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쿠릴 호수로 곰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변덕스런 캄차카의 날씨때문에 전날 저녁에 투어 여부가 결정된다. 헬기가 뜨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헬기 투어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픽업 시간이 11시30분이란다. 출발시간이 여유로워서 아침에 게으름을 피웠다.

킹크랩 넣은 우동 아침
킹크랩 넣은 우동 아침

밥도 하고 우동에 킹크랩 다리살을 넣어서 끓여 먹었다. 게살을 먹으니 든든하다. 쿠릴호수투어는 가이저밸리투어하고 같은 가격이다. 가이저밸리는 북쪽투어이고 쿠릴호수투어는 남쪽투어이다. 연어가 회귀하는 철이 시작되어서 곰들이 호수로 모이는 계절이란다.

캄차카헬기투어가 두번째라 익숙하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사무실로 가서 돈을 내고 매점으로 가서 커피와 빵을 사서 먹었다. 점심포함 투어라지만 보나마나 저녁시간에 점심을 줄 것이 뻔하다. 간식도 넉넉히 챙겼다. 드디어 게이트가 열리고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헬기로 걸어갔다.

헬기 안에서 본 쿠릴호수
헬기 안에서 본 쿠릴호수

헬기는 먼저 쿠릴호수로 간다.

곰

하늘에서 내려보니 곰이 호숫가를 어슬렁거리는 것이 보인다. 헬기에서 내리니 먼 발치에서 곰이 걸어다니는 것이 보인다. 곰이 많은 곳이라 총을 든 경호원을 따라서만 움직여야한다. 베이스캠프주위에는 전기줄 울타리가 처져있다. 가이드와 경호원의 보호아래 함께 움직였다. 먼저 댐으로 갔다.

헤엄치는 곰
헤엄치는 곰

호수가에 또 곰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가이드설명도 안 듣고 다들 곰 사진을 찍느라 정신 없다. 곰은 우리 앞을 지나 헤엄쳐서 유유히 강을 건넌다. 댐주위에 뭔가가 잔뜩 떠다닌다. 자세히 보니 화산석이다. 키 큰 백인아저씨가 하나 건져줘서 들어보니 스폰지처럼 가볍다. 발바닥 때밀기에 딱 좋은 돌이다.

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베이스캠프로 갔다. 캠핑하는 사람들 텐트가 가득이다. 화장실도 깨끗한 수세식이다. 햇빛에 빨래도 말리고 슬리핑백들도 말리고 있다. 사진작가들이 단체로 와서 텐트를 치고있다.

아기곰 4마리를 데리고
아기곰 4마리를 데리고

호숫가에 곰 가족이 나타났다. 집 나간 아빠를 찾아나섰는지 엄마곰이 네 자녀를 거느리고 오른쪽숲으로 갔다가 왼쪽으로 다시 온다. 사람들이 곰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같이 왔다리 갔다리 사진찍느라 난리도 아니다.

쿠릴호수 보트투어
쿠릴호수 보트투어

보트를 타고 호수 안으로 들어갔다.

보트에서 본 경치
보트에서 본 경치

호수 안에서 보는 경치가 아름답다.

보트에서 본 곰
보트에서 본 곰

또다른 쪽에 곰들이 보인다.

주무시는 어른 곰
주무시는 어른 곰

몸을 긁고있는 곰도 있고 자고 있는 곰도 있다. 아쉽게도 연어사냥하는 곰은 없다.

사진작가들이 텐트치고 자리잡는 이유를 알 듯하다. 알래스카에서 온 부부가 있다. 알래스카하고 똑같은 풍경이라고 지루해한다. 왜 왔냐고 물었더니 공짜 비행기표에 당첨되어서 왔단다. 알래스카는 크루즈로 가서 자세히 몰랐는데 좋은 정보를 많이 얻었다.

헬기에서 본 칼데라 호수
헬기에서 본 칼데라 호수

다시 헬기를 타고 칼데라호수로 갔다.

칼데라 호수
칼데라 호수

거울처럼 아름다운 호수다. 곳곳에서 온천이 솟아서 여기저기에서 수증기가 올라온다.

군데군데 뜨거움
군데군데 뜨거움

물에 손을 넣어보니 뜨거운 곳도 있고 차가운 곳도 있다. 호숫가를 대충 돌고 온천을 하러갔다.

노천온천에서 수영
노천온천에서 수영

지난번 온천보다 더 깨끗하다. 수심도 깊어서 가운데까지 수영해서 들어갔다가 빠져죽을뻔 했다. 일어서려는데 발이 안 닿아서 급당황했다. 허우적거리는데 아무도 도와주질 않는다. 겨우 빠져나왔다. 다들 온천하느라 남 신경도 안쓴다. 온천하고 저녁먹고 다시 헬기를 타고 돌아왔다. 남쪽 헬기투어는 북쪽보다 경치는 별로지만 곰을 봐서 좋다.

습지가 많은 캄차카 남부
습지가 많은 캄차카 남부

호숫가에서 쉬는 시간도 여유롭다. 헬기 안에서 보는 경치도 북쪽보다 단조롭다. 화산보다는 습지가 더 많아 보인다. 늦게 시작한 투어라 늦게 끝나니 피곤하다. 인증서를 나눠주는데 큰 의미는 없다. 하루 종일 모기와 싸웠더니 더 지친다. 모기퇴치제를 하도 뿌려서 인지 목도 아프다. 공기 좋은 곳에 와서 뭔 짓인가 싶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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