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발코니에서 본 리조트
객실 발코니에서 본 리조트

눈을 뜨니 8시30분이 넘었다. 발코니에 나가서 리조트를 내려보고 깜짝 놀랐다. 깜깜할 때 보던 모습과는 완전 다르다. 아침햇살에 단장한 리조트는 화려하게 치장한 귀부인 같다.

일어나서 씻고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리조트 규모답게 식당도 크다. 음식은 그냥 무난한 조식부페다. 가지볶음이 맛있어서 두 번이나 갖다 먹었다. 아침 먹고 로비로 갔다. 가이드가 여권을 들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옵션에 대한 설명 듣는 시간들이 우리에겐 낭비다. 냉정하게 빠지는 것도 미안한 일이다. 아무리 자유여행이라 해도 어제 픽업부터 체크인까지 애써준 것이 고맙다. 가이드를 살짝 불러서 어제 체크인 등 수고해줘서 고마웠다고 200위안을 줬다. 가이드가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안받으려 한다. 이걸 진짜로 믿으면 등에 칼 맞는다.
우리는 따로 다니고 옵션을 안할거라 미안하니 받으라고 억지로 손에 쥐어줬다. 가이드가 기분 좋게 우리 여권을 챙겨주며 어려움이 생기면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전화번호를 적어준다. 인지상정이다. 일정상 자유여행이라고 우길수도 있지만 작은 성의를 표하고 서로 기분이 좋다면 최선의 해결이다. 여권을 받아들고 방으로 돌아오는 기분이 상쾌하다. 나갈 차비를 하고 호텔을 나섰다.

택시 잡기
택시 잡기

버스정류장 쪽으로 가는 도중에 택시가 한 대 들어온다. 남산사까지 얼마냐고 물으니 미터요금으로 내면 된단다. 얼마 나오냐고 물으니 120위안 정도 나올 거란다. 넉살 좋은 기사가 농담을 한다. 자기 차가 한국 차라 좋단다. 한국사람도 좋단다. 몇 마디 나누다 대화가 끓어진다. 나의 중국말이 한계에 달했다. 고속도로를 달려서 남산사입구에 도착했다. 기사가 따라 내린다. 갈 때는 버스탈 거라 했는데도 입구까지 안내를 한다.

기사가 안내해줌
기사가 안내해줌

입장권을 사는데 표 사는것을 도와준다. 커미션을 챙기나 보다. 우리야 요금표에 적힌대로 내는 거라 상관없다.

코끼리 열차
코끼리 열차

입장해서 먼저 공원 내 순환버스를 타고 돌았다.

남산사 입구
남산사 입구

돌다가 남산사에 내려서 절 구경을 하고 바닷가까지 내려가서 산책했다.

해상관음상을 보며 해변길 따라
해상관음상을 보며 해변길 따라

관음상을 바라보고 걷다가 포기했다. 땡볕에 걷는 것이 괴롭다. 다시 순환버스를 타고 관음상까지 갔다. 180미터의 키 큰 관음상은 3면 관음상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관음상의 발까지 올라갈 수 있다.

발 아래지만 탁 트인 전망에 가슴이 뻥 뚫린다. 관음상발아래를 한바퀴 돌고 내려오는데 축원경이 눈에 들어온다. 돌아가신 시부모님과 엄마는 불교신자시다.

180미터의 관음상안에 나의 기도와 함께 축원을 해드리고 싶었다. 하나가 333위안이란다. 두 권을 사서 이름을 적어 넣는데 한자를 적을 수가 없다. 시어머님 생전에 나보고 한자 모른다고 놀리시던 일이 생각난다. 많이 모자란 며느리지만 마음을 다해 모셨다. 관음상 내부는 대단하다. 사진을 못 찍게해서 아쉽다.

여태 본 관음상 중 최고의 관음상이다.

관음상에서 보는 경치
관음상에서 보는 경치

중국 최남단 최고의 관음상 안에 나의 기도가 함께 한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땡볕 속을 또 힘겹게 걸어 나와서 버스를 타고 천애해각으로 갔다. 버스에서 내렸더니 한국인 여자 둘이서 버스노선표를 보고 열심히 궁리 중이다. 어디를 가려냐고 물었더니 푸싱지에를 가려고 한단다. 천애해각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별로란다. 남산사를 봤으면 굳이 볼 필요가 없을 거란다. 땡볕에 생고생하기 싫어서 우리도 시내로 나가기로 했다. 버스기사한테 푸싱지에 가냐고 물으니 간단다. 한국여인 4명이 함께 탔다. 우리는 푸싱지에는 밤에 가기로 하고 신민가로 가서 밥부터 먹기로 했다. 점심을 대충 먹었더니 배가 고프다. 신민가에 내리니 해산물식당 삐끼들이 호객을 한다. 유혹을 뿌리치고 미리 알아둔 맛집으로 갔다. 작은 식당이지만 현지인들사이에 유명한 식당이다.

해산물 2인세트
해산물 2인세트

2인용 세트메뉴를 시켰다. 게 요리, 전복, 가리비, 조개, 새우, 성게 등등 한상 가득 차려서 배터지게 먹었다. 맛집답게 맛있고 싱싱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녹회두공원 전망대에서
녹회두공원 전망대에서

석양과 야경을 보기 위해 녹회두공원으로 갔다. 소화도 시킬 겸 걸어갔다. 다리를 건너고 걷다 보니 석양 시간이 촉박하다. 택시를 잡아타고 공원입구까지 갔다.

전망대에서 보는 석양은 환상이다.

석양빛 받은 구름 아래 봉황섬의 5형제빌딩은 자태를 뽐낸다. 석양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리니 빌딩은 조명을 빛내며 라이브쇼를 한다.

녹회두공원에서 보는 봉황섬
녹회두공원에서 보는 봉황섬

한참을 머물면서 이국의 정취를 즐겼다. 워킹스트리트 푸싱지에로 가려고 공원에서 나오는데 웬 남자가 다가오더니 차 필요하냐고 묻는다. 푸싱지에까지 50위안 내란다. 15위안이면 되는 거리다. 흥정하려다 귀찮아서 그냥 탔다. 택시 잡기 힘든 곳이니 자가용영업택시를 타는 수밖에 없다. 시내로 들어오더니 엉뚱한 푸싱지에에 내려주려고 한다. 입구 간판에 푸싱지에라고 되어있어서 속을 뻔 했다. 여기 말고 진짜 푸싱지에로 가자고 했더니 알았다며 다시 달린다.

보행자거리 푸싱지에
보행자거리 푸싱지에

워킹스트리트 푸싱지에는 생각보단 썰렁하다. 진주와 수공예품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옷 가게들도 있다.

대형마트
대형마트

대충 돌아보고 마트 가서 한국 가져갈 과자 등을 잔뜩 샀다. 하루종일 걸어서 고생한 발을 위해서 마사지 샵에 들어갔다. 발 마사지를 하기로 하고 방에 들어가 앉으니 치어리더복장을 입은 아가씨가 들어온다. 분위기는 묘한데 마사지는 잘한다.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하이난 첫날 신고식을 제대로 치렀다. 온몸이 땀으로 얼룩져 소금투성이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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