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 외국어 교육 현황에 대해 검색하다가 아프리카의 중국어 열풍에 대한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최근 10년 사이에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 자국어 교육을 포함해 문화 교류 중심으로 연성 권력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2004년에 설립한 공자학원(孔子学院)을 통해서 문화 외교를 진행하고 있고 아프리카의 48개 대학에 공자학원이 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1983년에 서울대에서 진행했던 한국어 수업이 생각났다. 당시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은 적었지만 동료 학생 중에 한국 정부 지원을 받은 케냐 학생이 있었다. 이 둘은 케냐 공무원이었다. 1970년부터 한국과 북한은 경쟁적으로 아프리카 국가와 수교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전략적으로 아프리카의 엘리트들을 한국에 초대했다.

그런데 1989년부터 1991년까지 동유럽 국가들이 차츰 공산주의를 버리고 독일이 통일됐고 소련이 붕괴됐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북한은 갑자기 경제가 어려워져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1992년에 한국이 중국과 수교하면서 무역이 재개되고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한국은 자연스럽게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중국과 관계가 깊어지면서 한국은 북미, 유럽, 일본과 호주 등의 나라에 계속 관심을 가졌다. 관광, 유학, 이민은 이 지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런데 2000년대 후반에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다양해지고 한류와 K-pop은 여러 나라에 퍼져 나가면서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은 전보다 높아지지 않았다.

보통 아프리카를 생각하면 빈곤과 혼란이 떠오른다. 불안정한 정치를 겪은 나라가 많고 병, 기근, 그리고 학살을 겪은 나라도 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많은 나라가 안전해지고 사회와 경제가 발전하고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나라는 에티오피아이고 상위 13개국 가운데 6개가 아프리카에 있다. 이 외에도 아프리카의 몇 개국은 최근 10년 사이에 꾸준한 성장을 보였다.

그런데 현재보다 아프리카의 미래 가능성 때문에 중국과 같은 나라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100년은 이제 83년 남았다. 긴 세월 같지만, 83년 전인 1934년을 생각하면 긴 세월이 아니다. 이제는 22세기를 위한 준비가 필요한 데 그래서 아프리카는 매우 중요하다.

2050년에는 국가별 인구 순위가 크게 변할 것이다.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1위로에 올라갈 것이다. 현재 상위 10개국 중에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인 나이지리아가 4위로 오를 것이다. 콩고 민주 공화국과 에티오피아가 각각 9위와 10위가 될 예정이다. 그리고 2100년에 중국은 인구 감수로 인도와 격차가 커질 것이고 인구가 거의 8억 명이 되는 나이지리아가 3위로 올라 갈 것이며 상위 10개국 가운데 반은 아프리카에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이 거의 40억이 되면서 22세기 초에 아시아를 초월할 것이다.

인구가 증가면서 경제 성장이 계속 될 것이다. 2050년대 현대 21위인 나이지리아가 14위에 올라 갈 것이며 22위인 이집트가 15위에, 29위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27위로 올라갈 것이다. 한국은 고령화의 영향으로 현재 14위에서 18위로 떨어질 것이다. 2100년 경제가 예측하기 어렵지만, 나이지리아는 상위 10위에 올라갈 가능성이 많고 아프리카 전체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은 아프리카의 도시화를 가속할 것이다. 현대 40%가 도시에 살지만, 2030년경에 50%를 넘어 커다란 도시 몇 개가 생길 것이다. 급성장한 도시에 많은 문제가 생기겠지만 도시화는 경제적 발전에 무시할 수 없는 과정이다.

이러한 아프리카가 한국에게는 큰 무역 상대가 될 것인데 그러한 기회를 잡으려면 아프리카를 알아야 한다. 예를 들자면 많은 개발도상국은 유선 전화가 보급이 늦고 바로 휴대폰 보급이 급속히 되고 있다. 현재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인구가 선진국에 비해서 적지만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정보 기술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 한국 기업이 진출하기 좋은 기회이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방문하고 나서 아프리카에 대한 외교가 활발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1년,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에 아프리카를 방문했다. 그런데 그 토대에서 다음 단계로 가려면 아프리카에서 민간 외교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언어 학습이 좋은 사례이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가 영어 또는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지만 공유어가 많다. 동부에서 스와힐리어와 에티오피아에서 암하라어, 서부에 하우사어, 그리고 북부에 아랍어가 중요한 언어이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만 아프리카 언어를 배울 수 있는데 앞으로 다른 대학에서 교양 과정에서 아프리카 언어와 문화에 대한 수업을 열면 아프리카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공용어인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그리고 아랍어를 더욱 공부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아프리카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현재 해외에서 한국어 교육을 보급시키는 세종학당재단이 나이지리아, 케냐, 그리고 이집트, 세 국가에만 학교가 있다. 한국문화원은 나이지리아와 이집트밖에 없다. 그리고 한국학을 지원하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사무실은 아프리카에 없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집트, 케냐,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리고 최근에 코트디부아르에서 한국학 대학 석사 과정을 개설하기 위해 지원했다. 이것은 중국의 48개 공자학원에 비해 매우 적은 숫자이다.

민간 외교의 중요한 부분이 해외 봉사인데 파견 총괄을 담당하는 정부 프로그램인 월드프렌즈코리아는 앞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비중을 늘리면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까지 1991년에 시작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포함한 모든 해외 봉사 정부 프로그램의 통계를 보면 4만 명이 아시아에 파견이 되었고 5천 3백 명이 아프리카, 5천 명은 중남미에 파견이 되었다. 아프리카 파견을 두 배 늘려도 아시아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문화와 인적 교류의 중심인 민간 외교에 공적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즉, 상대방은 단순히 ‘시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교류의 상대로 본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그리고 한국은 아프리카의 대부분의 국가와 같이 식민지 지배를 당했기 때문에 강대국보다 아프리카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상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그 가능성을 실현하려면 먼저 아프리카에 눈을 떠야 한다.

로버트 파우저 robertjfouser@gmail.com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미시간대에서 일어일문학 학사 및 응용언어학 석사,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응용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와 일본 교토대에서 영어와 영어교육을 가르쳤고, 일본 가고시마대에서 교양 한국어 과정을 개설해 가르쳤다. 한국 사회를 고찰하면서 한국어로 ‘미래 시민의 조건’, ‘서촌 홀릭’을 출간했다. 취미는 한옥과 오래된 동네 답사, 사진촬영으로 2012년 종로구 체부동에 ‘어락당(語樂堂, 말을 즐기는 집)’이라는 한옥을 짓기도 했으며, 2016년 교토에서 열린 ‘KG+’ 국제 사진전시회에 사진을 출품했다. 현재 미국에서 독립 학자로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어로 ‘외국어 문화사’를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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