 안드레아는 운전 때문에 못 마시고 남편은 원래 안 마시니 여자 3명은 술을 마시고 남자들은 콜라를 마신다. 폴리나 성격이 밝고 쾌활한데다 말도 잘한다. 2시간 30분동안 웃고 떠들고 배터지게 먹었다. 캄차카 1위 식당답게 요리를 잘한다.

양고기 요리
양고기 요리

양고기 스테이크도 냄새 안나게 잘 요리했고 홍합요리는 푸짐하게 나왔다. 오징어먹물 리조또는 이태리에서 먹은 것보다 더 맛있다. 카파치오는 소고기와 연어를 시켰는데 두 개 다 맛있고 양도 많다. 러시아에서 제일 맛있게 먹었다. 음식도 맛있지만 함께한 친구들이 너무 좋다.

캄차카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 캄차카이야기를 들을수록 유혹적이다. 가을에도 오고싶고 겨울에도 오고싶다. 내가 계산을 하니 안드레아가 팁을 낸다. 팁도 내가 내려고 하니 안드레아 표정이 단호하다.
함께 한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믿음가는 친구다. 폴리나까지 알게되니 더 좋아진다. 집으로 돌아와서 창밖을 내다보니 하나둘 도시의 불빛이 켜지기 시작한다. 함께 저녁을 먹은 이태리식당 건물이 보인다. 사람이 아름다운 밤이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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