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이템에 대한 투자를 20년~30년 이어갈 정부, 단체, 펀드, 기업은 없다. 구현하는데 통제불가 변수가 많고, 필요 요건의 성장을 기다려야 하는 요소가 많아서 오래 걸리는데 기대는 급속도로 커지므로 거품의 발흥, 거품이 꺼진 암흑기가 반복되는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딥러닝’의 3인방 제프리 힌튼, 요수아 벤지오, 얀 르쿤은 지난 40년간 뉴럴 네트워크를 연구해온 성실한 연구자들로, 이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만들었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성공했다.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많고 필요 요건의 기다림이 많다면, 생산수단을 오픈하여 커뮤니티의 모수=덩어리가 커지게 만들자!가 그들의 선택이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구성’은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드는 일인데, 과거에 해오던 대로 하는 것보다 항상 위험이 크다.

이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무언가를 만드는 데에 변수를 줄이기. 즉 오픈소스를 통해 쉽고 빨리 만들고, 만든 것을 또 공유하여 후속연구를 쉽게 만들 것.
2. 실패한 기록도 공개하여 이런 길로 가지 말아야 할 것을 빨리 공유할 것
3. 필요한 요소를 기다리는 일이 항상 많은데, 이를 위해서 융합연구, 즉 뇌-표상-지식-엔지니어링을 아우르는 공통된 주제로 학자들의 상호작용이 빨리 일어나도록 촉진시킬 것이었다.
4. 방향이 틀렸다고 후회하지 말 것. 대부분의 엔지니어링은 방향이 틀려서라기보다는 변수를 제어하고 필요요소가 충족되지 않아서 진행이 안되는 것이니까.

알파고의 아버지 하사비스는 영국의 UCL에서 신경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물론 UCL의 게츠비신경과학연구소에서 연구할 때 제프리 힌튼의 지도도 받았다. 뇌신경의 원리를 발견해서 인공지능을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려워 엄두내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는 실물뇌(Wet Brain) 혹은 인간신경망의 연구에서 촉발된 발견을 인공신경망에 녹여 넣는 어려운 일을 오랜 시간 도전해 결국 2016년 알파고의 4:1 승리를 통해 성취했다. 그 성취의 배경에는 위의 1~4에서 언급된 딥러닝 커뮤니티의 모두공개원칙이 힘차게 밀어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요수아 벤지오 교수 팀이 만든 신경망 개발툴 테아노(Theano), 구글이 만든 신경망 개발툴 텐서플로(Tensorflow)는 1~4의 원칙에 의거하여 개발툴의 소스까지 공개되어 있다.

하사비스의 논문. 일화적 기억이 담당하는 여러 기억 관련 기능성에 관한 내용. 'Trends in Cognitive Science'(2007). UCL의 일화적 기억연구는 결국 2014년에 UCL의 존 오키프가 기억관련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결실맺고 이에 기반한 강화학습기반 DQN알고리즘으로 2016년 알파고의 승리로 이어진다. 뇌연구기반 인지과학의 쾌거라 할 수 있다.
하사비스의 논문. 일화적 기억이 담당하는 여러 기억 관련 기능성에 관한 내용. 'Trends in Cognitive Science'(2007). UCL의 일화적 기억연구는 결국 2014년에 UCL의 존 오키프가 기억관련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결실맺고 이에 기반한 강화학습기반 DQN알고리즘으로 2016년 알파고의 승리로 이어진다. 뇌연구기반 인지과학의 쾌거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4차산업혁명이, 적어도 지금까지 잘 굴러가는 딥러닝 진영의 네 가지 원칙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 따져보자. 아쉽게도 하나도 없다. 압축해서, 우리는 너무도 현실적이고 영악한지라 ‘놀이터’가 없다. 싱가포르와 같이 엘리트 공무원들이 미래를 찍어서 방향제시하고, 국부펀드를 동원해서 15~20년간의 투자 스키마를 밝히는 일은 정권교체마다 그때 그때 달라지는 산업정책상 과거 철권정치 때에서나 가능한 일이 돼버렸다. 대기업위주의 선도성장형 경제체제는 20년의 투자스키마를 유지할 수가 없다. 또한 산업자본의 규모도 일천해서 미국, 일본, 독일의 발달된 금융투자 규모를 따라갈 수 없고, 큰 위험을 감당할 만큼의 규모도 되지 못한다. 즉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는 20년의 긴 투자회수기간, 리턴의 불확실성, 조급증에 의해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힌튼의 영국왕립협회에서 발표한 기조연설의 말미에, ‘대기업의 연구는 진정한 연구라기 보다는 번역적 연구(Translational Research)’에 가깝다는 말이 이와 비슷한 내용이라 생각한다.

필자의 제안은 이렇다. ‘놀이터’. 현실에 답이 없다면 오히려 비현실적이 될 것. 누구나 자기 지식을 품앗이하듯 나눠먹고, 도전은 아름다운 것이고 이웃과 선후배들이 실패 위험을 줄여주고 나눠 가져가야 한다. 실패의 경험이야말로 가장 비싼 것이므로 누구나 빨리 공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요하다면 그 가치를 미리 추단하지 말고 크고 넓은 연결네트워크를 만든 융합적인 사고를 하자. 이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24절기를 만들어 머리를 맞대어 함께 연구하고 노력하고 함께 슬퍼하고 즐거워하던, 우리가 이미 농경사회에서 성공적으로 구가하던 아름다운 공동체의식 아닌가?

이수화 westwins@mtcom.co.kr 서울대학교 서양사학 전공, 서울대 인지과학협동과정에서 석사•박사과정 수료. ㈜LGCNS 시스템 엔지니어,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두뇌 인지활동의 기능적 MRI 연구, 벤처기업에서 논리학습을 위한 기능성 게임, 인공지능 비즈니스모델링 •영어교육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해왔다. 각종 벤처창업학교에서 퍼실리테이터•강사•멘토 역할을 맡아 활동 중이다. 현재 (주)엠티콤에서 인공지능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인문계와 이공계의 융복합적 전공 경험뿐 아니라 수행했던 다양한 직업 경험, 그리고 인간지능에 대한 깊은 이해•관심을 바탕으로, ‘지능산업’의 발전과 육성을 위한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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