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에서는 화폐의 미래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화폐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먼저 화폐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한번 짚어 보자. 먼 옛날에는 염소 한 마리를 끌고 다니며 옷, 신발 등과 맞바꾸었다. 그러다가 장이라는 것이 섰다. 장에 가면 염소, 쌀, 옷, 신발 등을 서로 맞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불편하기 그지 없고 교환 기준도 없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교환의 매개체’다. 처음에는 이 교환의 매개체로 조개껍데기를 사용하다가 시간이 지나자 가장 효과적이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가치를 지닌 ‘금’이 교환의 매개체가 되었다.

금이 있으면 염소, 쌀, 옷, 신발 등 무엇이든 교환할 수 있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돈’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금화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금화가 가진 단점이 몇 가지 있었다. 무거웠고, 가지고 다니기 불편했다. 시간이 지나면 닳아서 무게가 줄어든다. 보관도 힘들다. 도난의 위험도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람들은 금을 맡기고 ‘금 보관증’을 발급 받아 금 대신 사용하기 시작했다.

금을 보관하고 금 보관증을 발급해 준 곳은 훗날 은행으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이 금 보관증은 훗날 지폐로 자리 잡는다. 지폐는 금과 대응되는 것이다. 즉, 금의 무게만큼 지폐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애초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은행이 꼼수(^^)를 부린다. 금을 맡긴 사람들이 금을 안 찾아 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은행이 보유한 금보다 더 많은 금 보관증 즉 지폐를 발행해도 사람들은 그냥 은행일 믿고 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일이 점점 보편화 되고 사람들은 그냥 지폐를 돈이라고 믿게 되었다.

이 부분에서 기억해야 할 한 가지는, 지폐 자체는 가치가 없으나 우리는 그것을 가치가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기억해야 할 한 가지는, 실제 금의 가치보다 더 많은 지폐가 유통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지폐가 점점 더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지폐 조차도 불편한 시대가 되었다. 예전에 금을 맡기고 금 보관증(지폐)을 받아 왔듯이, 이제는 지폐를 맡기고 지폐 보관증(카드, 통장, 인증서)을 받아 온다. 우리는 그 옛날 금 대신 지폐를 쓴다는 사실을 잊어 가듯이, 이제는 지폐 대신 카드를 쓴다는 사실을 잊어 가고 있다. 좀 더 엄격히 말하면 카드라기 보다는 숫자를 쓰고 있는 것이다. 즉, 지폐가 있음을 약속하는 계좌에 적힌 숫자 말이다.

금의 총량보다 지폐의 총량이 많았듯이, 이제는 지폐의 총량보다 숫자의 총량이 많아져 버렸다. 지폐를 찍어 낼 필요조차 없게 되었다. 그냥 전산상의 숫자만 바꾸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모두가 그 숫자를 믿는다. 2000년대 초반까지 화폐의 역사는 이렇게 전개 되었다.

자, 이쯤에서 돈(화폐)의 속성을 정리해 보자. 첫 번째 속성. 믿음. 돈은 믿음이다. 즉, 시스템에 참여하는 모두가 돈이라고 믿으면 그냥 돈이다. 신사임당이 그려진 종이가 5만원의 가치를 지닌다고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믿는다. 그러니 돈인 것이다. 그러나 영국 런던에 사는 시민에게 신사임당이 그려진 종이를 주면 과연 그것이 5만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믿어 줄까? 글쎄다.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의 가치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돈의 두 번째 속성. 숫자. 돈은 숫자다. 돈은 아주 빠르게 숫자화 되어 가고 있다. 동전이 사라져 갔듯이 지폐도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간다. 아주 가까운 미래에 은행 계좌의 숫자와 그 숫자를 편하게 쓸 수 있는 카드만 남게 될 것이다. 모임 후에 뒷풀이를 하고 만원씩 회비를 내라고 하면, 꽤 돈이 많아 보이는 사람도 만원을 안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냥 카드만 들고 다닌다. 그렇다 이제 돈은 숫자다.

자, 돈의 속성 2가지. 숫자 그리고 믿음. 이해 되시는가?

그렇다면, 이 2가지 속성만 만족하면 돈이 된다. 위조, 복제, 이중 지불 등의 문제를 해결한 안전한 숫자가 존재하고, 그 숫자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시스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믿으면 돈이 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비트코인이다.

2009년에 나카모토 사토시가 위조, 복제, 이중 지불 등의 문제를 해결한 안전한 숫자 시스템을 발표했다. 일단, 이 싯점에서 돈의 속성인 숫자는 충족되었다. 이제 믿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도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0년 5월 22일 피자 2판을 1만비트로 시켜 먹는 사건이 생겼다. 피자 2판을 5만원이라고 치자. 그럼, 1비트가 5원이 되는 셈이다. 즉, 누군가가 1비트를 5원의 가치로 믿어 준 것이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이제 그 믿음의 크기는 얼마인가? 비트코인의 가치가 바로 믿음의 크기다. 2017년 9월 29일 오후 4시 현재 비트코인의 믿음의 크기는 460만원이다. 최초의 믿음의 크기보다 무려 90만배가 커졌다. 무슨 말인지 이해 하시는가? 점점 진짜 돈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돈의 2가지 속성인 숫자와 믿음이 충족된 것이다.

비트코인 다음으로 믿음의 크기가 큰 것이 바로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에 대한 믿음의 크기는 32만원이다. 비트코인은 기존의 화폐의 역할에 충실한 가상화폐(암호화폐)다. 이더리움은 기존의 화폐에 스마트컨트렉트라는 요소를 추가했다. 돈에 조건 혹은 계약을 거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1세대 가상화폐라면 이더리움은 2세대 가상화폐다. 이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한 3세대 가상화폐들이 출현하고 있다. 최근 ICO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더루프의 아이콘(ICON), 글로스퍼의 하이콘(HYCON), 그리고 10월 ICO를 앞두고 있는 블록뱅크의 링커코인(Linker Coin, LNC)이 3세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가상화폐다. 가상화폐 또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 앞으로 화폐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필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혹은 이것들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가상화폐가 탄생해서 결국 물물교환 -> 조개껍데기 -> 금 -> 지폐 -> 가상화폐로 진화되리라 본다. 왜냐하면, 가상화폐는 이미 돈의 속성을 충족시키고 있는데다가, 훨씬 더 안전하고, 빠르고, 효과적으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실생활에서 가상화폐가 많이 쓰이지는 않지만, 먼저 인공지능의 지불결제수단으로 쓰일 것이다. 왜냐하면 가상화폐란, ‘블록체인 기반의 지불결제수단’이므로, 블록체인 기반으로 작동하는 시스템, 인공지능 시스템에서부터 쓰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거래로 확산될 것이고, 결국 인간들 사이에서도 가상화폐를 쓰게 될 것이다. 이것이 화폐의 미래이며, 가상화폐의 큰 그림(Big Picture)이다.

빈현우 binhw@daum.net 가상화폐전문가.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를 수학하면서 특히 AI(인공지능) 및 cryptology(암호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14년 가상화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결과, 투자 대상으로서의 이더리움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투자를 단행했다. 2017년 투자의 결과물로 ‘나는 가상화폐로 3달 만에 3억 벌었다’ 를 출간하고 ‘가상화폐 개념 및 실전 특강 (실전 사례 중심)’ 강의 및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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