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상준의 시대공감(時代共感)] 영화를 즐기는 방법의 변화

발행일시 : 2017-09-26 00:00
[한상준의 시대공감(時代共感)] 영화를 즐기는 방법의 변화

영화는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취미 생활 같다.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특정 장르의 영화가 있기도 하지만, 영화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모든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있고, 각자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보면 되는 것이다.

지금이야 원하는 영화를 수 많은 멀티플랙스 개봉관에서 편하게 볼 수 있고, 케이블이나 인터넷을 이용하여 바로 볼 수 있지만, 90년대 초 까지만 해도 개봉관이 많지 않아서 인기 있는 영화를 보려면 부지런해야 볼수 있었다. 보고 싶은 영화를 쉽게 보지 못하던 시절, 영화를 만나는 방법은 지금과 조금 달랐다.

만화가게에서 영화를
70~80년대 만화가게는 학생들의 쉼터였다. 100원짜리 동전 몇 개만 있으면 한 두시간 동안 만화책을 볼 수 있었다. 동네 건물에는 만화가게가 몇 개씩 있었다. 80년대에 접어 들면서 만화가게가 차별화 되기 시작했다. 일부 만화가게에서 주변 만화 가게와 차별화를 하려고 VTR과 컬러TV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당시 VTR은 워낙 비쌌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 쉽게 살수 없었다. VTR이 설치 되기 시작하면서 100원짜리 동전 몇개가 있으면 만화책 몇권이 아닌 영화 한편을 볼 수 있었다.

주로 상영되는 영화는 홍콩의 무술 영화였다. 성룡의 취권, 사형도수 등이 인기였고, 간혹 가다 당시 청소년 관람 불가였던 007 영화도 볼 수 있었다. 만화가게를 여학생들보다 남학생들이 많이 이용해서 영화 선정이 그리 된 것 아닐까 싶다. 물론 공공 장소에서 영화 상영은 불법이었지만, 그 당시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방법이었다.

주말의 영화
요즘 공중파 TV에서는 영화를 잘 방영 하지 않는다. 유명하지 않은 영화는 아예 시청하지 않고, 유명한 영화도 케이블 TV 에서 간단히 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90년대 까지만 해도 주말의 공중파 TV 영화는 큰 관심사였다.
M본부의 주말의 명화, K본부의 토요 명화와 명화 극장은 늘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하루 이틀 전부터 예고편을 보여주기도 했다. 토요일 아침 신문이 도착하면 이번 주말에는 어떤 영화가 방송되는지 제일 먼저 확인하기도 했다.

신문의 주말의 영화 소개 &#8211;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제공 <신문의 주말의 영화 소개 &#8211;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제공>

TV 영화는 10시 넘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영화를 보기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기다려야 했고, 채널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에 부모님의 눈치를 보기도 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방송국은 학생들의 중간고사 기말 고사에 맞춰서 일부러 가장 재미있는 영화를 선정해서 방영하는 것 같았다. 시험 기간 중에 방영 되는 주말의 영화는 유난히 보고 싶었고, 재미있는 영화가 많았다.

방송국 채널에 따라 방영하는 영화의 종류가 좀 구분되었는데, 토요일에는 주로 대중적인 영화가 방영되었고, 일요일에는 작품성이 높은 명작 영화가 방영되었다. 주말 영화는 인기가 많아서 광고가 기본적으로 20~30개는 붙었다. 적어도 10분정도 광고를 보아야 했고, 유명한 영화의 경우 더 긴 경우도 있었다. 그날 방송되는 마지막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영화 뒤에는 광고가 거의 없었다. 결국 영화 앞뒤에 붙을 광고가 모두 앞에 붙어서 이기도 했을 것이다.

지금은 없어진 AFKN TV의 경우 국내 공중파에서 방송하기 힘든 19금 영화를 방송하기도 했다. 알아 듣지도 못하면서 본 피비케이츠의 “파라다이스”가 기억난다.

비디오 대여점
집집마다 VTR이 보급 되기 시작하면서, 비디오 대여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했다. 동네마다 서너개씩 대여점이 생겼고, 대작 영화가 비디오로 나오면 20개 이상의 동일한 영화 테이프를 구비해도 빌리려면 예약을 해야했다. 터미네이터2 같은 대작 영화의 경우에는 2시간 조금 넘는 분량임에도 상편, 하편으로 나누어서 출시 되었고, 당연히 대여비는 2배였다. 비디오 가게를 경영해서 건물을 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장사가 잘 되었고, 특히 IMF를 겪으면서 명예 퇴직을 한 직장인들이 창업으로 선택을 가장 많이 한 업종이 비디오 대여점이었다.

비디오 시장 소개 &#8211;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제공 <비디오 시장 소개 &#8211;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제공>

2003년 8천곳에 이르던 비디오 대여점은 이제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영화 테이프의 판매수량도 2003년 414만장이었다. 지금은 비디오 테이프는 애물단지이다. 버리려면 별도의 비용을 내야 한다. 이미 오래전에 국내 가전회사는 VTR 제작을 하지 않았고, 중국 등에서 OEM 생산하여 판매하였으나, 그나마도 이제 판매를 하지 않는다. 아나로그 방송이 중단되면서 VTR에 포함된 아나로그 수신기는 쓸 수 없으며, 디지털 방송의 고화질을 VTR 테이프에 녹화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결혼식과 아이들 돌잔치에 찍은 비디오 테이프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비디오 대여점의 경우 80년 초에는 불법 복사된 영화를 대여했다. 원본에서 여러번 복사된 테이프는 화질이 열악하고 자막도 조잡하였다. 영화 중간중간에 외국 광고 방송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고, 영화의 러닝 타임이 짧은 경우에는 후반부에 다른 영화가 녹화 되어있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에는 국내에서 개봉되지 않은 영화를 보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 후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과 홍보로 정품 비디오가 활성화 되었고, DVD 와 도서, 만화책을 함께 대여하는 방식으로 발전하였으나, VOD와 인터넷을 통한 영화 불법 유통으로 비디오 대여점의 주 매출이 영화 대여가 아닌 도서 대여로 바뀌어 버렸다. 비디오 대여점도 이제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고 사라져 버렸다.

홀드백(Hold Back) 기간
영화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볼 수 있다. 영화관, 비디오(VHS/DVD), 케이블 TV, 공중파 TV로 볼 수 있는데, 각 매체로 넘어가는 기간을 홀드백(Hold Back)이라고 한다. 극장에서 영화 상영이 끝난 후 바로 비디오로 출시되면, 극장 관객이 줄어들기 때문에 비디오로 출시 하기 까지 일부러 공백기간을 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디오로 출시된 영화가 공중파에서 방영하면, 그 영화의 대여가 거의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영화가 내려간 후 공중파에서 방영하기 까지는 최소 1년이 걸렸다.
홀드백은 각 영화 유통시장의 수익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법적으로 정해진것은 아니지만 영화 유통 시장에서 암묵적으로 행하는 관행이었다. 이제는 홀드백 기간은 없다고 봐야한다. 영화관과 케이블 TV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영화도 있으며, 영화관에서 상영이 끝나는 동시에 케이블에서 유료로 볼수 있다. 빠르게 변화는 세상에서 시간이 많이 지나면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영화 관람 방법의 발전
비디오 대여점은 Video-CD와 DVD가 출시되고 VOD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아나로그 방식인 비디오 테이프에서 영상을 추출하는 데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화질도 VGA 수준이었으나, 영화가 Video-CD와 DVD로 나오면서 컴퓨터를 이용하여 빠르게 고화질 영상파일로 변환할 수 있었고, 인터넷 통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영화를 인터넷으로 주고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불법 파일 공유 사이트가 생겨났고, 이덩키, 토렌트 등의 P2P 방식으로 불특정 다수들 끼리 영화를 공유하는 방법이 생기면서 굳이 번거롭게 비디오 대여점에서 대여를 하고 반납을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대여 비용의 문제이기 보다는 자기 방에서 컴퓨터를 통해서 편리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때문인 것 같다.
미국에서는 반납이 필요 없는 1회용 DVD도 개발 되었다. 대여비용과 비슷한 가격으로 1회용 DVD를 구입한 후, 밀봉된 DVD를 개봉하여 시청하면 되었다. 개봉한 후 48시간이 지나면 산화되어 더이상 재생이 되지 않았는데, 대여 후 반납하는 번거로움을 없앴으나 이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개봉하면 48시간 동안만 재생이 가능한 DVD. 상단에 NOTE: 48 Hours after the vacuum-sealed package is broken, the disc discolors and becomes unplayable(참고 : 진공 포장을 개봉한 후 48 시간이 지나면 디스크가 변색되고 재생할 수 없게 됩니다) 란 안내문이 보인다. <개봉하면 48시간 동안만 재생이 가능한 DVD. 상단에 NOTE: 48 Hours after the vacuum-sealed package is broken, the disc discolors and becomes unplayable(참고 : 진공 포장을 개봉한 후 48 시간이 지나면 디스크가 변색되고 재생할 수 없게 됩니다) 란 안내문이 보인다.>

DVD의 경우 영화사로서는 처음에는 꿈의 매체였다. VHS 비디오에 비하여 제작 단가가 월등이 낮고, 대량 제작이 가능했다. 특히 영화가 늦게 개봉되는 개발 도상국과의 차별화를 하기위해 지역코드(regional code) 를 8개로 분리 적용하였으나, DVD 재생기가 지역 코드를 무력화 시키는 Code Free 제품과 지역코드를 바꿀 수 있는 DVD 재생기가 나오면서 사실상 실패하였다. 무엇보다도 DVD에서 영상파일을 쉽게 리핑(ripping) 하거나, 공DVD에 복사되어 대량으로 불법 유통 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하지 못했다.

휴대용 기기도 비디오 대여점 몰락에 일조를 했다. 초기에는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 휴대형 멀티미디어 재생기)의 경우 화면이 작고 화질도 VGA 수준이었다. 2008년 애플의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타블렛 등 휴대용 기기가 보급 되면서 이제는 전철이나 버스에서 스마트 기기로 영화를 보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케이블 TV와 인터넷이 결합하면서 이제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원하는 영화를 편리하게 볼 수 있고, 스마트기기로 어디서든지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 구글 글래스나 VR 기기 처럼 주변 사람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으면서 공공 장소에서도 혼자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발전할 것 같다.

영화를 즐기는 방법이 변경되었을 뿐 여전히 영화는 가장 대중적인 취미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 이다.

한상준 han.sangjoon@gmail.com 포토스탁 회사 이미지클릭 이사. 한글과컴퓨터 등 IT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다.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고 분석하는 얼리아답터 활동을 하고 있다. IT 분야 뿐 아니라 아마추어 마라토너, 요리, 커피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 관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정리하여 글로 남기는 것을 즐기고있다. 현재 논현동에서 커피 전문점 카페드양도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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